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방역당국에서는국민 1,200명과군 입소자 3,473명을대상으로 시행한항체 조사결과를 또다시 발표했더군요. 여전히 1%에도한참못미치는항체 양성률을보여주었는데여기에대한방역당국의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항체 양성률로 추정한전체감염자 수와지금까지 누적 확진자수가비슷하며, 항체 양성률이 매우 낮아서백신 접종으로집단면역을높이는것이시급하다는것이었습니다.
작년부터 방역당국이 항체 조사 결과를발표할 때마다 결론은항상 똑같았습니다. (1) 추정감염자 수와 누적 확진자수가비슷하므로놓치고있는감염자가거의없다고판단된다. 그이유는 K방역의핵심인동선추적과접촉자 관리로지역사회전파를효과적으로차단하고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고 있기때문이다. (2) 항체 양성률이매우낮기때문에자연감염을통하여집단면역을높이는것은불가능하다. (3)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항체가 없어 방역수칙을철저하게지키는것이더욱중요하며백신 접종으로하루속히집단면역을높여야한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결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먼저, (1)번 결론인 <우리나라 인구수 X 항체 양성률>로 산출된 추정 감염자 수가 항체 조사 시점의 누적 확진자수를 비슷하다는 사실로 놓치는 감염자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고의가 아니라면 방역당국의 전적인 착각이라고 봅니다. 작년에도 우리나라 항체 조사의 문제점에 대하여 여러 번 글을 올린 바 있는데요, 오늘은 기사가 제공한 정보에 근거하여 몇 가지 다른 이슈를 추가적으로 제기해볼까 합니다.
예를들어, 최근항체 조사 결과를보면1,200명표본중에서 4명의 항체양성자가있었습니다. 만약 방역당국발표대로놓치는 확진자가없었다면 이 4명모두과거에확진된적이있었던사람이라야합니다만, 4명중3명은모르고지나간감염자였습니다. 이런상황에서추정 감염자 수가 누적확진자수와비슷하다고해서놓치는감염자가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항체 양성자 4명중 3명이진단된적이없다는점을고려하면현재까지의확진자수보다 최소한 3~4배 더 많은모르고지나가는감염자가존재한다는해석이더 적절할 겁니다. 물론이추정치조차과소평가된것으로보아야하는데, 무증상혹은경한증상만경험하고지나가는감염자들은항체가 생성된다 하더라도 빠르게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래그래프를보면, 항체 양성자중과거에진단된적이없는사람들의비율이처음부터 60%로높았고, 67%, 75%로계속증가하고있음을알수있습니다. 또한역학조사 체계 내에서 감염경로불명확진자비율도 작년 여름쯤부터 이미 20%를넘었고지금은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그누구보다방역당국에서잘알고있을 겁니다. 그러나어떤이유인지 방역당국에서는 K방역덕분에놓치는감염자가거의없다는메시지를계속국민들에게던지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대놓고 바보 취급을 받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방역당국 주장대로진짜놓치는감염자가없다면, 이는우리나라의료수준을 폄하하는 일입니다. 앞서 “동아시아권에서 코비드 19 제자리 찾아주기”라는글에서 <치명률>과 <진짜치명률>의차이에대하여설명드린바있는데, 항체 조사로파악되는놓치는감염자의규모가크면클수록 이 두값의차이가커집니다. 예를들어치명률 1%로 알려진 국가에서항체 조사를통하여놓치는감염자 수가 확진자수의 10배임이 확인되면,진짜치명률은 0.1%로떨어집니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확진자수보다 훨씬 많다고 보고하고 있죠. 그런데방역당국에서주장하듯 우리나라만 놓치는감염자가없다면, 우리는 진짜치명률도 그대로 1%가 됩니다. 결국치료성적이훨씬나쁘다는의미로해석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항체 조사를통하여놓치는감염자의규모가어느정도 되는지를파악하는것이그어떤국가보다중요했던나라였었습니다. 개인을 밀접 추적하는 매우 위험한 방역정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체 조사 결과는K방역의핵심인정밀 역학조사를계속해도괜찮은건지아니면시급히방역대책을바꿔야하는지를객관적으로판단할수있는핵심 정보입니다.
