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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Feb 08. 2021

방역 vs. 면역: 공존 불가능한 두 세계

Two-track 전략이 시급한 이유

건강한 사람에게 코비드 19란 감기, 독감조차 안 되는 감염병이라는 것쯤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치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위험군이 있죠. 코비드 19의 치사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나이입니다. 사실 고령자에게는 코비드 19뿐만 아니라 모든 호흡기계 감염병이 다 위험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런 감염병에 매우 초연하게 대처해 왔는데, 코비드 19가 등장하기 전부터 폐렴은 우리나라 70, 80대 노인 사망원인 3,4위를 다투었고 사망자수가 매년 2~3만 명에 이르렀죠. 


젊은 사람에게는 대부분 무증상으로 끝나는 감염병이 고령층에서 사망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노화의 결과로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노화와 관련된 대부분 병이 그렇듯, 노화의 결과로 발생한 면역기능 저하는 되돌리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고령층을 코비드19와 같은 호흡기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병원체에 대한 노출을 피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바로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해왔던 방역이죠.


전파방지에 초점을 맞춘 방역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견 보기에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유행 초기가 아닌,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하고 유행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역의 개념이 인구 전체에 적용되면 사회 각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종종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더 커지게 되는데, 다른 분야는 차치하고 건강에만 국한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방역에 사용되는 대부분 방법들은 한 개인의 면역기능을 서서히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plasticity, 즉 가소성의 원리가 후성유전학과 함께 21세기 의학을 강타하고 있죠. 가장 잘 알려진 가소성은 신경가소성입니다만, 가소성은 유기체가 가진 모든 영역에 다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신경가소성을 이용하여 뇌를 훈련시킬 수 있듯이, 면역 가소성을 이용하여 면역계를 훈련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정반대로도 작용합니다. 가소성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다면 유기체의 기능은 점점 저하됩니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유기체 가소성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습니다. 규칙적 운동, 적절한 영양섭취, 스트레스 관리, 양질의 수면.. 등이 중요한 이유죠. 그러나 전파방지에 초점을 맞춘 각종 방역대책들은 이러한 건강한 생활습관의 실천을 전방위적으로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칩거생활과 비대면을 강제하는 코비드 19 유행 중에 인스턴트식품 소비량 증가와 운동부족 등으로 비만 인구가 늘어나 우울, 불안, 스트레스로 정신과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 다들 들으셨을 겁니다. 즉, 당장은 방역을 통하여 감염병을 피해 가는 듯 보이나 실제로 방역은 유기체들을 각종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면역 가소성이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활습관이 면역력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작년 2월에 올린 "신종 코로나 대응, 면역력 일깨우는 방법 ABCDE”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면역 가소성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보다 근본적인 요소에 대하여서는 다들 무관심한 듯 합니다. 바로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끊임없는 노출 경험입니다. 비록 엄중한 방역 치하에 있다 하더라도 본인 의지력으로 1년 365일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조차 미생물에 대한 노출 경험을 가질 수 없다면 자신의 면역계를 훈련시킬 수 없습니다.


따라서 면역 가소성의 관점에서 볼 때 미생물에 대한 노출 그 자체를 막는 것은 가장 나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건강한 사람들의 장기간 마스크 착용과 소독제의 일상적 사용에 대하여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입니다. 마스크 착용의 문제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글은 "마스크 의무화 정책: 업그레이드된 골드버그 장치"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와 같이 방역과 면역은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패러다임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이해하여야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의 문제점도 직시할 수 있고 대안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나쁜 생활습관, 체중 증가, 소독제에 대한 장기간 노출, 공생 미생물군의 변화 등은 각종 만성질환 발생 위험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현재 악순환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런 만성 질환은 코비드 19뿐만 아니라 각종 감염병의 잘 알려진 고위험군입니다. 결과적으로 방역의 패러다임이 장기간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 그 사회는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고 이는 향후 다른 감염병 유행이 찾아왔을 때 고위험군의 증가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하고 유행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전파억제 일변도의 방역정책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무증상자 비율이 매우 높은 코비드19와 같은 감염병은 위험도에 따른 투 트랙 전략, 즉 고위험군은 “방역 중심의 접근"을,  저위험군은 “면역 중심의 접근"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합니다. 건강한 유기체의 면역시스템은 방역과 백신으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지역사회 전파 후 바이러스는 방역대책에 관계없이 제 갈길을 가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건강의 관점에서만 보아도 투 트랙 전략이 우위에 있지만, 그 결과로 경제와 교육 같은 사회의 다른 필수 영역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시급합니다.


오늘 3차 유행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지 두 달여 만에 확진자수가 200명대로 떨어졌다는 뉴스가 뜨는군요.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은 혈서를 쓰면서 방역정책에 항의하는데, 역시 K방역이 최고라고 흐뭇해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 듯합니다. 코비드 19가 현재 우리 사회에 남기고 있는 유무형의 후유증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만, 전 국민의 편도체에 깊이 새겨져 버린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두고두고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을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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