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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r 27. 20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는 알게 모르게 암환자들에게 꽤나 알려진 방법입니다. 현재는 주로 기존 항암치료의 보조요법 정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자체를 항암치료법 중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죠. 정맥주사로만 도달할 수 있는 아주 높은 농도의 비타민 C가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다는 실험 연구결과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결과가 없어서 “효과가 있다는 증거 없음”이 의학계의 공식입장입니다 (참고: 1970년대 NEJM에 효과가 없다고 발표된 두편의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은 정맥주사가 아닌 고용량 비타민 C 보충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


하지만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 중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통하여 그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질문은 단지 일부일 뿐입니다.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비용이 보통의 연구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치솟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임상시험으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는 주체가 있으면 임상시험이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지지부진하다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도전적인 질문일수록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전제조건인 임상시험 심사위원회 (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져 버렸죠. 이런저런 현실적인 제약들이 결국 유능한 연구자들을 점점 더 하기 쉬운 연구들로 몰리게 만들어 버렸는데요,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했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은 18C 영국의 군의관이었던 제임스 린드가 했던 임상시험입니다. 그 당시 잇몸에서 피가 흐르면서 시름시름 앓다 죽는 괴질이 장기간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 매우 흔한 병이었으나 그 원인을 몰랐죠. 뭔지는 몰라도 먹는 음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제임스 린드는 단 12명의 환자를 2명씩 6군으로 나눠서 각각 다른 음식을 먹여 봅니다. 며칠 만에 오렌지와 레몬을 먹은 환자 증상이 급속도로 호전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이후 영국 해군은 천하무적이 되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죠.


제임스 린드는 연구비도 없었고 IRB를 통과할 필요도 없었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표본수를 수백 명, 수천 명으로 늘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렌지와 레몬을 먹은 단 2명의 결과가 세상을 바꾸어 버렸죠. 오렌지와 레몬 안에 들어 있었던 특정 성분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입니다.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비타민 C입니다.



초기의 비타민 C에 대한 관심은 결핍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비타민 C에 대한 관심은 고용량입니다. 고용량이라면 정맥주사든 보충제든 다 비슷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둘은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보충제로 먹는 비타민 C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고용량이 아닙니다. 진정한 고용량은 정맥주사로서만 가능하죠. 특히 암환자의 경우 정맥주사에 집중해야지 정맥주사와 보충제를 같이 사용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루고 오늘은 때가 때이니만큼 감염병과 관련된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출까 합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 C는 항산화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맥주사로 투입된 고용량 비타민 C는 항산화제 (anti-oxidant)가 아닙니다. 오히려 일시적으로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는 pro-oxidant죠. 특히 H2O2농도를 급속도로 증가시킵니다. 여기까지만 읽고 "그래? 그럼 해롭다는 이야기군.." 이렇게 결론내리시면 안 됩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H2O2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지금 제가 하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H2O2는 영어로는 hydrogen peroxide, 우리말로는 과산화수소라고 부릅니다. 현재 신종 코로나 방역작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소독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죠. 그렇다면 방역작업에서 사용하는 과산화수소같이, 정맥주사로 투입된 고용량 비타민 C가 만들어내는 H2O2가 인체내에 침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을까요? 사실 고농도 비타민 C가 만들어 내는 H2O2가 각종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들을 죽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1940년대부터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인체에서는 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는데요, 최근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가 매우 다양한 기전을 통하여 감염성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연이어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패혈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연구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패혈증이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혈액을 타고 다니면서 각종 장기 손상을 야기하고 급속히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당연히 패혈증을 야기할 수 있고요. 아무리 개연성이 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더라도 의사들은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으로 증명되지 않은 치료 효과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19년 10월, 드디어 패혈증과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을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첫번째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결과가 JAMA라는 유수한 학술지에 보고됩니다. 과연 그 최종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결과를 논하기에 앞서, 먼저 이 임상시험이 가지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지점부터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 연구는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하여 장기부전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SOFA score)와 염증 지표 등을 1차 결과 변수로, 사망률을 2차 결과 변수로 두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패혈증과 같이 치사율이 높은 질병의 경우에는 사망률을 1차 결과 변수로 두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지표가 어떻든지 간에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생존여부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이 임상시험은 사망률을 2차 결과 변수로 두었을까요? 가장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는 변수가 가진 속성상 SOFA score와 같은 지표들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사망률까지 유의한 차이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예상했기 때문일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SOFA score는 사망률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므로 SOFA score만으로도 충분히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의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고요.  


