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덕희 Mar 24. 2020

신종 코로나 집단면역에 대한 마지막 글

집단면역 이야기는 이제 그만 쓸려고 했었는데, 어제오늘 마구 쏟아지는 관련 기사들을 보고 있자니 이 글까지는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서 언급된 집단면역에 대하여 오늘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이 있었습니다. 집단면역은 이론적 개념일 뿐, 무려 "3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게 되므로 방역대책으로 고려하지 않으며 여전히 "감염 최소화"가 목표라고 발표했더군요. 그 근거로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위하여서는 인구의 70%가 감염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인구 약 5천만 명 중 3천5백만 명이 감염되어야 하고 현재 치명률이 1%이기 때문에 35만 명의 사망자가 나온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집단면역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백신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집단면역의 기본 개념은 치명률이 매우 낮은, 거의 0에 수렴하는 건강한 사람들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전체 인구수를 두고 1%의 치명률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즉,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1) 치명률이 0에 수렴하는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 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집단면역을 올려 가고 2)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가능한 한 감염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고 3)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조기진단과 치료로 치명률을 낮춰가고.. 이 3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혹자는 현실감 없는 desk theory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완화 전략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전략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3) 번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문제는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후에도 계속 "감염 최소화"를 지향점으로 잡고 역학조사와 선제검사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1) 번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대부분 사람들이 집단면역을 어떤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감염자를 단기간에 적극적으로 늘이는 상황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백신이 아닌 다른 방법을 이용하여 집단면역을 적극적으로 높이고자 하는 시도는 당연히 위험한 선택입니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없고요. 하지만 신종 코로나와 같은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전파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집단면역이 있습니다. 대부분 무증상자이며 경한 증상만으로 지나가죠. 신종 코로나와 같이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집단면역은 그냥 두고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제가 집단면역에 대하여 올린 첫 번째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이런 감염조차 오로지 전파방지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들여 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집단면역이라는 순기능을 반드시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무증상자와 경증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전파력이 높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대로 하는 장기간의 봉쇄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저는 여전히 회의적입니다. 대부분 나라들이 일정 수준 집단면역을 획득하고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후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감염을 막기 위해서 지금처럼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큽니다.  하지만 어쨌든 선제검사를 통하여 모든 감염자를 미리 찾아서 격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포함한 우리 국민들이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방호복과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