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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an 18. 2022

백신 패스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정말 있을까?

KBS 심야토론을 시청한 소감


2년 동안 우리나라 방역정책을 주도해왔었던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우리나라 방역 및 백신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들을 모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혹은 비과학적 사견> 정도로 폄하하곤 했죠. 물론 여기에는 당연히 저의 의견도 포함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과학적”이라는 단어가 묘한 것이, 이 단어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공격하면 그 자체로 자신들의 주장은 저절로 “과학적”인 것으로 둔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K방역을 이끌어 왔던 이 분들의 논리는 방역 만능주의, 항체 만능주의, 백신 만능주의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비드 19와 같은 특성을 가진 - 무증상자가 많고 전파와 변이 속도가 빠른- 호흡기 감염병 유행에서 방역, 항체, 백신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유행 초기부터 기존 지식에 근거하여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사실이죠. 오랜 경험과 과학으로 알고 있었던 지식을 모두 내동댕이쳐 버린 것이 코비드 19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우리나라 방역 및 백신 정책이 절대적으로 과학적 의사결정의 결과물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우리나라 방역 정책의 기본 방향은 대부분 서구권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를 강제로 털어서 동선추적과 공개에 사용했다는 점은 중국과 유사하고요. 그러나 앞서 올린 “이스라엘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편지글 하나” 에서 이스라엘 학자가 토로했듯 이 모든 정책은 심각한 실패였음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높았던 동아시아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정책 실패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신의 <감염 및 전파 예방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지 반 년 이상이 지난 현시점,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청소년 백신 패스로 항소를 하고 5~11세 어린이 백신 접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3,4월이면 감기와 별 차이가 없다는 오미크론 변이로 다 대체가 되었을 텐데 무슨 이유로 철 지난 백신을 가지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이토록 백신 접종을 하려고 하는 걸까요? 사실 우리나라 백신 정책은 처음부터 매우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습니다. 백신 효과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있던 시기에는 백신 구입을 하지 않고 있다가, 백신으로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에 오히려 집단면역을 이야기하면서 고위험군이 아닌 저 위험군에 대한 대규모 백신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향후에라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방역당국의 이런 괴이한 결정에는 소위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그분들의 역할이 있었을 것 같아서 최근 발언들을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마침 지난 주말 KBS 심야토론에 이 분들이 출연해서 백신 패스를 두고 토론을 했더군요. 아직도 코비드 19 유행에 대한 인류 대응방식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한 이 분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주장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심야토론 26:34부터 J교수가 <백신 패스에 대한 과학적 근거>라고 하면서 (1) 다중시설을 무작위 사람이 이용했을 때 미접종자가 접종자보다 감염 확률이 높으며 (2) 접종자보다 미접종자가 전파를 더 많이 시킨다고 주장하더군요. 


먼저 첫 번째 주장부터 반박해 보겠습니다. 방역당국에서 발표한 <예방접종력에 따른 감염·위중증·사망 위험도 비교> 12월 2주 차 자료에 의하면 백신 미접종자의 감염률이 접종자보다 2.3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수치들을 두고 과학적 근거라고 주장한 것 같습니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오류가 존재합니다. 


첫째, 현재 백신 미접종자들은 백신접종자들보다 더 많은 PCR 검사를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따라서 무증상자 비율이 높은 코비드 19 특성상 검사를 많이 하게 되면 더 많은 양성자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즉, 실제로는 두 군이 동일한 감염 위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인구수 대비 PCR 검사 건수가 많은 백신 미접종자 군에서 감염 위험도는 더 높게 나오게 됩니다. 


둘째, 백신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감염률 비교는 백신 접종 후 경과시간에 따라서 현저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단순 지표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그래프는 최근 영국에서 나온 백신접종자와 미접종자 간의 감염률 비교입니다. 파란색 막대는 백신접종자이고 주황색 막대는 백신 미접종자인데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백신접종자의 감염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영국 자료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로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으니 일단 생략하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질병청에서 발표한 백신 미접종자의 감염률이 접종자보다 2.3배 높다와 같은 수준의 정보가 다중시설에서 미접종자가 접종자보다 감염 확률이 높은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음은 두 번째 주장에 대한 반박입니다. J교수가 접종자보다 미접종자가 전파를 더 많이 시킨다는 논문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그 논문을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이런저런 검색 후 지금 링크하는 NEJM 논문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은 정말 현시점 우리나라에서 백신 패스라는 제도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하는 논문이 될 수 있을까요? 


먼저 이 논문은 예전에 사라진 알파 변이와 지금 사라지고 있는 델타 변이의 전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었는데, 결과는 아래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백신의 전파 예방 효과가 있었으나 델타 변이에서 효과는 알파 변이보다 작았다 (오미크론 변이에서는 더 낮겠죠) (2) 백신 접종 완료 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전파 예방 효과는 지속적으로 저하되었다 (계속 부스터샷을 이야기하는 이유겠고요) (3)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석달이 지나면 백신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전파력은 동일 해졌으며, 화이자 백신도 상당한 감소를 보였다 (따라서 백신으로 전파 예방을 할려면 지구멸망하는 그 날까지 계속 몇 개월마다 백신접종을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판단하건대 이 논문은 백신 패스를 반대하는 측에서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더 어울릴 법한 논문입니다. 


백신의 효과를 논할 때 <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와 <감염 및 전파 예방 효과>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백신패스는 일상생활을 하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감염 및 전파 예방 효과>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비교적 장기간 유지되는 <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와는 달리, <감염 및 전파 예방 효과>는 백신 접종 초기 몇 개월 정도만 보인다는 것은 이미 작년 여름부터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연구 결과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백신 패스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5% 백신 미접종자가 전파를 시키는 절대 규모>가 <95% 백신 접종자가 전파를 시키는 절대 규모>보다 더 커다는 증거가 있어야 하고요. 어불성설이죠. 


결론적으로 저는 J교수가 주장했던 백신 패스에 대한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찾지 못했습니다. 성인도 필요 없고 청소년은 더더욱 필요 없습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은 좀 더 거친 단어가 필요할 듯하여 삼키고 넘어가겠습니다. 백신은 고위험군이나 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의하여 맞으면 되는 것이고, 국가가 전력을 기울어야 할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료시스템 확충과 재정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확진자 수 급증으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시점이 오면 <백신접종자와 미접종자 모두가 참여하는 강력한 전파 방지책>을 일시적으로 강구해야 하고요. 그리고 그때는 지금까지의 오류를 인정하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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