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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r 17. 2021

인도 집단면역 vs. 이스라엘 집단면역, 누가 WIN?

지난 1월 인도의 코비드 19 사망자가 급감하고 뉴델리 일부 지역의 항체 양성률이 50%가 넘었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백신 접종률이 1~2% 정도에 불과했던 인도는 현실에서 자연감염으로 올라가는 집단면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입니다. 또한 최근 백신 접종을 통하여 가장 빠른 속도로 집단면역에 도달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소식도 들었을 겁니다. 자연감염을 통한 인도의 집단면역 vs. 백신을 통한 이스라엘의 집단면역, 어떤 것이 더 나아 보이는 가요? 당연히 이스라엘인가요? 아닙니다. 저는 인도의 완벽한 승리라고 봅니다.


인도 소식을 들은 대부분 사람들은 인도가 현시점에 이를 때까지 아주 많은 희생을 치렀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천만예요. 주거 환경, 위생 수준, 의료 환경 등 모든 것이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인도의 코비드 19 사망률은 인구 백만명당 114명으로 아주 낮습니다. 2020년 총사망률도 전해보다 높지 않은데요, 코비드 19 사망률이 낮은 이유가 단지 검사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한편 유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수 차례 전면 락다운을 시행했던 이스라엘의 코비드 19 사망률은 인도보다 훨씬 더 높고 2020년 총사망률도 당연히 증가했습니다.


인구의 상당수가 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코비드 19 사망률이 낮은 이유가 뭘까요? 말할 것도 없이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권과 아프리카에서 코비드 19 사망이 폭발하지 않는 이유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감염되어도 대부분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지금처럼 PCR 검사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면서 의미 없는 확진자 수 헤아리기만 하지 않는다면 독감 유행시와 크게 다르지 않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지역은 또 어떤 이유로 코비드 19 저항력이 높은걸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앞서 여러 번 설명했던 교차면역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도가 이번에 경험한 광범위한 감염은 교차면역을 통하여 향후 다른 감염병 유행이 찾아 왔을 때 더욱 높은 저항력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따라서 현재 인도는 바이러스와 숙주 간의 공생을 위한 선순환의 고리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처럼 강한 방역의 패러다임 하에 있는 국가는 이러한 선순환이 불가능한데, 이 점이 인도의 집단면역이 이스라엘의 집단면역보다 우위에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코비드 19 유행 와중에 WHO가 했던 일들은 무능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가히 놀라움의 연속이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집단면역의 정의를 바꾼 일입니다. 원래 WHO 홈페이지에 있었던 집단면역의 정의는 “자연감염” 혹은 “백신 접종”을 통하여 획득할 수 있는 인구집단의 면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감염”을 삭제해버립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가요? 아닙니다. 단지 단어 하나를 뺀 것뿐이지만, 이러한 정의의 변화는 각 국가의 감염병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정의에 함축된 의미는 지금부터 인도와 같은 방식은 안되고, 반드시 이스라엘과 같은 방식을 사용해서 집단면역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지역에 항상 존재해 왔던 감염병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하챦은 감염병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지난 100년간 결핵 사망률은 왜 감소했을까?”글에서 설명드렸듯 집단면역이란 유기체 간 공진화의 결과물로 지구 탄생 이래부터 존재해왔던 일종의 자연현상입니다. 자연현상을 두고 인간의 언어로 이렇게 저렇게 정의를 바꾸어 본들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사소한 사건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제부터 치사율에 관계없이 신종 감염병 등장할 때마다 WHO 정의에 따라  세계는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게  것입니다. 그리고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에 이를 때까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접촉을 막고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일이 계속될 겁니다. , 이번과 같은 통제와 감시가 향후 감염병 유행이  때마다 반복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고입니다. 특히 K방역이 최고의 방역이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이 태반인 우리나라는 이런 일이 벌어지기에 최적의 장소가  겁니다.

 

2021년 3월 수만 명이 운집한 인도-영국 크리켓 경기 스타디움


집단면역이란 인구집단이 가지고 있는 면역의 총합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그것이 자연면역이든 획득면역이

든, T세포 면역이든 항체든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백신이란 이러한 면역을 얻을 수 있는 방법들 중 하나일 뿐이죠. 백신의 중요성은 치사율에 따라 다릅니다.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이라면 당연히 백신의 역할이 절대적이겠지만, 치사율이 낮은 감염병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감염병은 후자의 경우인데, 이런 놈들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 간의 접촉을 차단하고 오직 백신만으로 집단면역에 이르고자 하다가는 그 자체로 사회는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자연감염의 경험을 통하여 얻게 되는 면역은 특정 병원체에 대한 백신으로 얻는 면역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강력합니다. 전자는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깨우쳐가는 과정이라면, 후자는 족집게 과외선생이 가져온 예상문제의 답만 외우고 있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변이 바이러스같이 문제가 달라지면 또 족집게 과외선생이 예상문제를 만들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WHO가 한 일은 아인슈타인급 천재한테 족집게 과외선생이 예상문제를 만들어 올 때까지 혼자서는 절대로 공부해서는 안 된다는 바보 같은 법을 만든 것과 똑같습니다.


집단면역은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감으로써, 바이러스의 독성도 낮추고 감염되었을 때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약자도 보호할 수 있다는 이타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백신 접종을 통하여 달성하겠다는 집단면역은 이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정부에서는 백신 접종으로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여러 번 밝힌 적이 있는데요, 우선접종 대상자가 고령의 노약자들입니다. 고위험군에게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었다면, 독감 백신처럼 고위험군만 접종하면 됩니다. 건강한 사람은 걸려도 태반이 무증상, 증상이 있어도 독감, 감기조차 되지 않는 감염병을 두고, 어떤 이유로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요. 


또한 항체가 빨리 사라지고, 끊임없이 변이가 발생하는 바이러스는 백신을 통하여 집단면역을 올리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운 좋게 단기간에 전 국민 백신 접종을 끝냈다 하더라도 일시적인 집단면역만 가능할 뿐입니다. 이 집단면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다시 백신 접종을 해야 하고, 새로운 변이가 나올 때마다 이에 대항하는 새로운 백신을 필요로 합니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금과 같은 방역 패러다임 치하라면 인류는 지구 멸망하는 그 날까지 백신 개발과 백신 접종만으로 세월을 보내게 될 듯싶습니다. 건강한 유기체의 면역시스템이란 본디 모든 변종과 변이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만, WHO가 새롭게 내린 집단면역의 정의에 의하여 더 이상 이런 일은 허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코비드 19 사태가 어느 정도 봉합되면 WHO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올 겁니다.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듯합니다만, 한번 만들어진 시스템은 아무리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죠.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WHO의 입맛에 딱 맞는 방역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종종 WHO는 대한민국을 방역 모범국으로 칭송할 것입니다. 부디 거기에 고무되어 더욱더 방역 1 등국이 되고자 노력하는 大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하여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국가들의 현재 상황을 보면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하는 국가입니다.


*스웨덴과 일본의 최근 소식이 궁금하신 분은 "스웨덴이 주는 교훈, 코비드 19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2020년 일본 총 사망률 예년보다 낮다. 그럼 우리는?"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Update한 인도 관련 글을 링크해 드립니다. "확진자 수 급증, 인도뿐만이 아니군요 1", "확진자 수 급증, 인도뿐만이 아니군요 2" "백신접종률1등, 그러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이 나라", 그리고 "코로나 지옥이라는 인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습니다"까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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