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왔던 마스크 착용의 의미조차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이 시작되었군요. 앞서 “가장 강력한 방역대책은 교차면역입니다”라는 글에서 ‘최소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는 인간’들을 풍자하기 위하여 만든 골드버그 장치를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아마도 방역당국에서는 이 골드버그 장치를 계속 화려하게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적은 바 있는데요, 최근 3단계에서 5단계로 늘어난 사회적 거리두기의 디테일들과 장소별 마스크 착용 규정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나 나쁜 예감은 한 번도 빗나가는 적이 없는 듯합니다.
유행 초기부터 이런 성격을 가진 바이러스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습니다. 공존의 원칙은 단순합니다. 이 바이러스에 대하여 저항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사회에 많아야 합니다. 앞서 여러 번 소개드린 교차면역을 이용하는 것은 바이러스에 대하여 저항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자주 노출된 사람들은 그 자체로 이번 신종 코로나에 저항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감염되어도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교차면역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하여서는 일단 마스크를 벗고 일상 생활을 해주어야만 가능해집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공기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들이 존재합니다. 1세제곱미터 내에도 수천만 마리 아니 수억 마리 이상이 존재할 겁니다. 나무, 풀, 꽃, 동물, 곤충과 같이 생명체들로 가득 찬 산과 들로 나가면 더욱 다양하게 많습니다. 이런 미생물들은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공기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모든 생명체의 면역시스템 훈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제는 장내 미생물이 인체 면역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장내에서 발생하는 일과 똑같은 일이 우리 호흡기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장내 미생물은 공기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보다 분석적 연구의 대상이 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화하기도 좋기 때문에 쉽게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기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아직 갈 길이 엄청나게 멉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타고난 추론 능력으로 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내 미생물을 분석해보면 유익균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동시에 존재하죠. 언뜻 생각해보면 오로지 유익균만 있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유익균은 유해균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공기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안에는 사람에게 무증상 감염 혹은 경미한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들이 존재합니다만 그 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의 면역계를 제대로 훈련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들이 오로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하여 마스크를 장기간 착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소탐대실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에게도 그렇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렇습니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장기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그냥 소탐대실도 아니고, 극소탐 극대실의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미생물들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은 면역계 성장과 발달에 무엇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연령대에서 신종코로나란 걸려도 무증상이 대부분,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감기, 독감보다 경미한 병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현실에서 마스크 착용이 얼마나 기만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누구나 다 압니다. 실내에서는 마스크 벗고 열심히 먹고 마시고 떠들고 놀다가 가게문을 나서면 그 때부터 모두 주섬주섬 마스크를 끼는 모습들에 다들 익숙할 겁니다. 그러나 어른들의 감시하에 있는 영유아와 어린이들은 꼼짝없이 하루 종일 마스크 착용을 강요당합니다. 이러한 현실에 문제의식과 분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마스크 착용은 건강한 사람들, 특히 성장기에 있는 건강한 아이들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적으로 감염병에 걸려서 증상이 있는 사람들과 어떠한 이유로든 감염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자발적 선택에 의하여 하는 것입니다. 방역당국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유행이 시작된 지 근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시점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 정책을 도입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도 서구권만 쳐다보면서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듯합니다.
앞서 글에서 여러번 언급했지만 다시 한번 우리 주변 국가들의 상황을 요약해드리겠습니다. 현재 대부분 동아시아권 국가의 코로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평소 우리나라 총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600명에 가깝고 매년 독감사망자수가 2~3천명에 이릅니다). 서구권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더 낮죠.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배양국으로 조롱받았던 일본조차도 그렇습니다. 일본과 중국 모두 일찌감치 동아시아권에서는 신종 코로나가 이렇게 대우받을 만한 감염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만은 아직도 "Big" 구멍 뚫린 그물로 하는 정밀 역학조사와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수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태반인 듯합니다.
얼마 전 마스크 착용을 하면 바이러스 노출량이 줄어들어 백신과 같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마스크 착용을 한다면 감염병에 걸려서는 안 되는 사람들, 즉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들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으로 백신의 효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제가 2월에 올렸던 “신종 코로나 대응, 면역력 일깨우는 방법 ABCDE” 에 나오는 생활습관으로 나를 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가 마스크를 벗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자, 향후 찾아올 수많은 다른 신종감염병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