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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Nov 16. 2021

코비드 19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최근 코비드 19 확진자와 사망자가 0에 수렴하고 있다는 이웃 나라 소식에 당황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합니다. 아직도 PCR 검사를 안 해서 그렇다,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다와 같은 어설픈 설명이 환영받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가 더 잘한다는 환상을 붙잡고 있어야만 위로가 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긴급사태 해제하는 일본 vs. 백신 패스 도입한다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확진자 급증 vs. 일본의 확진자 급감”에서 설명드렸듯, 일본의 상황은 명백한 팩트이자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스웨덴과 유사한 완화 전략으로 대응했던 일본이 조만간 이런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것은 스웨덴을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스웨덴과 일본의 방역정책이 매우 다릅니다만, 두 국가 모두 고위험군과 환자 중심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 국가라고 봐야 합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 스웨덴은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1월 말부터 사망자수가 급감했는데 4,5월에 있었던 확진자 급증에도 사망률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확진자 수도 백신접종률 20% 미만이었던 시점부터 감소하기 시작해서 계속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요. 물론 겨울이 되면 다시 환자수가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만, 이런 계절성은 그 자체로 이미 코비드 19와 공존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코비드 19 유행기간 동안 스웨덴의 총사망률은 예전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드립니다. 스웨덴의 코비드 19 사망자수가 무려 만 오천명에 달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으신 분은   “스웨덴이 주는 교훈, 코비드 19는 벌거벗은 임금님?”, “스웨덴은 100% 옳았다”, "우리가 위드 코로나로 가는 길, 얼마나 멀고 험할까?"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요약하자면, 스웨덴의 코비드 19 사망자 대부분은 코비드 19 유행이 없었더라도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셨을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비슷한 백신 접종률을 가진 일본이 우리와 가장 다른 점은 처음부터 국가가 나서서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무증상 혹은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자연감염을 막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일본의 확진자가 급감한 것은 백신접종률이 채 50%가 되지 않았을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런 일은 강력하고 광범위한 면역을 제공하는 자연감염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단순히 백신접종률만 높인다고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유행 곡선의 꺾임은 일시적 집단면역에 도달했을 때 보이는 현상으로, 동아시아권과 같이 교차면역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는 매우 적은 수의 감염자만으로도 이러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일본의 데이터 조작설은 유행 초기부터 계속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프레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 3,4월부터 보이고 있었던 매우 이상한 현상, PCR 검사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처럼 보였던 일본의 코비드 19 사망이 왜 폭발하지 않는지에 대하여 그 누구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죠. 그 대가로 우리는 무려 2년에 가까운 세월을 곧 세계 표준이 될 거라는 K방역 치하에서 살아왔던 것이고요. 만약 처음부터 완전히 상반된 방역정책을 가졌던 한국과 일본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가지고 유행 상황을 비교 분석해 왔더라면,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이라는 것은 그렇게 대단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유행의 양상을 결정짓는 핵심요인은 다름 아닌 교차면역 수준으로, 동아시아권은 코비드 19에 대한 기본 저항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을 거고요.


스웨덴과 일본의 결과는 그 자체로 코비드 19에 대한 인류의 대응 방식에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데이터입니다. 특히 무증상자와 경한 증상자를 그냥 둬도 코비드 19 사망률이 여전히 매우 낮은 최고령국 일본의 상황은 K방역의 대전제, 즉 무증상이라도 절대로 걸리면 안 되는 감염병이라는 가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한국의 2배, 80세 이상은 3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시점 일본과 한국의 코비드 19 사망률은 큰 차이가 없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계속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쪽을 선택한 듯싶습니다.


모순으로 가득 찬 방역을 2년 정도 경험한 덕분에 이제는 코비드 19 사태의 실상에 눈을 떠가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학습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인하여 여전히 이 바이러스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 듯합니다. K방역의 폐해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코비드 19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높았던 동아시아권에서 국가가 앞장서서 바이러스에 대한 과장된 공포를 조장하고 이를 방역의 성과로 적극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아직도 백신과 마스크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우리 몸이 코비드 19 바이러스를 상대하는 방식을 직관적으로 잘 보여주는 논문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링크하는 논문은 대표적인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인 리노바이러스에 대한 감염이 코비드 19 바이러스에 대한 매우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면, 호흡기 상피세포가 코비드 19 바이러스에 단독으로 노출되면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식합니다만, 리노바이러스와 함께 노출되면 코비드 19 바이러스는 즉각적으로 증식이 억제되고 리노바이러스만 증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단지 리노바이러스와 코비드 19 바이러스 사이에만 존재하는 특이 현상이 아닙니다. 리노바이러스는 인터페론과 같은 선천면역계를 자극하여 코비드 19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많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들이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즉, 건강한 사람들은 리노바이러스와 같이 익숙한 미생물들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반복 감염되면서 예전처럼 사는 것이 백신과 마스크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코비드 19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이라는 의미입니다.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은 이러한 노출을 유행내내 허용했던 국가죠.


제가 유행 초기부터 교차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미생물들 간의 상호작용도 역시 일종의 교차면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단어를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은 “가장 강력한 방역대책은 교차면역입니다”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글에서는 과거 유사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 경험이 있으면 T세포 면역을 통하여 코비드 19에도 저항력이 있다는 협의의 교차면역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생태계에서 교차면역이란 그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지금껏 방역당국에서는 무조건 백신접종률만 높이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왔으나, 우리가 이 난국에서 벗어나려면 돌파 감염이든 뭐든 자연감염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이게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동선 추적하는 역학조사와 무증상자와 경한 증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PCR 검사를 중지해야 하고요. 그러나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지 2주도 되지 않아, 4~500명 위중증 환자수에 벌써 비상 기준 초과, 병상 동원 행정 명령 같은 기사들이 줄지어 나오는 것을 보니 이번 겨울도 확진자 수 줄이기에 사활을 건 K방역 치하를 벗어나지 못할 듯 싶군요.


**추가합니다.

이 글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 올린 "좀 더 퍼져야 멈춘다" 와 최근 일본의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을 보면서 쓴 "일본의 오미크론 확진자 급증은 좋은 일입니다"도 같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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