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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Apr 18. 2023

한국, 락다운을 하지 않아서 성공이라고??

질병청장의 최근 외신 인터뷰를 본 소감 

지난달 한국의 질병청장께서 영국의 일간신문 텔레그래프와 인터뷰를 했더군요. 이 외신을 받아서 당시 국내언론 두어 곳에서 “英매체, 한국 정부 코로나 대응에 찬사..”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번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기사를 실었고요. 한국 질병청장과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가 어떤 과정으로 성사되었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과연 텔레그래프지가 현시점 진정으로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감탄하여 자발적으로 요청했을까요? 아니면 외신발 국내 보도가 필요했던 질병청에서 인터뷰해 줄 만한 외신을 물색했을까요? 다만 짐작만 할 뿐입니다. 


텔레그래프지의 기사 제목은 “How South Korea avoided a national lockdown”입니다. 즉 락다운을 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기사 핵심으로 질병청장께서는 인터뷰 내내 “유행초기 대규모 진단검사와 정부의 발 빠른 조치가 성공의 열쇠였다”라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질병청에서는 락다운도 하지 않고 대규모 진단검사도 거부했던 일본에서는 왜 서구권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하여서는 영원히 침묵할 작정인 듯합니다. 


코비드 19 유행은 동아시아권 대부분 국가들에게 <난이도 하>에 속하는 기출문제였습니다. 여기에는 수액병이 없어서 맥주병을 대신 사용했다는 북한도 포함됩니다. 이와 같이 지역적 특성으로 인하여 서구권에 비하여 쉽게 지나간 감염병 유행을 두고 아직도 자신들의 방역정책 덕분이라고 우기는 그들을 지켜보는 것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애쓰는 어린아이를 보는 듯 애처롭습니다. 한국이 오미크론 유행시 보였던 세계 최고의 초과사망은 <난이도 하>문제를 <난이도 극상>으로 포장해 왔던 그들의 기만적 방역정책이 남긴 필연적 결과물이라고 봐야 하고요.  


텔레그래프지 기사 제목처럼 그들은 여전히 한국은 다른 국가들처럼 락다운을 하지 않았음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락다운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그 사회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였는가에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락다운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방역 정책으로 인하여 사회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었다면 당연히 락다운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2년이상 의미없는 확진자수 최소화를 방역목표로 했던 한국은 전면락다운을 한 국가만큼이나 어리석은 국가였고, 정부 주도하에  마녀사냥이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지구상 그 어떤 국가보다 위험한 국가였습니다. 


그 사회의 기능이 얼마나 정상적으로 유지되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학교 폐쇄 여부입니다. 최근 BMJ Evidence-Based Medicine에 학교 폐쇄를 아무런 의미없이 엄청난 2차 피해만 양산한 최악의 방역 정책으로 평가한 논문이 실린 바 있는데, 여기에 국가별 학교폐쇄기간에 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나옵니다. 아래는 이 논문에 실린 그림으로 한국의 학교 폐쇄기간이 유럽권에서 락다운을 시행했던 국가들의 폐쇄기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길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보다는 훨씬 더 길었고요. 즉, 현재 질병청에서 우리는 락다운을 하지 않고 잘 대응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의 기만적인 발언입니다. 




최근 엠폭스와 관련하여 질병청은 또다시 확진자수 번호 붙이기 K방역을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2~4주 후 자연 치유되는 감염병을 두고 이런 야단법석을 벌이는 국가는 아마 지구상에 대한민국 뿐일 듯합니다. 하지만 질병청이 코비드 19 사태 때의 정책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한, 그리고 그들이 지금과 같은 거대조직으로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이런 일은 무한반복될 겁니다. 아무쪼록 다들 정신줄 붙들고 평정심 유지하면서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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