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소금이야기부터 해보죠. 다른 국가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주도로 2012년에 발족했는데 설립취지가 WHO권고량의 2배를 넘는 우리나라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들의 <수리모델링>에 의하면 일일 나트륨 섭취량을 3000mg까지 낮추면 연간 3조 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면서, 나트륨 줄이기를 개인 식습관 문제가 아닌 사회 차원에서 총력 대응해야 하는 의제로 만들어 버리죠. 그날 이후 “나트륨 줄이기”는 전국 보건소의 주력 사업이 되고 엄청난 사업비와 연구비가 투입됩니다.
그러나 소금이라는 것은 적게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다. 소금을 줄여서 도움이 되는 소수의 환자들이 있을 뿐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싱거운 음식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건강한 음식이죠. 다행스럽게도 최근 이 사실을 인지하게 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듯합니다만, 더 자세한 내용은 코비드 19 사태 이전에 올렸던 “소금, 과연 적게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것일까?”시리즈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글에는 아래와 같이 WHO의 나트륨 권고량에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다양한 음식을 먹고 생존할 수 있었다는 점은 현생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하죠. 사막, 밀림, 강가, 바닷가, 적도, 극지방 지구상에 인간들이 살지 않는 곳이라고는 없습니다. 산업화 이 전에 그 사람들이 사는 환경이 제공할 수 있는 먹거리라는 것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그 먹거리 안에 포함된 소위 개개 영양소라는 것은 극과 극을 달립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영양소들 간의 조화로 인하여 수천 년 동안 그 환경이 제공하는 먹거리를 먹고사는 사람들은 그것만 먹고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그렇게 진화를 해 왔습니다. 그 결과 소금 섭취량이라는 것도 국가마다 인종마다 식생활에 따라 그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고요. 그걸 21세기에 와서 갑자기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소금을 하루 5g 이하로 먹어야 한다고 정하는 것,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 아닌가요?”
제가 코비드 19 사태 내내 WHO를 인류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직으로 비판했습니다만 WHO의 무지와 무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유기체의 작동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오늘도 또 다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비드 19 사태동안 WHO, CDC와 같은 조직이 국민들에게 강제했던 많은 방역정책들이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없이 2차 피해만 가져왔듯이, 그들이 주장하는 저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저염식에 대한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동안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와 <나트륨 줄이기 사업과 연구과제>로 먹고살던 그 수많은 사람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나트륨 적당히 먹기 운동본부>로 이름을 바꿀까요? 아니면 저염식이 오히려 해롭다는 주장을 가짜 뉴스로 만들기 위하여 노력할까요?
코비드 19 사태로 다시 돌아와 봅시다. 우리나라 질병청은 K방역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곧 세계표준모델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시기에 탄생한 거대조직입니다. 아래 질병청 조직도를 보면 5개국 중 4개국이 감염병 관련 업무를 하고 있으며 그 외 대부분 부속조직들, 전국에 분포한 산하조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CDC 수장을 로첼 왈렌스키 “국장”이라고 부릅니다. 미국과 한국의 행정 조직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우리나라 질병청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대충 감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비드 19 사태가 끝나면 과연 그들은 무슨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요?
질병청에서 지금부터 전국 하수(下水) 기반 감염병 감시체계 사업을 시행한다고 합니다. “기존 임상 감시보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유행을 최대 15일가량 앞서 예측할 수 있으며 코비드 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조기에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더군요. 아직도 질병청은 우리나라 코비드 19 사태가 공존할 수 밖에 없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잘못된 선제적 대응과 오류로 가득찬 예측 수리모델링으로 인하여 발생한 人災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K방역 시즌2를 꿈꾸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