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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Aug 22. 2021

항체 없으면 저항력 없나?

최근 우리나라 항체 조사 결과 발표를 본 소감

지난주 방역당국에서는 국민 1,200명과 군 입소자 3,473명을 대상으로 시행 항체 조사 결과를 또다시 발표했더군요. 여전히 1%에도 한참  미치는 항체 양성률을 보여주었는데 여기에 대한 방역당국의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항체 양성률로 추정한 전체 감염자 수와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수가 비슷하며, 항체 양성률이 매우 낮아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작년부터 방역당국이 항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결론은 항상 똑같았습니다. (1) 추정 감염자 수와 누적 확진자수가 비슷하므로 놓치고 있는 감염자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이유는 K방역의 핵심인 동선추적과 접촉자 관리 지역사회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2) 항체 양성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자연감염을 통하여 집단면역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3)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항체가 없어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백신 접종으로 하루속히 집단면역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결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먼저, (1)번 결론인 <우리나라 인구수 X 항체 양성률>로 산출된 추정 감염자 수가 항체 조사 시점의 누적 확진자수를 비슷하다는 사실로 놓치는 감염자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고의가 아니라면 방역당국의 전적인 착각이라고 봅니다. 작년에도 우리나라 항체 조사의 문제점에 대하여 여러 번 글을 올린 바 있는데요, 오늘은 기사가 제공한 정보에 근거하여 몇 가지 다른 이슈를 추가적으로 제기해볼까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항체 조사 결과를 보면 1,200 표본 중에서 4명의 항체 양성자가 있었습니다. 만약 방역 당국 발표대로 놓치는 확진자가 없었다면 이 4 모두 과거에 확진된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야 합니다만,  4  3명은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정 감염자 수가 누적 확진자수와 비슷하다고 해서 놓치는 감염자가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항체 양성자 4  3명이 진단된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의 확진자 수보다 최소한 3~4 더 많은 모르고 지나가는 감염자가 존재한다는 해석이  적절할 겁니다. 물론  추정치조차 과소평가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만 경험하고 지나가는 감염자들은 항체가 생성된다 하더라도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항체 양성자  과거에 진단된 적이 없는 사람들의 비율이 처음부터 60% 높았고, 67%, 75%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있습니다. 또한 역학조사 체계 내에서 감염경로 불명 확진자 비율도 작년 여름쯤부터 이미 20% 넘었고 지금은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방역당국에서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방역당국에서는 K방역 덕분에 놓치는 감염자가 거의 없다는 메시지를 계속 국민들에게 던지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대놓고 바보 취급을 받는 듯한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방역당국 주장대로 진짜 놓치는 감염자가 없다면, 이는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폄하하는 일입니다. 앞서 “동아시아권에서 코비드 19 제자리 찾아주기라는 글에서 <치명률>과 <진짜 치명률>의 차이에 대하여 설명드린  있는데, 항체 조사로 파악되는 놓치는 감염자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  값의 차이가 커집니다. 예를 들어 치명률 1% 알려진 국가에서 항체 조사를 통하여 놓치는 감염자 수가 확진자수의 10배임이 확인되면, 진짜 치명률은 0.1% 떨어집니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확진자수보다 훨씬 많다고 보고하고 있죠. 그런데 방역당국에서 주장하듯 우리나라만 놓치는 감염자가 없다면, 우리는 진 치명률도 그대로 1%가 됩니다. 결국 치료성적이 훨씬 나쁘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항체 조사를 통하여 놓치는 감염자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떤 국가보다 중요했던 나라였었습니다. 개인을 밀접 추적하는 매우 위험한 방역정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체 조사 결과는 K방역의 핵심인 정밀 역학조사를 계속해도 괜찮은 건지 아니면 시급히 방역대책을 바꿔야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있는 핵심 정보입니다.


정부에서는 유행 시작부터 확진자 1 나오면 휴대폰, 신용카드, CCTV  개인정보를 샅샅이 털어서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저는 신천지 사태 때부터 역학조사가 겉보기에만 그럴듯해 보일 뿐 Big 구멍 뚫린 그물로 생각했으며, 항체 조사를 통하여 구멍의 크기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방역 당국과 관련 전문가 집단에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보면서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었고요. 구멍을 확인하기는 커녕, 범죄자 추적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진자 동선 추적과 공개를 계속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나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헌법을 펼쳐서 따져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습니다. 국민 상당수는 코비드 19에 걸리는 것보다, 걸린 다음 벌어지는 일들  큰 공포를 느끼는  보였습니다.