정부에서는 유행 시작부터확진자 1명나오면휴대폰, 신용카드, CCTV등개인정보를샅샅이털어서동선을추적하고접촉자조사를시행했습니다. 저는 신천지 사태 때부터 역학조사가겉보기에만그럴듯해 보일 뿐 Big 구멍 뚫린그물로 생각했으며, 항체 조사를 통하여 구멍의 크기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방역 당국과 관련 전문가 집단에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보면서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었고요. 구멍을 확인하기는 커녕, 범죄자추적과 유사한수준으로 확진자 동선추적과공개를 계속하는것을보면서과연이나라의정체성이무엇인지헌법을 펼쳐서 따져보고싶은충동까지느꼈습니다. 국민상당수는코비드 19에 걸리는 것보다, 걸린다음벌어지는일들에더 큰 공포를 느끼는 듯보였습니다.
이런정밀 역학조사는지역사회 전파가발생하기 전,유행초기에한시적으로사용하는것은허용될수있습니다. 그러나지역사회 전파가발생한후무증상자가많은감염병을상대로이런식으로접근하는것은사회적희생양만들기와다르지않습니다. 예를들어한사람의확진자가우연히발견되었다고칩시다. 어디서감염되었는지모릅니다만, 이사람을기점으로동선추적과접촉자 조사를철저히하면할수록더많은확진자가나오게 되는데이들을상대로 1차 전파, 2차 전파,.. n차 전파라는 그림을 그려냅니다. 방역당국과언론에서는그집단의특성에따라서 XX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중들은이사람들을가루가되도록비난하는일이반복되곤했습니다. 하지만무증상자의비율이매우높은감염병을상대로,처음확진된사람이어디서감염되었는지모르는상황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역학조사를 통하여 이런일이벌어진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신천지 사태를 촉발한 31번 확진자도, 이태원 사태의 시발점인 66번 확진자도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몰랐지만, 그 의미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질문 던지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작년 5월 경 방역 당국의 항체 조사를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서 자체적으로 소규모 항체 조사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대구의 코로나 항체 양성률"에서 설명드렸듯, 다른 문제로 병원을 방문한 외래환자들과 보호자 1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5명이 양성으로 나와 항체 양성률이 7.6%로 추정되었는데, 15명 모두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들이었습니다. 즉, 역학조사라는 그물에 뚫린 구멍이 엄청나게 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결과는 K방역이 시급히 재고되어야 했음을 시사했지만, 방역당국에서는 표본크기가 작고 대표성이 없다고 무시해버리더군요. 그러나 7.6% 항체 양성률은 표본 크기가 더 작고, 대표성에 더 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블랙스완의 출현으로 해석되어야 했던 결과였습니다. K방역 덕분에 놓치는 감염자가 없다는 방역당국의 주장에 대한 반증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방역 당국의 해석과는 정반대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높기 때문에 항체 양성률이 낮다고 해석하는 편이 지금까지 나온 코비드 19 데이터에 훨씬 더 부합합니다. 반복해서 설명하지만, 항체란 면역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며 항체 없이도 얼마든지 저항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가장 높은 경우는 호흡기계 점막과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자연면역 수준에서 바이러스를 가볍게 다 처리해버리는 사람들일 겁니다. 굳이 항체를 만들고 말고 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죠. 유행 초기부터 보여주었던 동아시아권의 코비드 19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낮은 항체 양성률은 역설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자연면역이 잘 작동하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굳이 제가 이 시점 항체 조사에 대하여 이렇게 구구절절 글을 올리는 이유는, 항체 조사가 유행 초기 적절한 시점에 제대로 시행되었다면 한참 전에 K방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방역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공존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를 두고 1년 반이상 의미 없는 확진자 줄이기에 올인하다가, 이제 와서야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위드 코로나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 어떤 국가보다 출구전략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백신 수급에 차질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한 K방역 치하에서 절대로 걸리면 안 되는 감염병이라는 공포를 너무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현시점 K방역의핵심인역학조사는 그물의 구멍들이 망보다 훨씬 더 큰 누더기가되었을것으로 짐작됩니다. 하루빨리폐기 처분되어야 함에도불구하고, 며칠 전 정부에서는 4단계거리두기를연장하면서앞으로역학조사 시방역위법행위를철저히가려서책임을묻겠다고하더군요. 사실그동안정부가쏟아낸수많은방역수칙을보면서매번실소를금치못했는데, 이제는그걸지키지않았다는이유로누더기가된그물에걸린불운한사람들은다시한번곤혹을치를듯싶군요. K방역이그어떤정책보다위험한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