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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Oct 11. 2021

싱가포르의 확진자 급증 vs. 일본의 확진자 급감

우리나라도 11월 9일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다고 하는군요. 전 국민 70% 백신 접종 목표 도달한 뒤 2주 후입니다. 백신 출시 초기라면 다들 백신에 대한 장밋빛 환상에 젖어있을 때니까 특정 백신접종률을 목표로 매진할 수도 있었겠습니다만, 이미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백신의 한계가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도 특정 백신접종률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소신인지 아집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싱가포르, 일본, 한국의 백신접종률과 확진자 수 추이입니다. 특정 백신접종률이 무슨 의미가 있어 보이는가요? 백신접종률과 확진자 수 증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수많은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 현상들이었고요. 뿐만 아니라 치사율이 떨어지는 것조차 무조건 백신접종률이 높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과연 영국은 백신접종률이 높아서 사망자가 적은 걸까?”에서 스웨덴의 사망률이 언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한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백신접종률 5~10% 정도에서 확진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와중에도 사망률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 그래프를 보면서 싱가포르와 일본이 보이는 극명한 대비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가 작년 3월 올린 “봉쇄전략, 완화전략, 그리고 영국의 집단면역”에서 봉쇄전략과 완화전략 차이를 설명드리면서 코비드 19와 같은 특성을 가진 감염병을 상대로 K방역과 같이 전파방지에 초점을 맞춘 봉쇄전략으로 장기간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적은 바 있는데요, 현재 싱가포르와 일본의 상황은 이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아시아의 방역 모범국 중 하나인 싱가포르는 장기간 봉쇄전략으로 대응하면서 백신접종률을 신속하게 70~80% 수준까지 높였으나, 현재 확진자 폭발 중에 있습니다. 한편 일본은 유행 초기부터 무증상,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감염을 허용한 국가로, 백신접종률이 50%가 되지 않을 때부터 확진자수가 급감하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분들은 계속 검사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듯합니다만, 일본은 PCR 검사 양성률도 최저점으로 떨어졌고 사망률도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실제 상황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싱가포르와 일본, 무엇이 이 두 국가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요? 말할 것도 없이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간 사람들의 규모>에서 나온다고 봐야 합니다. "Follow the common sense!!"에서 설명드렸듯, 코비드 19와 같은 감염병은 백신보다 자연감염이 훨씬 더 광범위하고 견고한 면역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비드 19와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 국민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야만 합니다. 이 역할을 치사율 0에 수렴하면서 대부분 무증상 경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건강한 사람들이  일찍부터 일상생활을 하면서 해줘야 했던 것이고요. 사실 굳이 해줘야 하는 일도 아니고,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그냥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경험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일은 고위험군을 보호할 수 있는 백신이 있는 상황에서는 특히 신속히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를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판단하고 근 2년 동안 <확진자수 최소화 + 백신 접종 극대화>를 목표로 해왔는데,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현시점 백신 패스같은 제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듯 싶기도 하고요. 교훈은 커녕 싱가포르의 백신접종률이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에 확진자수가 폭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 같군요. 


또한 우리 사회가 가진 자연감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위드 코로나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심각한 걸림돌입니다. 원래 건강한 사람들은 엄청난 수의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등에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노출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니,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건강한 것입니다. 이중 어떤 것들은 무증상 감염을 만들고, 어떤 것들은 경미한 증상을 일으키면서 끊임없이 나의 면역계를 훈련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덕분으로 코비드 19가 찾아왔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무증상과 경한 증상만을 경험하고 지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방역당국이나 관련 전문가 집단에서는 감염병 유행 관리에 있어서 자연감염 경험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자산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유행 내내 오로지 전파원이라는 관점에서만 보았는데, 위드 코로나 개시 후에도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심상챦은 징조가 여기저기서 보이는군요. 국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지, 양자컴퓨터에 기반한 슈퍼 AI인 유기체 면역계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위드 코로나란, 건강한 사람들이 경험하고 지나가는 무증상, 경한 증상 감염을 두고 국가가 나서서 관리하고 간섭하는 것을 <중지>하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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