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들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2년 넘게 의미 없는 <확진자 수 최소화>를 목표로 사회를 초토화시켜왔던 탓에 아직까지 확진자수만으로 사회를 들었다 놓았다가 가능한 지구 상 마지막 남은 국가가 되었습니다. 새 정부에서 K방역을 정치 방역이라고 부르면서 우리는 정치 방역이 아닌 과학 방역하겠다고 공언했던 탓에, 최근 나오고 있는 확진자 급증 기사에 지금부터 당신들의 과학 방역을 한번 지켜보겠노라는 댓글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군요.
우리 사회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벌어졌던 일들 중 오류가 아닌 것을 찾기가 어려운 지경인데,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들어 가보면 자연감염의 중요성을 몰랐던 그들의 무지 때문입니다. 코비드 19와 같이 끊임없이 변이가 발생하는 호흡기계 바이러스로부터 한 사회를 지켜주는 가장 큰 힘은 방역도 아니고 백신도 아닙니다. 치명률 0%에 수렴하는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반복해서 경험하고 지나가는 자연감염이 없다면 어떤 방역정책, 어떤 백신 정책으로도 사회를 정상화시킬 수 없습니다.
확진자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자연감염 경험자가 증가한다는 것으로. 이들은 한 사회가 코비드 19와의 안전한 공존까지 이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이를 때까지 확진자수는 끊임없이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확진자수 최소화 + 백신접종률 극대화>를 목표로 했던 K방역이 세계 최고라고 세뇌당해왔던 탓에, 아직도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군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의료시스템의 과부하가 없는 한 확진자수가 늘어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라 차라리 좋은 일입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라는 BA.4, BA.5는 자연감염이나 백신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아준다는 허언에 속아서 백신 접종을 했던 사람들이야 억울하겠지만, 자연감염을 경험했던 건강한 사람들이 다시 BA.4, BA.5에 감염된다고 무슨 특별한 일이 생기나요?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감염을 경험하면 할수록 점점 더 경미한 증상만으로 지나가게 되고, 종국에는 대부분 무증상으로 지나게 되는 공존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생명체 공진화 원리는 1억 년 전에도 그랬고 백만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당연히 그러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재감염된 사람이 사망할 위험이 더 높으므로 재감염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금과의 상식과는 완전히 다른 기사 하나를 읽었습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를 기사화한 것으로, 논문을 직접 찾아보니 미 재향군인 의료시스템에 등록된 (1) 코비드 19에 감염된 적이 없는 대조군 530만 명 (2) 1회 감염된 25만 명 (3) 2회 이상 감염된 3만 8천 명의 사망률을 비교했더군요. 결과적으로 2회 이상 감염자가 1회 감염자에 비하여 6개월 내 사망 위험이 2배, 병원 입원 위험이 3배 높기 때문에, 저자들은 <재감염 예방을 위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아.. 빌어먹을 그놈의 감시 시스템..
그러나 이 논문은 또다시 코비드 19에 대한 접근은 저 위험군과 고위험군을 구분하는 Two-track이 되어야 함을 이야기해주는 결과일 뿐입니다. 연구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였는데, 재감염 횟수가 많을수록 다양한 만성질환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록 이런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하더라도 1회 감염자와 2회 이상 감염자 사이에는 정량적 측정이 불가능한 면역기능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즉, 고령의 기저질환자는 코비드 19 재감염뿐만 아니라 모든 감염병에 취약하므로 항상 스스로 감염 예방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국가 차원의 감시시스템과 방역 정책이 그러한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감염의 중요성과 함께 <확진자수 최소화 + 백신접종률 극대화>를 목표로 했던 K방역의 오류를 직시하지 못하는 한, 현 정부의 과학 방역은 또 다른 버전의 정치 방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백신접종률 1등, 마스크 착용률 1등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 세계 확진자 발생률 1등을 찍었을 때가 기존 정책을 이끌었던 분들이 자신들의 오류에 대하여 고해성사를 할 수 있었던 최적의 시기였습니다만, 아쉽게 그 기회를 놓쳐 버렸군요.
어쨌거나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도, 반성하는 사람도 없이 최근 오미크론 하위 변이 확진자가 급증한다는 뉴스에 노란 점퍼를 입은 낯익은 그분들과 그 예의 전문가들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끊임없이 변이가 발생하는 것이 본질인 바이러스가 벌이는 자연현상을 두고 난리법석을 부리는 일이 이렇게나 오랫동안 범국가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참으로 불가사의합니다. 제가 낸 세금으로 그분들의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니 비통하기까지 합니다.
지난 5월에 올린 “북한의 코비드 19 사태는 어떻게 진행될까?”에서 교차면역이 높은 동아시아권 특성상 북한의 코비드 19 유행은 크게 심각하지 않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예상대로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는 북한 상황을 가끔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며칠 전 마스크를 벗고 대규모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신선하기조차 하더군요. 한편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를 신주삼아 쓰고 다니는 대한민국 국민들과 확진자 수 2만 명을 넘겼다고 다시 도돌이표 공포 조성 모드로 돌입한 우리 사회가 참으로 측은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가 저들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추가합니다.
이글을 읽으신 분들은 "K방역이 과학방역이 아니었던 이유"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