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19 사태가 시작된 후 거의 매일 스웨덴의 상황을 확인해 왔는데 최근 여기에 인도가 추가되었습니다. 언론에 묘사된 인도는 아비규환의 지옥입니다만, 인도는 평소에도 설사같이 수액공급만 제대로 해도 살 수 있는 감염병으로 사망하는 어린이들이 매년 수십만 명에 이르는 국가입니다. 의료시스템 과부하를 막기 위한 조치 정도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각 국가에서 사용해 온 과도한 방역을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방역정책으로 인한 2차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약 1주 전부터 코비드 19 확진자 증가 추이가 갑자기 꺾이는 패턴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일견 보기에 급증할 때보다 더 드라마틱한 감소인 듯합니다. 인구 13억 명이 넘는 인도에서 기적 같은 방역시스템이 갑자기 작동했기 때문일 리는 없을 것 같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이 상황이 이버멕틴이라는 구충제 사용과 관계있다는 주장이 있어 좀 더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버멕틴은 유행 초기부터 코비드 19 예방 및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던 약이죠.
2021년 4월 28일 인도 정부는 급증하는 확진자에 대한 대책으로 치료 지침을 개정 발표하는데, 여기에 초기 치료제로 이버멕틴 사용을 권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게 됩니다. 인도도 미국처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해서 주별 상황도 살펴보았는데, 몇몇 주에서는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목적으로도 사용하고 있더군요. 정반대로 아직까지 치료제로도 사용을 금지하는 주도 있고요. 현재 언론보도에 기반하여 확인 가능했던 4개 주를 대상으로 확진자 증감 추이를 비교해보니 치료 및 예방 목적으로 이버멕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3개 주에서만 뚜렷한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군요.
이러한 인도의 결정은 최근 WHO에서 발표한 이버멕틴에 대한 입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2021년 3월 31일 WHO에서는 그동안 발표된 이버멕틴에 대한 16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결과 (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를 검토하여 임상시험 용도 외에는 어떤 코비드 19 환자에게도 이버멕틴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권장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상당수 RCT가 이버멕틴의 효과를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WHO가 사용금지라는 결론을 내린 배경에는 지금까지 시행된 연구들의 방법론적 제한점으로 인하여 효과를 판단할만한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WHO의 결론과는 달리, 연구자들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메타분석은 전혀 다른 결론을 도출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Internatioal Ivermectin Project Team에 의하여 시행된 18개 RCT에 대한 메타분석에서는 이버멕틴의 치료 및 예방제로서의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특히 위중증 코비드 19 환자의 사망률을 약 74% 낮추고 예방 효과도 약 85% 정도로 보고하였는데, 아래 그래프는 연구결과 중 일부입니다. 비록 이 논문에서도 개별 연구들이 가진 여러 가지 제한점들로 인하여 정교한 설계와 충분한 표본크기를 가진 대규모 RCT가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만 WHO의 결론과는 매우 큰 온도차가 있습니다.
이버멕틴의 항바이러스 효과는 일찍부터, 즉 코비드 19가 등장하기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세포 실험에서 사용되는 농도는 사람이 복용하여 도달할 수 있는 농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세포실험 결과를 바로 인체에 적용할 수 없으며 반드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필요로 하죠. 그러나 그 누구도 인체에서 이버멕틴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평가하고자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버멕틴은 40여년간 오로지 구충제로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비드 19 유행이 이버멕틴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검정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게 됩니다. 기생충 질환이 흔한 제3세계국에서는 평소 이버멕틴을 구충제로 널리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규모 임상연구가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었고, 초기 결과는 의사들을 흥분시킬 정도로 고무적이었죠. 그러나 잘 계획된 대규모 RCT 연구에 익숙해진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인도, 방글라데시, 터키, 파키스탄, 이란 등에서 시행된 이버멕틴 연구들은 상당히 허술해 보입니다. 따라서 개별 연구들이 보여준 흥미로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죠. 즉,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할 수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2021년 3월 이버멕틴에 대한 또 하나의 RCT결과가 발표되는데 이 논문은 JAMA라는 아주 명망 높은 저널에 실리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표된 RCT와는 달리 이번 RCT의 결론은 이버멕틴이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고 이 결과는 뉴욕타임스에 실릴 정도로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제가 작년 3월 역시 JAMA에 실린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의 효과에 대한 RCT결과를 소개하면서 RCT 최종 결론이 1차 결과변수와 2차 결과변수에 따라서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설명드린 바 있는데요, 이번 논문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 RCT는 평균 연령 37세인 경증 코비드 19 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 1차 결과변수가 “증상 호전 때까지의 기간"이라는 상당히 주관적인 변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는데, 여기서 처음 RCT를 계획할 때 1차 결과변수는 이 변수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 프로토콜상 1차 결과변수는 “임상증상 악화 여부”라는 비교적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변수였는데, RCT진행 과정 중에 발생 건수가 너무 작다는 것을 알게 되어 1차 결과변수 자체를 바꾸었다고 논문에 기술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이 변수는 2차 결과 변수중 하나로 포함시켰습니다.
