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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Apr 12. 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그리고 방사선 호메시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가 또다시 공포와 혼란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코비드 19 사태동안 무증상, 경한 증상자에게 PCR검사를 제한했던 일본의 방향성이 옳았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세상이 저를 토착왜구로 부른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후쿠시마 오염수까지 걱정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 아마도 저는 죽는 날까지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메시스> 책 저자로서 방사선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소동 – 방사능 아스팔트, 라돈 침대, 우라늄 수돗물 등-의 99.99%는 난센스였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되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동안 여러 번 “세상이 호메시스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코비드 19와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습니다만, 호메시스 현상이 가장 잘 알려진 분야가 바로 방사선입니다. 적절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기전을 설명하는 호메시스라는 현상은 20세기 내내 유사과학의 대명사로 몰렸으나 21세기가 되면서 화려한 부활을 한 모든 생명현상의 핵심 개념입니다. 호메시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연구자들이 하는 생명체에 대한 연구는 반쪽짜리 연구일 뿐이고, 호메시스를 부정하는 환경운동가들 혹은 정치가들 역시 사회가 어떤 혼란에 빠지든지 상관하지 않고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그런 주장을 할 뿐이라고 봅니다. 


제가 호메시스책을 냈던 2015년, 인터넷에서 호메시스를 검색하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단어가 “사이비 과학”, “엉터리 이론”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나오고 있는 건강분야 대형베스트셀러들 대부분은 모두 호메시스를 정면으로 다루는 책들입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쓴 “노화의 종말: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가 그렇고 스티브 건더리 박사가 쓴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들은 동전의 앞면만 다루는 반쪽자리 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세상이 쉽게 받아 들 일 수 있는 호메시스 현상만을 주로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전의 앞면이 보여주는 호메시스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간헐적 단식, 저탄수화물식, 파이토케미컬, 운동, 햇빛, 수면 등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들이 생명체 유지 및 보수기능을 활성화시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이야기하는 각종 보충제들을 두고 호메시스를 활성화시킨다는 의미에서 Hormetin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러나 이 저자들은 동전의 뒷면이 보여주는 호메시스 현상에 대하여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동전의 뒷면에는 현 패러다임 상 위험하다고 알려진 것들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무조건 피하면 피할수록 안전하다고 교육받은 것들, 예를 들면 발암물질, 농약, 중금속.. 그리고 방사선과 같은 종류입니다. 이런 위험한 노출도 건강한 생활습관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영역에서> 생명체 유지 및 보수기능을  활성화시킵니다. 즉, 노출량에 따라서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고 건강에 유익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이 세계는 0에 가까울수록 더 안전해지는 선형성의 세계가 아닙니다. 용량에 따라서 그리고 조건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다양하게 드러나는 비선형성의 세계입니다. 


물론 실험실이 아닌 현실에서 노출량을 임의로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전의 뒷면이 보여주는 호메시스 현상을 우리가 직접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항상 축지법, 공중부양, 장풍이 가능한 무림의 고수들은 동전의 뒷면을 이용해서 호메시스를 작동시킬 수 있지만, 우리같이 배고프면 먹고 잠 오면 자야 하는 보통 사람들은 동전의 앞면을 이용해서 호메시스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전의 뒷면이 보여주는 호메시스 현상이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에게 주는 아주 큰 시사점이 있습니다. 비선형성이 존재하는 저용량 범위에서는 외부 노출량을 따지면서 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현시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경험하는 노출 대부분은 이 범주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먹거리, 공기, 물 등 모든 것이 오염되어 버린 현실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즉 동전의 앞면이 보여주는 호메시스 현상과 이미 내 몸 안에 들어와 있는 진정으로 나쁜 그놈들에 집중할 수 있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끊임없는 불안과 걱정은 호메시스 작동을 막는 가장 큰 적입니다. 


<방사선 호메시스>는 동전의 뒤면이 보여주는 호메시스 현상으로 가장 많은 연구가 된 분야입니다. 방사선처럼 지구 탄생 이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그리고 생명체 진화과정을 함께 해 온 요인을 두고 노출이 0에 가까울수록 더 안전하다는 선형성의 패러다임이 반 세기이상 사회를 지배했다는 사실은 현시대 학계가 가진 편협하고 경직된 사고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는 자외선이 피부암 위험을 높인다고 해서 햇빛에 대한 노출이 0에 가까울수록 더 안전하다고 믿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호메시스 현상이 다양한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생명체의 광범위한 적응반응으로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호메시스를 언급하는 연구 논문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오늘 네이처 포함 주요 자연과학분야 저널이 발간되는 Nature portfolio에 가서 hormesis로 검색하니 261편의 논문이 뜨는군요. 그러나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워낙 오랫동안 호메시스가 유사과학의 대명사로 알려지는 바람에 현재 연구자들이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호메시스 현상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방사선 안전성 평가에 적용되던 대전제 Linear non-threshold model (LNT 모델) -방사선에 대한 노출은 0이 가장 안전한 것이고 노출량이 증가하면 할수록 선형적으로 그 위험성이 증가한다-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LNT모델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현 상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현재 링크하는 논문을 참고로 하시기 바랍니다. 현시대의 비극은 LNT모델이 명백한 오류임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결코 LNT모델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LNT모델하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의 수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모두 방사선 허용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지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과 그래도 안전성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학계에서 사용하는 방사선 허용기준치라는 것이 모두 호메시스를 유사과학으로 생각했던 시기, 즉 LNT모델이 참이라는 대전제하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라서 설사 기준치보다 높다 하더라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만, 현재 기준치보다 낮다면 더더욱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위 그림은 1945년부터 2018년까지 지구상에서 벌어졌던 원자핵 관련 실험 횟수입니다. 냉전시대에 엄청난 수의 원자핵 폭발실험이 태평양에서 지상에서 지하에서 수시로 벌어졌습니다.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의미 없는 일에 아까운 에너지 쓰지 말고, 그런 여력이 있다면 코비드 19 사태에 대한 복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국민 건강과 사회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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