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덕희 May 29. 2021

더 이상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강제하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워낙 초기부터 K방역이라는 상자 안에 다 같이 손잡고 자진해서 들어가 버린 경우라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하여 가장 문제의식이 없는 국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이나 방역당국의 발표를 아무런 질문 없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을 보면서, 세계 최고의 주입식 교육 성과가 드러나는 현장을 보는 듯 했습니다.  


코비드 19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슈들은 향후 재평가될 것으로 보는데, 마스크 착용은 그중 하나입니다. 며칠 전 방역당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하면 야외서 노 마스크를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코비드 19에 대한 기본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동아시아권 국가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하여 실외 마스크 착용을 두고 딜하는 방역당국을 지켜보는 심정이 참담했습니다만, 더 암담했던 것은 노 마스크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댓글들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국민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걸까요?


코비드 19가 등장하기 전,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계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하여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그것도 "야외에서까지" 착용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유행 초기인 작년 2,3월까지만 하더라도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하는 국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게 됩니다. 저는 그 이유를 동아시아권이 코비드 19에 대하여 선방하고 있는 비결을 마스크 착용에서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주인공이 총알을 맞아도 멀쩡한 이유는 점퍼 안에 감춰진 방탄복 때문이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그 점퍼 덕분이라고 생각하죠. 저는 비슷한 일이 코비드 19에서도 벌어졌다고 봅니다. 동아시아권의 지극히 낮은 코비드 19 사망률에 대한 이유는 높은 교차면역 수준과 같이 생물학적인 요인에서 찾았어야 했지만, 방역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방역 만능주의자들은 마스크와 같은 물리적 장치가 그런 일을 했다고 믿어버렸습니다.




유행 초기 서구권에서는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심했습니다만, 마스크 착용이 선방하는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장기간 하는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한 뚜렷한 과학적 증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이라는 가상의 환경 혹은 병원과 같이 특수 조건에서 이루어진 연구들 그리고 몇몇 에피소드에 가까운 사례들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인류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수많은 국가에서 전 국민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이 시행됩니다. 많은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 이후에도 여전히 확진자들이 폭증했지만, 한번 시행된 정책은 질문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세에 저항한 국가가 있었다는 것은 인류 미래를 위하여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유럽권에서 노마스크로 대응한 거의 유일한 국가가 스웨덴인데, 현재 스웨덴 소식이 궁금하신 분은 “스웨덴이 주는 교훈, 코비드 19는 벌거벗은 임금님?”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미국도 주마다 상당히 다른 입장을 가졌는데 최근 미국의 주별 마스크 의무화 정책의 효과를 평가한 논문에 의하면 결론적으로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거나 말거나 장기적으로 보면 똑같다는 겁니다. 지역사회에서 마스크 착용의 전파방지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연구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험실 환경이나 특정 조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매우 중요해 보이지만,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일상에서 마스크 착용 효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되면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의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가져올 폐해는 우리가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마스크 의무화 정책: 업그레이드된 골드버그 장치”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글은 면역시스템 발달을 위하여 미생물에 대한 노출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쓴 글 입니다만, 그 외에도 장기간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의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등 모든 발달 영역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장기간 마스크 착용의 건강 위해 가능성에 대하여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는 리뷰 논문을 링크합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코비드 19보다 매년 찾아오는 계절성 독감이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독감이 유행한다고  모든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지금처럼 하루 종일 마스크 착용을 국가가 강제했던 적이 있었던가요?  어린이들은 코비드 19에 감염되어도 무증상 혹은 감기 정도로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지역사회에서 노마스크로 보육시설과 학교를 열어도 의미 있는 전파원이 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최고의 의학 저널인 NEJM에 발표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 고수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 사회는 코비드 19 사망자수가 아닌 확진자수에 국가의 명운을 걸어버리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였습니다. "무분별한 PCR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면?"에서 적었듯 PCR 검사에 기반한 확진자수는 의미 없는 정보에 가깝습니다만, “전파 최소화”를 목표로 내세운 방역당국은 확진자 수 줄이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무슨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도입해왔죠.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전파 최소화를 목표로 삼은 이상, 한번 도입된 정책은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별 효과 없다는 연구 결과가 쌓여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 착용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마스크 착용에 길들여져서 유행이 끝나도 계속 마스크를 끼고 다니겠다는 사람들까지 생긴 듯합니다. 담배도 본인이 원하면 평생 피우는데, 마스크 착용도 원하시는 분들은 평생 하면 됩니다. 아무도 말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들, 특히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상대로 효과도 불분명하고 장기적으로 여러 가지 폐해를 끼치는 마스크 착용을 강제해서는 안 됩니다.


얼마 전 미국 텍사스 주지사가 앞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는 통쾌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경직성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파격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습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진정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백신 접종과 야외 마스크 착용을 가지고 딜하는 일 따위는 그만 중지하고 하루속히 아이들만이라도 마스크의 굴레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합니다.


**추가합니다

댓글 질문에 대한 답글로 올렸습니다만 댓글을 읽지 않으시는 분들을 위하여 본문에 추가합니다. 아직까지 대부분 사람들은 마스크 덕분에 감기와 독감이 사라졌다고 믿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독감과 감기은 마스크와 방역때문에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매우 중요한 이슈이므로 일전에 올린 "왜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을까"를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구충제 이버멕틴, 세기의 스캔들 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