해당 논문에서 “임상증상 악화 여부”와 관련된 결과를 보면 이버멕틴 투여군 2%, 대조군 5%입니다. 대조군에서 발생률이 약 2.5배 정도 더 높았습니다만 통계적 유의성이 없어 차이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연구자들이 1차 결과변수 자체를 바꾸지 않고 표본크기를 2배쯤 더 늘리거나 혹은 경증보다 더 심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포함시키는 쪽으로 연구계획서를 변경했더라면 어떤 결과를 보였을까요? 아마도 논문의 결론은 지금과 상당히 달라졌을 듯 합니다. 그 외에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론적인 이슈들이 존재했고요.
어쨌든 WHO에서는 제3세계 국에서 발표된 임상연구들은 믿을 수 없는 결과이고 JAMA에 실린 논문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RCT에서 이버멕틴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한,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버멕틴에 대한 대규모 RCT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규모 RCT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하여 더 이상 이런 연구는 독립적인 개별 연구자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WHO에서 대규모 RCT결과만을 요구하는 한, 이버멕틴의 항바이러스 치료제로서 가능성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증명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RCT는 객관적으로 효과가 검정된 치료법만을 사용하겠다는 근거중심 의학(Evidence-baesd medince, EBM)의 핵심 방법론입니다. 현대의학에 EBM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이며 그 이후 빠른 속도로 거의 모든 응용 학문분야에 접목되기 시작했죠. 몇십 년 동안 EBM의 위치는 그 누구도 시비를 걸지 못할 만큼 확고부동해 보였지만, 최근 그 아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자세히 다루겠습니다만, 이버멕틴 사태는 그 균열에 다시 한번 충격을 가하는 사례가 될 듯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과 관련된 이슈에서 WHO가 가진 위상은 대단합니다. 어떤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WHO가 정리해주면 그것이 정답인양 받아들여졌죠. 하지만 공존할 수밖에 없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이번에 WHO가 벌였던 일은 무능한 것은 물론이고 선의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면 락다운을 하지 않으면 대재앙이 발생할 것처럼 전 세계적인 공포를 조장한 것, Test, test, test라고 외치면서 대규모 PCR 검사에 앞장선 것, 집단면역의 정의에서 백신 접종만 남기고 자연 감염을 삭제한 것, 그리고 이버멕틴 사용금지까지.. 사실 이버멕틴 사용 여부는 WHO가 나서서 가타부타할 사안이 아닙니다. 대규모 RCT로 증명된 효능이 있건 없건, 이버멕틴은 WHO의 제3세계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안전하고 저렴한 약입니다. 설사 플라세보 효과만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이버멕틴 사용에 대한 인도의 이번 결정으로 현재 WHO의 심기가 매우 불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전 인류의 건강을 외치면서 각 국가의 보건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WHO는 이제 제 본분에 맞는 자리를 찾아주어야 할 듯싶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이버멕틴 사용과 인도의 확진자 급감 추이 간의 관련성을 두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만, 향후 인도의 코비드 19 사태가 어떤 경로를 밟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군요.
**추가합니다
최근 발표된 아래 논문이 Ivermectin에 대하여서는 가장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Impact factor (IF)의 관점에서 본다면 JAMA보다 급이 많이 떨어지는 저널이지만 더 이상 저널의 IF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Pierre K, et al. Review of the Emerging Evidence Demonstrating the Efficacy of Ivermectin in the Prophylaxis and Treatment of COVID-19. American Journal of Therapeutics 2021;28:e299-e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