이런 정밀 역학조사는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하기 전, 유행 초기에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한  무증상자가 많은 감염병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회적 희생양 만들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확진자가 우연히 발견되었다고 칩시다.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모릅니다만,  사람을 기점으로 동선추적과 접촉자 조사를 철저히 하면 할수록  많은 확진자가 나오게 되는데 이들을 상대로 1차 전파, 2차 전파,.. n차 전파라는 그림을 그려냅니다. 방역당국과 언론에서는  집단의 특성에 따라서 XX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중들은  사람들을 가루가 되도록 비난하는 일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무증상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감염병을 상대로, 처음 확진된 사람이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역학조사를 통하여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신천지 사태를 촉발한 31번 확진자도, 이태원 사태의 시발점인 66번 확진자도 어디서 감염되었는지 몰랐지만, 그 의미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질문 던지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작년 5월 경 방역 당국의 항체 조사를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서 자체적으로 소규모 항체 조사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대구의 코로나 항체 양성률"에서 설명드렸듯,  다른 문제로 병원을 방문한 외래환자들과 보호자 1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5명이 양성으로 나와 항체 양성률이 7.6%로 추정되었는데, 15명 모두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들이었습니다. 즉, 역학조사라는 그물에 뚫린 구멍이 엄청나게 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결과는 K방역이 시급히 재고되어야 했음을 시사했지만,  방역당국에서는 표본크기가 작고 대표성이 없다고 무시해버리더군요. 그러나 7.6% 항체 양성률은 표본 크기가 더 작고, 대표성에 더 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블랙스완의 출현으로 해석되어야 했던 결과였습니다. K방역 덕분에 놓치는 감염자가 없다는 방역당국의 주장에 대한 반증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방역당국의 (2)번과 (3)번 결론인 "우리나라는 항체 양성률이 낮기 때문에 집단면역 수준도 낮고 코비드 19에  취약하다"는 해석은 어떨까요? 


제가 보기에는 방역 당국의 해석과는 정반대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높기 때문에 항체 양성률이 낮다고 해석하는 편이 지금까지 나온 코비드 19 데이터에 훨씬 더 부합합니다. 반복해서 설명하지만, 항체란  면역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며 항체 없이도 얼마든지 저항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가장 높은 경우는 호흡기계 점막과 상피세포에 존재하는 자연면역 수준에서 바이러스를 가볍게 다 처리해버리는 사람들일 겁니다. 굳이 항체를 만들고 말고 할 필요도 없는 사람들이죠. 유행 초기부터 보여주었던 동아시아권의 코비드 19에 대한 높은 저항력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낮은 항체 양성률은 역설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자연면역이 잘 작동하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그리고 이런 자연면역계 훈련을 위하여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미생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왜 일본은 신종 코로나 사망이 폭발하지 않을까?", "그 시절 불주사가 정말 신종 코로나와 관계있을까?", "왜 코로나는 아프리카를 초토화시키지 않을까?"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생명체 탄생 이래부터 갈고 닦은 교차면역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은 유기체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방역대책"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방역과 백신만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믿었던 전문가들, 관료들, 정치인들 덕분에 코비드 19사태는 시간이 갈수록 꼬여가기만 하는 듯 합니다. 


굳이 제가 이 시점 항체 조사에 대하여 이렇게 구구절절 글을 올리는 이유는, 항체 조사가 유행 초기 적절한 시점에 제대로 시행되었다면 한참 전에 K방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방역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공존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를 두고 1년 반이상 의미 없는 확진자 줄이기에 올인하다가, 이제 와서야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위드 코로나를 선택한다 하더라도, 그 어떤 국가보다 출구전략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백신 수급에 차질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한 K방역 치하에서 절대로 걸리면 안 되는 감염병이라는 공포를 너무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현시점 K방역의 핵심인 역학조사는 그물의 구멍들이 망보다 훨씬 더 큰 누더기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루빨리 폐기 처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정부에서는 4단계 거리두기를 연장하면서 앞으로 역학조사 시 방역 위법행위를 철저히 가려서 책임을 묻겠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동안 정부가 쏟아낸 수많은 방역수칙을 보면서 매번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이제는 그걸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더기가  그물에 걸린 불운한 사람들은 다시 한번 곤혹을 치를 듯싶군요. K방역이  어떤 정책보다 위험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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