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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10. 2020

0.03%? 우리나라 코로나 항체 양성률 뒤집어보기

"못 찾은 환자, 거의 없다" 어제 발표된 우리나라 코로나 항체 양성률에 대한 기사 제목입니다. 3,055명을 대상으로 항체 조사를 해보았더니 단 1명만이 양성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항체 양성률은 0.03%로 추정되고, 인구 5천만 명에 0.03%를 곱한 수가 1만 5천 명 정도이니 지금까지 확진자 총수인 1만 3천 명과 별 차이가 없다는 해석입니다. 방역당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훌륭한 방역대책 덕분으로 놓치는 환자 없이 완벽하게 찾았다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깜깜이 환자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데 못 찾은 환자가 거의 없다뇨? 못 찾은 환자가 없다면 깜깜이 환자가 있을 턱이 없겠죠. 그 유명한 신천지 발 31번 환자도 깜깜이고 이태원 발 66번 환자도 깜깜인데요? 지금부터 어제 발표된 국내 항체 양성률 조사를 한번 뒤집어보겠습니다. 



일단 3,055명 중 1명에 기반하여 산출된 0.03%는 신뢰성 있는 통계 추정치가 될 수 없지만, 표본크기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생략하겠습니다. 인구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일수록 좋다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근본적인 이슈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항체 조사에서  중요한 것은 (1) 어디서  했는가? (2) 언제  했는가? (3) 어떻게 했는가?입니다. 


먼저 (1) 어디서 했는가?입니다. 방역당국에서도 인정했듯 이번 항체 조사에서 대구는 제외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대구에서 발생했습니다. 즉, 다른 모든 지역을 제외하더라도 대구만은 포함시켜야 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어쩔수 없는 이유로 대구가 제외되었다면, 최소한 대구 확진자수는 빼놓고 비교를 해야 그나마 양심적입니다.  지금까지의 확진자 총수 중 대구가 아닌 지역의 총 확진자수가 6천 명 정도이니, “못 찾은 환자, 거의 없다”가 아니고 대구를 뺀 나머지 지역에서 놓치고 지나간 감염자 수가 약 9 천명쯤은 되는 것 같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겠죠. 물론 이 해석은 (1) 번의 문제점만 고려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2) 언제 했는가?라는 조금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확진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5월이 지나서인데, 수도권의 경우 이태원 발 첫 확진자가 나온 날짜가 5월 6일입니다. 충청권과 전라권의 경우 6월이 되어서야 확진자들이 집중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IgG항체가 안정적으로 검출될 수 있는 시기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 수도권은 5월 말, 다른 지역은 6월 말은 되어야 항체가 제대로 검출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3,055명 중 전국을 대상으로 한 국민영양조사 참여자 1,555명의 혈청이 수집된 시점이 4월 21일부터 6월 19일 사이입니다.  즉, 상당 기간이 IgG항체 검출에 적합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따라서 국민영양조사 잔여 혈청은 제 아무리 대표성 있는 표본에서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이번 항체 조사에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시료라고 봅니다. 


한편 3,055명 중 나머지 1,500명은 5월 25일과 28일 사이 서울의 특정 의료기관을 찾았던 서남권 5개 구 거주자의 혈청입니다. 시기적으로 항체 조사가 가능은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서울 서남권 5개 구 거주자에서 수집된 결과만 분리하여 서울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해석해야 합니다. 즉, 전국 3,055명 중 1명이 아니라 서울시 1,500명 중 1명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해야 맞습니다. 물론 5월 말이 아니라 6월 말에 채취한 혈액을 가지고 항체검사를 했더라면 더 많은 양성자가 나왔겠지만.. 


어쨌든 5월 말 기준 서울시 항체 양성률은 0.067% 정도로 산출됩니다. 서울시 인구 천만명에 적용하면 약 6,600명의 감염자가 존재했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시 누적 확진자수가 1,400명 정도입니다. 즉, 어제 발표된 국내 항체 양성률은 "못 찾은 환자, 거의 없다"가 아니라, 5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에서만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가 최소한 5천 명 이상 존재할 것으로 본다고 해석해야 그나마 정직한 해석입니다. 


마지막으로 (3) 어떻게 했는가?라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방역당국에서는 최종 양성 판정을 중화항체검사를 이용했다고 발표하더군요. 항체는 크게 결합 항체와 중화항체로 나눕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결합 항체를 측정하는 선별검사에서는 3명이 양성으로 나왔는데, 중화항체를 측정하는 최종 검사에서 1명만 양성으로 판정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중화항체는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장 치료나 백신 개발과 같은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연구에서나 측정하는 것입니다. 모르고 지나간 감염자의 규모를 추정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대규모 항체검사를 중화항체검사로 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별검사는 이 규모를 과대 추정할 우려가 있다면, 중화항체검사는 필연적으로 이 규모를 과소 추정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앞서 설명한 3가지 이유로 인하여 어제 발표된 우리나라 코로나 항체 양성률은 과소 추정된 것이며  5월 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놓치고 지나간 상당한 규모의 감염자가 존재했다고 봅니다. 지금은 훨씬 더 늘어나 있을 겁니다. 원래 방역당국에서는 국민건강 영양조사와 연계한 항체 조사를 올해 말까지 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번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6월 중순, 갑자기 계획을 변경하여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시료로 긴급 항체검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도 항체 검사했다는 면피용이 아니라, 진정으로 놓치고 지나가는 감염자의 규모를 알고자 했다면 6월 중순 이후 혈액을 채취하여 제대로 했었어야 했습니다. 


어떤 국가도 그 나라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지역을 제외한 결과를 국내 항체 양성률이라고 발표하지 않습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못한 대구의 항체 양성률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을 겁니다. 아니 높습니다.  제가 이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방역당국에서 항체 조사해 주기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얼마 전 일부 대구시민을 대상으로 직접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은 논문으로 발표되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 시작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하고 있는 정밀 역학조사라는 것, 구멍 뚫린 그물 맞습니다. 의미 없는 동선 추적, 전수조사, 선제 검사 그만두고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방역대책으로 시급히 바꿔야 합니다. 


**추가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은 "대구의 코로나 항체 양성률: 0.03% 국내 항체 양성률에 대한 화답"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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