어쨌든 그렇게 계획하여 IRB심사를 통과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연구 종료 후 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놀랍게도 1차 결과 변수로 선택한 각종 지표들은 차이가 없으나 2차 결과 변수 중 하나인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와버립니다. 아마도 그때서야 연구자들은 아뿔싸!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결정된 1차 결과 변수에서 차이가 없으므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의 엄정한 규칙에 의거하여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의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기계적인 분석과 해석만이 엄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믿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의 큰 맹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환자들에게 중요한 지표들인 사망률과 중환자실 재원일수 등이 비타민 C 고용량 투여군에서 유의하게 낮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특히  비타민 C가 정맥으로 실시간 투여되고 있었던 초기 4일간의 사망률은 대조군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낮았고요. 그러나 계획 단계에서 사망률을 1차 결과 변수로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 놀라운 결과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겁니다.  


그런데 이 결과는 뭔가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SOFA score와 사망률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 연구에서는 초기 4일간 비타민 C 고용량 투여군의 사망률이 그렇게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SOFA score에는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았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초기에 사망한 환자들은 SOFA score를 측정하지 못하여 최종평가에서 빠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즉, 이 논문의 경우 SOFA score가 아니라 사망률로 그 효능을 평가하는 것이 더 타당한 연구입니다. 그리고 폐혈증 환자에서 비타민 C 고용량 정맥주사의 효능을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으로 입증한 주요 연구로 간주될 수 있어야 하고요.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에게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를 권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비타민 C와 코로나로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 국내 기사들은 예외없이 소위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부정적인 결론으로 마무리합니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연구결과들이라면 충분히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가 인체 내에서 일시적으로 만들어내는 활성산소, 즉 H2O2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H2O2는 그 자체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죽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호메시스 현상을 유도하는 핵심기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운동할 때 한 알 항산화 비타민제 복용이 나쁜 이유”라는 글에서 우리는 현재 “항산화제”와 “항산화 효과”를 혼돈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운동을 포함하여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많은 식품들과 생활습관들은 항산화 효과를 보이지만 그 자체가 항산화제(anti-oxidant)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활성산소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pro-oxidant들이죠. 하지만 이러한 활성산소들이 호메시스 반응을 통하여 생명체가 default로 장착하고 있는 항산화 시스템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항산화 효과를 보이게 되는 겁니다.


제가 “신종 코로나 대응, 면역력을 일깨우는 ABCDE”라는 글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생활습관은 미토콘드리아에서 H2O2생성을 활성화시켜서 호메시스를 유도하는 방법이라면, 고용량 비타민 C정맥주사를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H2O2 생성을 인위적으로 유도함으로써 적극적인 의미에서 호메시스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다고 알려진 신종 코로나를 상대로 고용량 비타민 C정맥주사의 사용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의사들이 약물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용량 비타민 C정맥주사는 두어 가지 사전 검사만 거치면 체중 1kg당 1.5g까지 사용해도 거의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체중 1kg당 1.5g이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양인데요 그 정도로 안전하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패혈증 환자에게 시도되고 있는 비타민 C의 용량은 체중 1㎏당 하루 약 0.2g 정도인데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용량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암과 같이 이미 널리 사용되는 표준치료법이 존재하는 질병을 대상으로 고용량 비타민 C 정맥주사의 효능을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으로 평가하는 것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와 같은 경우는 다릅니다. 누가 먼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용기 있게 시작해보는가? 의 문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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