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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Sep 14. 2020

0.07% 2차 항체조사 발표를 본 짧은 소감

항체 조사는 타이밍이 핵심입니다

지난 목요일, 예정된 발표시간을 10분 앞두고 갑자기 연기되었던 2차 항체조사 결과가 오늘 발표되었군요. 요약하자면 6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2달에 걸친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참여했던 1,440명 중 단 1명만이 항체를 가지고 있어 항체 양성률이 0.07%로 추정되었다고 합니다. 방역당국에서는 다시 한번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지금처럼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언론은 기사마다 제목을 <0.07% 항체 양성률, 집단면역 불가>로 뽑는 코미디를 연출합니다. 항체없이도 얼마든지 저항력을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No 항체=No 면역>라는 잘못된 고정 관념을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주입하고 있군요. 


무엇보다 방역당국은 아직까지 항체 조사 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혹은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싶은 듯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보다 1달 이상 늦게 유행이 시작되었던 스페인의 항체조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스페인은 유행 시작 약 2달 후인 4월 말, 단 2주 동안 무작위 표본 추출한 6만여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항체 조사를 시행하여 Lancet이라는 저널에 발표하죠. 제대로 된 항체 조사란 바로 이렇게 하는 겁니다. 물론 "Expert nonsense가 지배하는 세상"에 적었듯, 제대로 한 항체조사 결과를 가지고도 집단면역 기준치와 연결하여 해석하는 어리석음은 스페인도 여전했지만.. 


그리고 저녁에 update 된 기사를 읽어보니 이번 조사도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중화항체 유무로 항체 양성률을 추정했다고 나와 있군요. 현시점의 항체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중화항체를 이용하다뇨?? 중화항체란 혈장 치료나 백신 개발과 같은 특수한 목적을 가진  연구에서나 측정하는 것입니다. 중화항체란 필연적으로 항체 양성률을 과소 추정하게 되죠. 1차 조사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이미 제기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2차 조사에서도 여전히 중화항체를 고수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한편 이번 조사에는 1차 조사에서 빠졌던 대구가 포함되었고, 대구시민 145명 중 단 한 명의 양성자도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앞서 “대구의 코로나 항체 양성률”이라는 글에서 5월 말 경 대구의 일개 대학병원 외래를 방문한 환자와 보호자 198명을 대상으로 한 항체 조사에서는 항체 양성률이 7.6%로 추정되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진의 한 사람으로 왜 이번 조사에는 단 한 명의 항체 양성자도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네요. 앞서 조사에 포함된 198명은 대표성이 없는 표본이고 이번 조사에 포함된 145명은 대표성이 있는 표본이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대표성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조사 결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항체검사 시점으로 봐야 합니다. 코로나 감염 후 생성된 항체가 2개월 정도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연구결과가 신문기사 제목으로 등장한 시점이 6월입니다. 즉, 코로나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범한 정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경미한 증상만을 가진 사람들은 더 빨리 소실됩니다. 그런데 2월 말에 환자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그것도 무증상과 경미한 증상만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대구시민의 항체 조사를 무려 5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한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오늘 발표에서 현재 대구와 경산의 일반인과 의료진 3,300명에 대한 항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이더군요. 방역당국에서는 항체 조사란 타이밍이 핵심이라는 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표본이 크다고, 대표성 있는 표본을 선택했다고 해서, 심지어 전수조사를 한다고 해도 잘못된 타이밍을 보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방역당국에서 항체 조사를 해야 할 곳은 대구와 경산지역이 아닙니다. 최근 환자가 급증한 수도권 지역입니다. 


그런데 비판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수도권 긴급 항체조사, 지금이라도 하면 됩니다. 제대로 된 항체조사 결과가 있어야만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고, 현재와 같이 개인을 밀접 추적하는 역학조사를 정말 계속해도 괜찮은 건지 아니면 시급히 방역대책을 바꿔야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정치적으로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해야 합니다.


5월 말, 대구의 항체 양성률을 추정하기 위하여 몇몇 의사들이 아무런 인력과 예산 없이 시행한 연구가 시작부터 종료까지 딱 3주 걸렸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인력과 예산을 가진 정부가 단기간에 제대로 된 항체 조사를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신종 코로나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수도권 항체 조사 결과가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이번에도 타이밍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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