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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08. 2020

Expert nonsense가 지배하는 세상

스페인 코로나 항체조사 관련 논문과 기사를 읽은 소감

최근 스페인 전역에서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코로나 항체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전의 항체 조사와는 달리 Lancet이라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의 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이라서 그런지 특히 외신에서 대서특필을 했더군요. 결론만 요약하자면 스페인과 같이 코로나 발생과 사망이 매우 많았던 국가도 평균 항체 양성률은 5%,  마드리드와 같이 환자가 폭발한 지역도 10%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이 결과에 대한 해석은 한결같습니다. 집단면역이란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에 대하여서는 Lancet에서 특별히 commentary까지 실었는데 집단면역을 두고 "not only highly unethical, but also unachievable"이라고 표현하고 있네요.  


하지만 스페인 연구자들과 Lancet 편집자는 집단면역 기준치 60~70%라는 허구의 숫자 대하여서는 단 일말의 의문도 가지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또한 T세포 혹은 자연 면역계가 제공하는 저항력이 항체가 제공할  있는 저항력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국어, 수학, 영어 점수를 합하여 100점만 넘으면 합격인데, 수학 점수만 가지고 모든 학생들이 낙제점을 받았으니 빨리 학교 문 닫아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격입니다. 현실에서는 수학 빵점 받아도 (항체가 없어도), 국어와 영어 만점 받는 학생들이 (저항력을 가지는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백신없는 집단면역은 꿈도 꾸지 마라는 Lancet의 결론과는 달리, 최근 여러 지역에서 집단면역이 "just around the corner"에 있다고 보는 연구자들이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드렸듯이, 항체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집단면역에 도달하고 도달하지 않고를 따지는 것은 전혀 의미 없는 일입니다. 의미 없을 뿐만 아니라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입니다. 항체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추정하는 데 있습니다. 이 숫자의 규모에 따라서 감염병 유행에 대처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을 밀접 추적하는 방역대책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현재 전문가라는 단어로 번역되는 Expert 그리스 로마시대에는 Human 대치되는 단어로 노예를 의미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시대에 Human이란 모든 방면에 두루두루 지식을 가진 팔방미인이었다면 Expert 시키는 일만 전문적으로 열심히 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겠죠.


Expert nonsens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부분적으로 혹은 겉보기에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구사하고 있으나  의미를 해석하거나 현실에 적용하는 지점에 가면 nonsense 가득 찬 결론을 내리는 겁니다. 문제의 본질을 통찰력있게 혹은 거시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집단면역 60~70%라는 마의 숫자를 세상에 각인시킨 닐 퍼거슨 교수의 모델링에 이어서, 이 논문의 결과에 대한 해석도 Expert nonsense의 사례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미 언론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하여 수십만 회, 수 백만 회 공유되어 버렸네요. 참.. 할 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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