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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Dec 04. 2020

스웨덴, 충분히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

얼마 전 모 정책연구소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제 브런치 독자라고 밝히면서 스웨덴의 방역대책에 대한 글을 요청하더군요. 최소한 브런치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요 며칠 스웨덴에 대한 자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면서 몇 번이나 혼자 중얼거린 말이 있습니다. 바로 이 글의 제목인 “스웨덴은 충분히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스웨덴의 코비드 19 사망률이  주위 북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은 그동안 스웨덴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이었습니다. 실제로 4,5월 노인요양시설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는 여러 증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요양시설의 높은 사망률은 전면 락다운을 선택한 국가에서도 흔하게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스웨덴 방역 정책의 방향성이 틀렸다고 비판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정책 실행 과정 중의 오류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앞서 올린 스웨덴 관련 글들에서 여러 번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스웨덴의 높은 코비드 19 사망률은 바로 유행 직전인 2019년 스웨덴 사망률이 예년에 비하여 특별히 낮았다는 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스웨덴의 총 사망률 추이입니다. 2020년과 비교성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의 사망자수에만 기반하여 계산한 것인데요, 유독 2019년에만 사망률이 낮음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당수 고령자들이 2020년 봄까지 생존할 수 있었으며 코비드 19 유행시 이들의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있는지를 검색해 보다가 최근 medRxiv에 올려진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코비드 19 유행 전후의 사망률 패턴을 비교한 논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도 유행 직전의 낮은 사망률이 스웨덴의 높은 코비드 19 사망률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위 그림에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2020년 스웨덴 총사망률이 2019년을 제외하면 다른 년도와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4,5월의 높은 코비드 19 사망률과 초과사망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패턴을 보인 이유는 사망률 치환 (mortality displacement)의 사례로 해석 가능합니다. 사망률 치환이란 한 인구집단에서 혹한, 폭염, 감염병 등으로 인하여 사망률의 일시적인 증가를 보였다가 뒤이어 사망률 감소가 따라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외부 환경 요인의 영향으로 노약자들의 사망 시점이 다소 앞당겨짐으로써 관찰되는 사망률 패턴으로 생태계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종의 자연현상입니다.


최근 유럽권 국가의 2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스웨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죠. 스웨덴의 확진자 수 급증을 보면서 스웨덴을 응원하셨던 분들은 안타까움을, 스웨덴을 비난하셨던 분들은 안도감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비드 19와 같이 항체가 쉽게 사라지고 T세포 면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염병은 감기와 같이 항상 재감염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확진자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됩니다. 중증환자수와 사망자수로 모든 것을 해석해야 합니다.


현재 1차 유행시 전면 락다운을 선택했었던 많은 유럽권 국가들에서 1차 유행과 유사한 혹은 더 많은 코비드 19 사망자수를 보이고 있는 반면, 스웨덴은 확진자수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수는 1차 유행시 보다 훨씬 더 작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겨울철이 되면 언제 어디서나 사망률은 증가합니다. 또한 겨울철에는 앞서 설명한 사망률 치환 현상이 실시간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즉 독감으로 사망하실 분이 코비드 19로 사망하는 것과 같은 일이 흔하게 벌어질 수 있죠. 따라서 반드시 기존 사망률 대비 초과사망을 확인해 봐야 합니다.  



EUROMOMO라고 WHO와 유럽 CDC에서 지원하는 유럽권 국가들의 사망 모니터링 사이트가 있습니다 (https://www.euromomo.eu/).  위 그림은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9월~11월 국가별 초과 사망의 패턴을 비교한 그림입니다. 파란색 줄이 붉은색 점선을 넘어가면 상당한 초과사망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보고지연을 감안하여 보정된 영역으로 차후에 다소 바뀔 수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모두 뚜렷한 초과사망을 보여주고 있는데 반하여 스웨덴은 적어도 11월 셋째 주까지는 초과 사망이 관찰되고 있지 않군요.


결론입니다. 스웨덴은 충분히 잘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습니다. 락다운의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단 하나의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신과 육체 건강, 교육, 경제, 문화, 기본권 등 삶이 가지고 있는 포괄적인 가치에 대하여 균형감 있게 접근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웨덴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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