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덕희 Aug 27. 2019

운동할 때 "한 알" 항산화 비타민제 복용이 나쁜 이유

활성산소는 건강과 관련된 글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전문가들이 쓴 글에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반인들이 쓴 글에는 더 흔하게 나옵니다. 모든 글에서 활성산소는 세포를 무차별로 공격하고 노화를 촉진시켜 암을 포함하여 온갖 병을 다 일으킨다고 적고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활성산소를 없앤다는 다양한 비법들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연히 활성산소는 없는 것이 건강에 제일 좋은 것이라고 믿으면서 삽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빨리 벗어나면 날수록 우리는 생명 현상의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활성산소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와 같이 완전히 다른 두 얼굴을 가지고 생명체 안에 공존하고 있거든요. 


우리 주위에는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는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피하면서 살아야 할 것 같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활성산소를 높이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의 대명사격인 운동입니다. 그 좋다는 운동이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활성산소를 증가시키는 현상을 두고 혹자는 운동의 역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운동은 “활성산소를 적절히 올려서” 건강에 좋게 작용하는 것입니다. 


그 기전은 제가 현미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에서 적어 두었듯이 식물성 식품 안에 있는 파이토케미컬들이 건강에 좋게 작용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바로 호메시스의 원리죠. 운동이 보여주는 호메시스 현상을 특별히 미토호메시스(mitohormesi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세기 내내 유사과학으로 내몰렸던 호메시스가 21세기에 와서 화려한 부활을 하게 된 데는 이 미토호메시스 연구자들이 지대한 공헌을 했죠.  


운동할 때 활성산소가 올라가면 우리 몸은 이를 신호로 삼아 세포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유지 및 보수 기능을 최적화시키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항산화 시스템의 활성화입니다. 산화스트레스 관점에서 본다면 운동을 하는 동안 활성산소 양과 산화스트레스는 증가합니다. 그러나 운동을 끝내고 나면 서서히 반전이 일어납니다. 호메시스가 작동하면서 우리 몸의 항산화 시스템의 활성도가 높아지고 궁극적으로는 산화스트레스가 운동하기 전보다 더 낮아지는 반응을 보이죠. 단, 이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운동을 한 후에는 충분히 쉬어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호메시스라는 현상에 대하여 전혀 이해가 없었던 시절 (뭐.. 지금도 여전히 없습니다만..) 사람들은 무조건 활성산소는 없애야 할 적으로 간주했죠. 특히 운동을 할 때 급증하는 활성산소를 눈에 가시처럼 여겼습니다. 운동할 때 활성산소를 없애준다면 훨씬 더 운동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다양한 항산화비타민을 실제로 많이 복용했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정반대로 항산화 비타민을 복용하면 운동의 효과가 사라진다는 연구들이 잇달아 보고되면서 이 열풍은 사라졌습니다만 고정관념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죠. 지금도 여전히 운동 전후에 습관처럼 항산화 비타민제 한 알을 입 안에 털어 넣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직접 연구결과를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서 잘 알려진 논문 한편을 링크 겁니다. 


우리는 현재 항산화제와 항산화 효과를 혼돈하고 있습니다. 운동을 포함하여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많은 식품들과 생활습관들은 항산화 효과를 보이지만 그 자체는 항산화제(anti-oxidant)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체는 활성산소를 일정 수준 높이는 pro-oxidant죠. 하지만 호메시스 반응을 통하여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항산화 시스템을 활성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항산화 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운동하실 때 항산화 비타민을 애매한 양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게 되면  애써 만들어낸 활성산소들을 이 놈들이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겁니다. 제가 여기서 "애매한 양"이라고 굳이 적은 이유는 소위 메가 요법이라고 하는 초고용량은 또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적절한 양"이 아닌, "반응성이 높은 과량의" 활성산소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몸에 매우 해롭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량의 활성산소가 끼치는 해악을 가능한 한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항산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신출귀몰한 능력에 비하자면 우리가 먹는 항산화 비타민제의 효과는 조족지혈에 불과합니다. 이 능력을 일깨우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이 중 하나가 운동이죠. 그러나 운동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운동하면서 항산화 비타민제 한 알 삼키는 일 따위는 삼가해야 합니다. 그 대신 운동 후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넉넉한 휴식을 취해주면서 이런 음식들을 곁들인 식사가 필요합니다. 이런 음식들이 어떤 음식들인지는 다음 글에서 설명드리도록 하죠. 


작가의 이전글 허용기준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거짓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