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8일부터 코로나 사태에 대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감염병에 대한 현재의 패러다임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의 감염병 유행 대응 방식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현시대는 감염병이 가진 실제 위험과 무관하게 유행의 규모가 커지면, 그것만으로도 사회는 쉽게 공포에 사로잡히고 그 결과 비이성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코비드 19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글이 2023년 3월이 되자 140편이 넘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코비드 19 사태를 해석하고 전망했던지라 일찍부터 브런치 글을 모아서 책으로 내자는 이런저런 출판사 제안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쓴 글을 다시 정리하는 일의 지루함이 싫어서, 그리고 각종 자료에 대한 링크와 갑론을박 실시간 댓글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브런치글을 직접 읽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 같아서 번번이 거절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소포하나를 받았습니다. 미상이라는 저자명으로 쓴 <저는 코로나를 믿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짧은 메모를 남긴 것으로 보아 저자가 직접 보낸 것으로 짐작되었습니다. 저는 코비드 19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대응할 필요도 없고 대응해서도 안 되는 감염병이라는 입장이므로 제목만으로는 저하고 기본적인 견해 차이가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부제가 <코로나 시대, 현직 교사가 바라본 학교의 안과 밖>으로 달린 것을 보고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한동안 읽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 주말에서야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경기도 지역의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가 본인이 경험했던 코로나 방역의 실상을 후대에 남기고자 적은 기록물이었습니다. 저자는 반복해서 코미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학교 현장의 상황은 더욱더 블랙코미디에 가까웠던 것 같았습니다. 다시 한번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든 그들에 대한 분노를 참기 힘들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코로나사태에 대한 생생한 기록물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역학자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 사태에 대한 기록물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제 브런치의 글 정도야 언제 몽땅 날아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듯 했고요. 그리하여 이번 주말 그동안 브런치에 올렸던 들을 날짜순서대로 묶어서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제목은 <한 역학자가 쓴 코로나 난중일기> 정도로 붙일까 싶습니다.
자신들의 오류가 드러날 때마다 질병청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늘 하는 변명이 있습니다. "그 당시 알고 있었던 지식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 아닐 겁니다. 우리가 지금 아는 많은 지식들 중 방역의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 정도는 유행초기부터 알 수 있었으며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그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일찍부터 알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을 날짜 순으로 읽다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방향전환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렸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나쁜 기억, 부끄러운 기억은 가능한 한 빨리 잊기 원하는 인간 속성상 이제 와서 이런 불편한 책을 읽기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 우려는 있습니다. 하지만 무명으로라도 학교에서 벌어진 코로나 방역의 실상을 후대에 남기고자 했던 그분처럼 저도 단지 기록을 남긴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해 볼까 합니다. 최소한 미래에 새로운 감염병 유행이 찾아왔을 때, 더 이상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과 상식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대중들이 늘어나는데 얼마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은 있습니다. 세상이 코로나 사태를 완전히 망각하기 전에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지금부터 서둘러 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