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앞서 글에서 운동할 때 “한 알” 항산화 비타민제를 털어 넣으면 활성산소를 신호로 시작되어야 하는 호메시스 연쇄 반응의 귀한 불씨를 꺼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마친 후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이런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고 연막만 치고서는 글을 끝냈죠. 오늘은 그 이야기를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올린 글들을 읽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먹거리를 두고 그 안에 포함된 개별 성분을 따지면서 이건 좋고 저건 나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접근법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연구자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만은 어떤 특정 성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이야기를 아니할 수가 없네요. 적고 보니 뭐 대단한 천기누설이라도 하는 듯 보이지만.. 이것도 다 읽고 나면 낯설지 않은 이야기일 겁니다.
운동이든 파이토케미컬이든 간헐적 단식이든 적절한 외부 자극이 주어진 후, 금쪽같은 호메시스 반응이 제대로 줄지어 일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글루타치온(glutathione)이라고 부르는 성분입니다.
글루타치온이 생명체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을 많이 하는지를 설명하자면 삼박 사일도 부족한데요, 어떤 이유로든 글루타치온이 장기간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백약이 무효인 총체적 난국이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늘 이야기하는 지용성이 강한 화학물질들에 장기간 노출되면 글루타치온이 부족해집니다. 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글루타치온이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는 인공지능이 양자컴퓨터와 두 손을 맞잡고 등장해 본들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죠. 당연히 이 글루타치온을 실시간으로 합성할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호메시스 반응이 일어나면 그 능력은 극대화되고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글루타치온의 합성에 필요한 재료들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렇습니다. 아무리 글루타치온을 합성하는 효소들이 일을 하고 싶어도 핵심부품이 모자라면 글루타치온 합성이 제대로 될 수가 없거든요. 글루타치온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호메시스 효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글루타치온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테인, 글라이신, 글루타메이트, 이렇게 3가지 아미노산이 재료로 필요합니다. 이 중 가장 부족해지기 쉬운 핵심부품이 시스테인입니다. 나머지 2개는 늘 풍부하게 존재해서 크게 중요하지 않고요. 이 시스테인은 외부에서 직접 음식을 통하여 공급될 수도 있고 메티오닌이라는 다른 아미노산으로부터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시스테인이나 메티오닌 모두 원자번호 16번 황(S)을 포함하는 아미노산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요즘 황이 포함된 보충제들이 대유행이죠. 대표적으로 MSM이라는 것이 있고 글루타치온, 시스테인도 보충제로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보충제든 이를 장기간 복용하는 데에 대하여서는 부정적이기 때문에 (“단기”로 먹는 것은 아무 문제없으며, 몸이 좋아진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먹는 음식을 제대로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럼, 도대체 뭘 먹어야 이 핵심부품 공급이 제대로 될까요?
음식 단위 g당 함량을 보면 식물성 식품보다 동물성 식품에 이 핵심부품이 훨씬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루타치온의 관점에서 본다면 동물성 단백질의 적절한 공급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황을 포함하는 아미노산들은 열을 비롯한 외부조건에 약하기 때문에 익히거나 저장기간이 증가하면 파괴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죠. 즉, 동물성 식품을 날 것이나 가능한 한 덜 익힌 상태에서 먹는다면 바람직합니다만 익혀서 먹으면 그 의미가 줄어듭니다 (또 다른 딜레마도 있습니다만 이번 글에서는 일단 생략하겠습니다).
전통적으로 동물성 식품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을 자세히 살펴보면 익히지 않은 상태로 혹은 최소한의 열만 가한 상태에서 동물성 식품을 먹는데 대하여 별로 거부감이 없다는 사실, 혹은 그러한 식습관을 즐긴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서양사람들 스테이크 먹는 걸 보면 겉만 살짝 익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상태로 먹는 것을 선호하며 에스키모인들은 사냥한 바다사자의 눈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빨아먹더군요. 마사이족은 방금 사냥한 동물의 뜨거운 피를 그대로 들이키고 몽고인들은 자신들이 기른 동물에게서 나오는 우유를 짜서 그 자리에서 마십니다. 신선도가 생명인 생선회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데 동물성 식품들을 그렇게 먹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당연히 식물성 식품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절대량은 동물성 식품에 못 미치지만 글루타치온의 합성에 필요한 원재료는 식물성 식품에도 꽤나 포함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식물성 식품은 열을 가하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먹는 것이 용이한 식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식물에는 운동과 유사하게 호메시스를 자극할 수 있는 수많은 파이토케미컬이 같이 포함되어 있죠. 즉, 식물성 식품을 신선한 상태로 먹게 되면 글루타치온 합성에 필요한 원재료의 공급과 함께 그 재료들을 엮는데 필요한 효소들을 활성화시켜 주는 호메시스 작동을 위한 자극이 동시에 주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거리를 평가할 때 단순히 특정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 있나? 와 같은 단편적인 관점이 아니라 지금 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보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식물성 식품 중에서 특히 황이 많이 함유된 종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찾아보니.. 소위 음욕과 화기를 불러일으켜서 수도 정진하시는 스님들에게는 금기시된다는 마늘, 파, 양파, 부추와 같은 오신채에 많이 함유되어 있더군요. 음.. 스님들은 육식도 하시지 않는데 오신채까지 금하면 미세먼지를 포함하여 모든 것이 오염된 이 현대사회에서 건강관리하시기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견성성불도 일단 건강하게 살아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니 불가의 계율도 시대에 맞게 좀 손을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먹거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죠. 동일한 식품이라 하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서 황 함량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황뿐만 아니라 토양의 미네랄 부족이 전 지구적 문제가 된 지 오래인데요, 땅의 문제는 식물의 질로 그대로 연결되고 당연히 그 식물을 먹고사는 동물과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문제의 크기는 현재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합니다. 조만간 땅을 살리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서 먹거리를 키워서 공급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녀들 진로지도에 한번 고려해보심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