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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01. 2023

장기 학교폐쇄를 선택했던 한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현재 학교폐쇄는 팬데믹 기간 동안 벌어졌던 일들 중 가장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컸던, 최악의 방역정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학력 저하는 기본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및 신체 건강에 미친 악영향이 엄청났으며 특히 취약계층일수록 문제가 컸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죠.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 드러난 문제는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향후 수년, 수십 년간에 걸쳐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미의회 청문회에서는 학교폐쇄를 둘러싸고 책임 공방이 시작되었더군요. 그전부터 코로나사태 관련 청문회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여준 이중적 태도 혹은 거짓말에 가까운 답변들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 공중보건이라는 학문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폐쇄를 둘러싸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들의 오류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이번과 같은 일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이런저런 노력을 하겠다고 답변을 했더라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었겠지만 그 누구도 그런 선택을 하지 않더군요. 


얼마 전 올렸던 “한국, 락다운을 하지 않아서 성공이라고??: 질병청장의 최근 외신 인터뷰를 본 소감”에서 한국의 학교 폐쇄기간이 유럽권에서 수 차례 전면 락다운을 시행했던 국가들의 폐쇄기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길었음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보다는 훨씬 더 길었고요. 학교폐쇄만 보더라도 K방역은 전면 락다운에 버금가는 사회적 피해를 초래한 방역 정책을 가진 국가라고 볼 수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공식적인 락다운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면서 한국은 달랐다고 심지어 성공적이었다고 기만적인 주장을 하고 있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장기간 학교폐쇄를 한 이유입니다. 한국이 학교폐쇄를 했던 기간동안 일일 확진자수는 기껏해야 몇 백 명, 많아도 몇 천명에 불과했고 그것도 대부분이 무증상, 경한 증상이었죠. 즉, 한국은 서구권처럼 중환자 혹은 사망자 폭증으로 학교폐쇄를 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방역목표였던 확진자수 최소화를 위해 학교폐쇄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지구상 그 어떤 국가보다 어리석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성인들은 만원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퇴근하고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상황에서도 (이 사실은 한국은 락다운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K방역의 홍보에 활용되죠) 학교는 정상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할 수 없이 기만적이었고요. 그리고 개학 후에도 그들은 확진자 1명만 나오면 역학조사니 선제검사니 하면서 학교를 발칵 뒤집어놓는 일을 반복하곤 하죠. 


물론 학교폐쇄와 중환자수 혹은 사망자수 증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서구권의 학교 폐쇄도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어린이는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그들에게 코비드 19는 독감보다 약한 감염병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유행 초기에는 어린이들이 감염원이 되어 고령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만, 곧 어린이를 통한 전파 확률은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접촉이 많은 성인들은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까지 보고되죠. 


아래는 지난번 소개한 논문에 포함된 국가별 학표 폐쇄의 강도와 구체적 기간입니다. 한국은 상위 40% 정도에, 일본은 하위 10% 정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 학교폐쇄를 했었고 그 이후 계속 학교를 열어 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시기 경험에 기반하여 일본 연구자들은 Nature에 2020년 봄 학교폐쇄가 코비드 19 지역사회 전파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연구결과가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 다른 국가에서도 계속 보고된 바 있었죠. 




그럼 한국은 그런 자료가 없었을까요? 천만예요. 역학조사라는 미명하에 전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온갖 정보를 강제로 수집했던 국가인데 없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들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이미 2020년 상반기 어린이로부터 성인에게 전파되는 확률이 매우 낮았다는 자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논문을 읽어보면 그들은 이 결과를 두고 어린이들은 어떤 생물학적 이유로 바이러스 전파 확률이 낮다고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접촉자추적과 초기 환자격리와 같은 방역정책 덕분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한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생물학적으로 설명해야 할 현상을 두고 우리나라만의 특별한 방역정책으로 그 공을 돌리는 愚를 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이들은 바이러스 전파 확률이 낮았다>라는 동일한 결과를 두고 다른 나라들은 학교를 열어도 괜찮은 증거로 간주한데 비하여 한국은 더욱더 철저한 방역을 해야만 하는 증거로 간주했다는 사실에 저만 좌절하는 건가요? 한국은 <방역이 국민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방역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라는 관점 없이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을 3년 동안 벌여도 누구 하나 질문 던지는 이도, 대답하는 이도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고 있는 한국 사회가 마주치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참으로 두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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