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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09. 2021

백신접종률1등, 그러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이 나라

최근 확진자 급증을 보이는 지역들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던 중, 아프리카 대륙 동쪽 인도양의 섬나라인 세이셸 공화국에 대한 워싱턴 포스트지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인구 10만 명의 이 작은 나라에서도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는데, 인구 13억 명 인도의 확진자 증가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더군요. 그 이유는 세이셸 공화국은 이스라엘보다 더 높은 전 세계 백신 접종률 1위를 자랑하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세이셀 공화국은 그동안 코비드 19 확진자 수가 매우 적었던 국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이 주 수입원이었던 이 국가는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2021년이 되면서 공격적인 백신 접종을 시작합니다. 3월 초 1회 접종을 끝낸 인구비율이 60%가 넘고, 5월 초 2회 접종까지 끝낸 인구비율이 60%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2021년이 되면서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다가, 5월에 들어서면서 그 수가 폭증하는 예상치 못한 사태를 직면하게 됩니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확진자의 1/3 정도는 백신 접종을 2회까지 모두 끝낸 사람에게서 발생하고 있으며 2/3 정도는 백신 접종을 1회만 했거나 아예 하지 않았던 사람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백신 접종을 한 경우 중증도가 낮긴 했습니다만, 이러한 상황은 당연히 백신의 효과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세이셸 공화국에서 사용했던 백신의 60%는 시노팜, 40%는 아스트라제니카로 상대적으로 효능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백신들입니다. 따라서 기사에서 인용한 전문가들은 효능이 낮은 백신으로는 인구의 60% 접종으로 충분한 집단면역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해석을 하면서 전파방지를 위해서는 다시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세이셸 공화국은 2020년 내내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과 마찬가지로 코비드 19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보여주었던 국가였습니다 (아프리카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왜 코로나는 아프리카를 초토화시키지 않을까?”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이 되면서 급증하는 확진자를 두고 백신 효능만 논란이 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던져 봐야 할 질문은 왜 이 나라에서는 2020년에 거의 없던 확진자가 2021년이 되어 급증하는가?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 질문은 앞서 "확진자 수 급증, 인도뿐만이 아니군요"글에 등장하는 많은 국가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좀 더 거시적 시각, 즉 팬데믹 상황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이 바이러스와 숙주 간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와 같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들은 자신에게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들을 병원균이라고 이름 붙이고 항상 전투 모드로 살고 있습니다만, 이런 미생물들의 존재 목적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종을 번식시키는 거죠. 자신들의 종을 번식시키는 와중에 우연히 인간이 걸려드는 것일 뿐, 지구환경 파괴의 주범인 인간들을 없애버려야겠다는 불순한 의도는 단 한순간도 없었을 겁니다. 이런 과정에서 미생물들은 자신의 번식에 방해가 되는 인간들이 만든 모든 인위적 장치에 대하여 저항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합니다. 20세기가 되면서 시작된 미생물과 인간 사이의 군비경쟁에서 우리는 잠깐 승리를 맛보았을 뿐, 결코 그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입니다. 늘 뒤따라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입니다만, 비슷한 일이 백신에서도 발생 가능합니다. 미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백신도 자신의 번식을 막는 장치이기 때문에 강한 선택압이 작동하면 더 전파력이 강한, 가끔은 독성도 높은 변이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생제와 비교하면 백신의 경우 그 발생 빈도가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사용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미생물이 활발하게 증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와 달리, 백신은 예방목적으로 “미리” 사용하게 되므로 이러한 선택압이 충분히 작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코비드 19의 경우,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점에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백신 접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즉, 선택압이 작동하기 쉬운 환경 조건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자가 벨기에의 Geert Vanden Bossche박사입니다. 백신 전문가인 Bossche박사는 코비드 19 백신 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은 시급히 재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죠. 면역학 전문가가 아닌 제가 Bossche박사의 모든 논점을 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세부적으로 의견이 다른 부분도 있긴 합니다만, 세이셸 공화국에 대한 기사를 보는 순간 바로 Bossche박사가 떠오르더군요. 백신의 효능이 낮을수록 Bossche박사가 제기하는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Bossche박사의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으신 분들은 링크한 사이트의 관련 글들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해 진화론적으로 교차면역과 집단면역을 설명했던 마지막 글에서 새해인사를 하면서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를 인용한 바 있습니다. “Nothing in biology makes sense except in the light of evolution” 최근 들어 방역당국에서도 생명체 진화의 최종 결과물인 공존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더군요. 이제 와서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린다는 것이 허탈하기까지 합니다만, 환상 혹은 망상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조짐으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방역당국은 공존이란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와 인간 공진화의 결과로 가능해진다는 생태계의 기본 원리를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방역과 백신은 공진화로 가는 과정에 다소간 도움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으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방역이란 공진화에 방해가 될 뿐입니다. 공진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건강한 사람을 오로지 전파원으로만 간주하는  방역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한, 우리는 조만간 항생제 내성균에서 맛본 뜨거운 패배를 다시 한번 경험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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