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2주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실에서 체감하는 타인과의 거리는 부쩍 좁아진 듯한데, 공식적으로는 이런 대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정부의 고민도 꽤나 컸을 듯합니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일찍 끝내고 털어버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야 사람들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생활 방역이든 아니면 오히려 더 강도 높은 셧다운이든, 일단 2주 후가 지금과 다르기 위해서는 기존에 해 왔던 PCR 검사와 격리만 열심히 하면서 이 기간을 그냥 보내면 안 됩니다. 신속히 항체검사를 시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 신종 코로나 진단을 위하여 기존 PCR 검사에 항체검사를 추가하는 방안이 논의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항체는 감염 초기에 만들어지는 IgM 항체를 말합니다. 이론적으로는 PCR과 IgM 항체를 같이 검사하면 감염자를 찾는 그물이 더 촘촘해집니다. 따라서 모든 감염자를 선제적으로 찾아서 격리하고자 하는 우리나라 신종 코로나 대응기조와 잘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체검사의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대규모 검사는 가능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진단 목적으로 사용하면 그로 인한 다른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 가능합니다.
지금 이 글에서 이야기 하는 항체검사는 IgM 항체가 아니라 IgG 항체를 의미합니다. 현재 감염 여부를 알려주는 IgM 항체와는 달리, IgG 항체는 이미 지나간 감염을 알려주죠. 신종 코로나로 진단받았다가 완치된 사람들은 IgG 항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만 IgG 항체를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무증상자와 경증 환자 비율이 높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지는 특성상,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나은 사람들도 적지 않게 우리 주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들도 역시 IgG 항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2월 말 대구에 유명한 31번 환자가 등장하고 신천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대구시민 37,000명에 대한 선제 PCR 검사 계획 발표를 보고, 여러 경로를 통하여 대구시민들을 대상으로 IgG 항체검사부터 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환자의 공식적인 첫 보고는 12월 말이었습니다만 이미 11월부터 정체불명의 폐렴 환자들이 증가했고, 무증상자와 경증 환자들의 비율이 높아서 상당수 대구 시민들에게 바이러스가 항체만 남기고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었죠. 하지만 의사 결정을 하시는 분들이 보기에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었던지 별 반응이 없더군요.
그로부터 다시 한 달 이상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확실히 때가 온 듯합니다. 인구집단에서 IgG 항체 형성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대처 수준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합니다. 며칠 전 WHO에서 코로나 19 항체검사 국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국제 공동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중요하니 그대로 진행하고,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지역별 IgG항체 수준을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시작했거나 계획 중에 있네요.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보여준 기동력이라면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내에 대략적인 윤곽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초지일관 집단면역이 일정 수준 올라오지 않고는 신종 코로나 사태의 해결은 난망하다고 주장했던 역학자로서 집단면역에 대한 국가 간 입장 차이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이슈는 스웨덴이었죠. 오늘 영국에 이어 스웨덴의 집단면역 정책도 실패했으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선회한다는 기사가 엄청나게 올라오더군요.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이면 집단면역의 실패를 의미하는 건가요? 앞서 "신종 코로나 집단면역에 대한 마지막 글"에서도 적었듯, 완화 전략에서 집단면역은 필연적 결과물입니다. 집단면역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집단면역을 선택한 나라이고 언급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은 나라이고.. 그런 것이 아니듯, 집단면역을 이야기했던 나라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를 높이고 일시적으로 지역봉쇄를 한다고 해서 집단면역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의료시스템의 과부하가 예상되어 집단면역 생성 속도를 늦추는 것일 뿐이죠.
현재 대부분 사람들이 집단면역을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하지만 집단면역이란 완화 전략의 감춰진 다른 이름이라고 봐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와 같은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지금처럼 온 지구를 휩쓸면 집단면역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불편한 개념이라고 무조건 부정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가장 도움되는 방향으로 이 개념이 작동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