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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l 18. 2022

질병청 제작 <마스크 효과 한방 정리> 시청소감

우연히 질병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올려진 <마스크 효과 한방 정리>라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마스크에 대한 메시지를 폭탄 투하하듯 던지고 있는 이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흡사 호모 사피엔스가 마스크와 함께 진화해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몇몇 논문들을 마스크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결과로 소개하고 있어서 유행 초기에 올렸던 동영상인 줄 알았더니 놀랍게도 2022년 6월에 올린 동영상이더군요.


그들의 가장 큰 오류는 (1) 실험실, 병원 등과 같은 특정 장소에서 보여준 단기간 마스크 착용 효과와 (2) 지역사회에서 장기간 마스크 착용의 효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자와 달리 후자 상황에서 마스크의 효과는 그리 뚜렷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실험실이나 필요할 때 단기간 사용하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단기간 마스크 착용과 달리, 일상생활을 하면서 장기간 마스크 착용을 하는 상황이 되면 쓰고 벗고가 반복되면서 허술한 착용과 오염된 마스크 사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질병청 동영상에서 마스크 효과를 증명하는 논문으로 구체적으로 인용된 몇몇 논문이 있었습니다. 먼저 Lancet의 메타분석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 메타분석에 포함된 논문 대부분은 의료기관에서 시행된 관찰 연구들로 그 결과를 지역사회에 직접 적용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인플루엔자 유행시 <지역사회 마스크 착용>에 대한 14편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마스크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은 이미 반복적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코비드 19 유행시 시행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도 거의 효과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그리 크지 않고 특히 젊을수록 효과가 없습니다. 이런 결과들은 마스크 홍보물에서 주로 보는 드라마틱한 효과와는 아주 거리가 먼데,  그 이유는 홍보물에 나오는 숫자들 대부분은 실험실 마네킹에게 마스크를 씌워 놓고 얻은 연구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질병청 동영상에서는 2020년 봄 미국에서 마스크 의무화 제도 시행 전후 일일 확진자 수 증가율을 비교한 논문을 소개하면서 마스크 덕분에 수십만 명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나 2020년 봄 세계 각국에서 시행된 마스크 의무화 정책의 효과를 이런 추세 분석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그 이유는 이미 유행 정점이 지난 후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시행한 지역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유행 정점이 지났다는 것은 일시적 집단면역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냥 두어도 저절로 확진자 감소로 이어지게 되죠.


유행 초기인 2020년에 발표된 대부분 논문들의 결론은 락다운과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의무화 정책이 유행을 억제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초기 결론들이 다 뒤집히고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형태인 전면 락다운에 대한 결론은 유행 억제에 의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2차 피해만을 야기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방역정책이었고, 마스크 의무화 정책도 의미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유행 초기부터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하여 예상되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이 참으로 참담합니다. 


최근 2020-2021년 겨울 2차 유행시 유럽 각국의 마스크 착용 순응도와 인구 백만 명당 확진자 및 사망자수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유럽권에서 마스크 착용과 유행 추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증가 추이까지 감지되지만 이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므로 일단 접어두겠습니다. 감소 추이가 없었다는 것으로 마스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데 충분합니다. 물론 전 세계 마스크 착용률 1위인 대한민국에서 지난 봄에 일어났던 일을 기억한다면 이런 논문들이야 사족에 불과하겠습니다만.. 



또한 동영상에서는 마스크 덕분으로 다른 호흡기계 감염병도 급감했다고 마스크를 칭찬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질병청 관계자들은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에서도 각종 호흡기계 감염병이 급감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까맣게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독감과 감기가 사라진 이유는 마스크와 거리두기 때문이 아니라, 바이러스 간 생존 경쟁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자 하시는 분은 2021년 1월에 올렸던 “왜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을까?”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유행내내 실내조차 노마스크였던 스웨덴의 현재 소식이 궁금하신 분은 지금 링크하는 글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숨넘어가듯 마스크를 찬양하는 동영상을 계속 보고 있기가 꽤나 괴로웠는데 제가 일시 멈춤을 누른 시점은 영유아에 대한 내용이 나올 즈음입니다. 질병청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공황장애, 천식,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영유아들이 울어서 외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님>을 위로하고 있더군요.  언어, 면역, 신경, 내분비 등 모든 인체 시스템이 결정적 발달 시기에 있는 영유아와 어린이에 대한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어떤 식으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단 한순간도 고민해보지 않은 듯한 그들의 무지함에 처음에는 한숨이 다음에는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현재 질병청이라는 곳에서 가지고 있는 유기체에 대한 인식 수준이라고 봅니다.


마스크에 대한 질병청의 최종 결론은 <인류의 안전을 지켜주는 매우 고마운 발명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OMG.. 최근 인간의 뇌에는 아래와 같이 얼굴만 인지하는 영역 - fusiform face area-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 뇌에 이렇게 얼굴만을 위한 영역이 특별히 할당되어 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하루 종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마스크를 낀 상태로 2년 이상을 지냈던 아이들에게 이 영역의 신경세포들, 그리고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다른 영역의 신경세포들이 과연 제대로 발달하고 있을까요? 유행 내내 확진자 수 최소화라는 어이없는 목표를 가졌던 탓에, 영유아와 어린이들에게 마스크를 강요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우리 사회가 이제는 깨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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