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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29. 2020

지금까지 버텨준 스웨덴이 고맙다

최근 스웨덴의 코로나 대응방식이 다시 화제가 되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5월경 제가 스웨덴을 조롱하는 기사들을 비판한 글에서 세부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이야 있지만 향후 스웨덴의 방역대책은 재조명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온 것 같습니다. 


유행 초기부터 스웨덴의 목표는 한결같았습니다. 장기간 유지 가능한 방역대책입니다. 그 결과 의료시스템의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수준에서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하는 동시에 고위험군은 보호하되,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죠. South Korea와 같이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조사하여 관리하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못 박았고요. 



이러한 스웨덴의 선택은 제가 유행 초기부터 주장했던 신종 코로나에 대한 합리적 대응 방식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에 스웨덴의 상황을 계속 주의 깊게 보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두어 번 심각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나라였다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갔겠지만, 스웨덴은 꿋꿋하게 버텨주더군요. 


첫 번째 위기는 유행 초기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보호 실패로 많은 사망자가 나오면서 찾아왔습니다. 이때 스웨덴의 선택은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됩니다. 락다운을 하고서도 스웨덴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인 나라들이 여럿 있었지만, 오로지 스웨덴만 락다운을 하지 않은 결과로 해석되었죠. 만약 스웨덴이 락다운을 하고도 이런 사망률을 보였다면 그토록 거친 단어들로 비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단순히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스웨덴의 나 홀로 행보가 괘씸죄로 추가되었기 때문으로 봅니다.


두 번째 위기는 스웨덴의 항체 양성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왔을 때였습니다. 스웨덴의 방역대책은 필연적으로 인구집단의 항체 보유율, 즉 집단면역을 올리는 쪽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5월경 스톡홀름 항체 양성률이 고작 7.3%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또 한 번 위기를 맞게 됩니다. 아마 이때가 스웨덴으로서는 가장 힘들었을 상황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그 당시는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집단면역을 Yes, No의 이분법으로 판단하는 고정관념이 지금보다 훨씬 만연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다른 국가들의 비난이나 조롱도 대단했지만, 스웨덴 스스로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죠.  


그런데 반전은 다른 곳에서 시작됩니다. 첫 번째 반전은 cross-immunity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면서부터입니다. 즉, 감기와 같이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를 과거에 경험한 적이 있다면 T세포 면역을 통하여 이번 신종 코로나에 대하여 저항력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입니다 (1) (2). 사실 cross-immunity는 제너가 천연두 예방을 위하여 우두를 사용하던 그 시절부터 알고 있었던, 그러나 최첨단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까맣게 잊힌, 상식에 가까운 면역학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도 항체가 아닌 T세포를 통한 면역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3). 마지막으로 집단면역 기준치로 널리 알려진 60~70% 항체 양성률은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모델링의 오류이며 실제로는 10~20%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됩니다 (4) (5). 그렇다면 이미 집단면역에 가까워진 지역이 꽤 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와 함께 스웨덴의 코로나 사망자 추이가 새롭게 주목을 받게 됩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5월부터 스웨덴의 사망자수는 서서히 감소하여 현재는 거의 0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처음부터 끝까지 방역대책에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만 온라인 교육을 할 뿐 대부분 일상은 자율에 맡겨졌습니다. 칩거생활이 아닌 운동과 야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웨덴은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도 할 필요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나라이고 실제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사망자 감소 추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제가 앞서 “왜 뉴욕은 대규모 시위에도 유행이 다시 시작되지 않나?”라는 글에서 이와 비슷한 그래프를 보여 주면서 뉴욕주는 일정 수준 집단면역이 형성된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집단면역 기준치인 60~70%에 한참 못 미치나 두 지역 모두 바이러스가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기 힘든 환경이 되었을 겁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산발적인 소규모 유행은 가능할 지라도 대규모 유행은 더 이상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뉴욕과 스웨덴이 현시점까지 이르게 된 과정은 매우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뉴욕은 아주 많은 희생을 치르고 난 후 엉겁결에 맞이하게 된 결과물이라면 스웨덴은 상대적으로 계획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스웨덴조차 사망률이 상당히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노인요양시설 보호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훨씬 더 작은 희생으로도 지금과 같은 결과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즉, 종착지는 유사하다 하더라도 거기까지 이르는 길은 그 사회의 선택과 구성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천양지차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많은 유럽권 및 아시아권 국가에서 락다운 완화와 함께 확진자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락다운이 한번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망자가 아닌 확진자수의 증가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찮게 있습니다. 심지어 확진자수는 증가하고 사망자수는 감소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까지 있습니다. 후자의 시각은 전파력은 높이고 독성은 낮추어가는 바이러스 진화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집단면역의 중요성을 인지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일본은 7월부터 확진자 수의 급증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적인 여행 장려 캠페인을 시작하여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죠. 일본은 확진자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망률이 매우 낮은 나라입니다 (cross-immunity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찬 바람이 불기 전에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면역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를 원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름은 이러한 목적에 가장 적합한 계절이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스웨덴에 대한 기사가 뜨기만 하면 스웨덴을 비웃는 댓글들이 폭주하곤 했습니다. 최신 IT기술과 접목한 정밀 역학조사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커서, 스웨덴의 방역대책이란 것이 너무나 하찮아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에 인류는 스웨덴한테 큰 빚을 졌다고 봅니다. 그 엄청난 원색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버텨준 덕분에, 마음이 열린 사람들에게 감염병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감염병 유행에 대처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스웨덴이 중간에 포기했더라면 인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의 마수에 휘말려 버렸을 겁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다음 글인 "집단면역 스웨덴, 사망자 150년 만에 최대??""동아시아의 낮은 코로나 사망률, 방역대책 덕분??"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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