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만능주의자들이 지배한 세상이 우울하다 못해 절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코비드 19 유행 후 독감과 감기 환자들이 사라져 버렸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이런 뉴스를 보면서 역시 감염병 예방에는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최고라고 이야기합니다. 독감과 감기는 사라졌는데 여전히 코비드 19가 유행하는 이유는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코비드 19가 독한 놈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합니다. 방역 만능주의자들은 우리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켰기 때문에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다고 칭찬하고, 이에 고무된 국민들은 더욱 열심히 지켜야겠다고 결의를 다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독감과 감기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이는 전 세계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방역 꼴찌 국가라고 비웃고 있는 미국과 유럽권 국가들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이런 국가들도 락다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을 어떤 형태로든 시행했기 때문에 여전히 방역 덕분이라는 방역 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만약 스웨덴에서조차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다면? 그제야 우리는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계속 “버텨준 스웨덴이 고맙다”라고 이야기했던 이유입니다.
방역 때문에 독감과 감기가 사라진 것이라면, 마스크를 끼지도 않고 사회를 열어 두었던 스웨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어야 하는가요? 당연히 독감과 감기를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코비드 19가 창궐했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스웨덴에서 조차 독감과 감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코비드 19가 차지했습니다 (관련 보고서를 링크합니다). 그 이유는 바이러스들 간의 싸움에서 독감과 감기가 코비드 19에게 자리를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코비드 19가 숙주를 선점해버렸기 때문에 이 놈들은 쫓겨난 거죠. 즉, 독감과 감기가 사라진 것은 방역 만능주의자들이 주장하듯 방역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를 학술용어로는 “virus-virus interaction” 혹은 “virus competi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 단어를 키워드로 해서 pubmed를 검색해보면 관련 논문이 수천 편이 뜰 겁니다. 그 정도로 오래전부터 보고되어 왔던 현상입니다. 특히 호흡기계에서 보이는 경쟁구도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바이러스들 뿐만 아니라 박테리아-박테리아, 바이러스-박테리아 사이에서도 흔하게 관찰할 수 있는 일종의 자연현상입니다. 사실 생명체들이 동일한 서식장소를 두고 벌이는 생존 경쟁은 생태계의 기본 작동 원리죠.
저는 현재 정부와 학계에 포진하고 있는 방역 만능주의자들이 지구 탄생 이래부터 존재했던 생태계의 핵심 원리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반복해서 설명드렸던 교차면역, 집단면역, 병원체 간 경쟁 구도 등을 다 포함합니다. WHO를 포함하여 소위 방역을 좌지우지하는 전문가 집단들이 가진 유기체에 대한 이해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편협합니다. 유기체들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통조림 깡통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만든 방역시스템 없이는 사회가 무너진다고 착각을 하고 있는 거죠. 방역 정책으로 인하여 오히려 각종 감염병과 만성질환에 훨씬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그 착각을 깨트리는 것.. 최소한 스스로는 불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국가에서 만든 방역시스템은 주판알, 백신은 탁상용 전자계산기, 건강한 유기체의 면역시스템은 양자컴퓨터에 기반한 슈퍼 AI입니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방역이 의미 있는 시점은 유행 초기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하기 전까지고,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되면 유기체의 면역시스템을 핵심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방역 만능주의자들은 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슈퍼 AI는 사용 금지시켜놓고 주판알과 탁상용 전자계산기만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상대해야 한다고 대중들을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사용금지 딱지가 붙었으나 여전히 모든 슈퍼 AI는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기만적인 것은 이 슈퍼 AI가 한 일을 두고, 방역 만능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주판알과 전자계산기가 한 일이라고 우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코로나 백신 의무접종, 백신 주민등록증, 백신 여권 법안이 발의되었고 거기에 더해서 수많은 감염병 관련 법안들이 줄이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감염병 유행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노하우를 체득한 것 같고, 생각하기를 멈춘 방역 만능주의자들과 합심하여 사회를 더욱더 방역이라는 올가미로 옭아매고 싶어 하는 듯합니다. 그 와중에 K방역 덕분에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고 믿게 된 대중들은 올가미의 힘이 강해지면 질수록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경지까지 가버렸고요. 이쯤 되면 이상 사회심리학의 좋은 연구 주제가 될 법도 합니다.
지난 1년 우리는 독감은 걸려서 죽어도 괜찮지만, 코비드 19는 무증상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런 코미디 같은 세상에 살았습니다. 미친 세상에서 다치지 않고 사는 방법은 같이 미치면 되는 것이지만, 최소한 제가 가진 이성은 이를 거부하는군요. 위빠사나 명상을 하듯,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앞으로 벌어지는 일을 또렷이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