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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n 24. 2019

소금, 과연 작게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것일까? 1

어느 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싱겁게 먹기가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어 버렸습니다. 거기에 발맞추어 2012년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에서 공동으로 “나트륨 줄이기 운동본부”라는 것을 발족했었죠. 믿거나 말거나 식약청에서 발표하기를 우리나라 일인당 나트륨 섭취량을 3000mg으로 낮추면 의료비용 3조 원을 비롯하여 13조 원의 사회 경제적 이득이 있답니다. 그 이후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전국의 보건소와 지자체에서는 싱겁게 먹기 운동이 금연운동을 이은 최고의 주력사업이 되었더군요. 


모든 인류의 건강이 존재 이유라는 세계 보건기구에서 만들어놓은 기준에 의하면 나트륨(Na)은 하루 2000mg 이하로 섭취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우리가 실제로 먹는 소금(NaCl)양으로 환산하면 5g, 즉 작은 티스푼 하나 정도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숫자로 표시된 기준을 보면 당연히 매우 과학적인 연구의 결과물일 것이라고 받아들입니다. 특히나 세계 보건기구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기관이 이런 기준을 공표했다면 어떤 의의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입니다. 


그러나 소금은 현재 진행 중인 매우 뜨거운 논쟁거리입니다. 현대판 소금 전쟁이라고 까지 불리고 있죠. 국내에서 발간된 책만 보더라도 소금 중독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병들어 간다고 경고하는 책들도 있지만 정반대로 소금이 부족해서 온갖 병이 다 생긴다는 책들도 존재합니다. 물론 전자의 책들은 유수한 대학의 교수님들이 쓰신 책들이고 후자의 책들은 변방의 민간인들이 쓴 책이긴 합니다만.. 


저는 소금에 대한 논란을 보고 있자면 동물성 지방에 대한 논란을 보는 듯한 데자뷔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반세기 이상 만병의 근원으로 몰렸던 동물성 지방이 최근 저탄 고지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지금 양 진영 사이에서 자존심을 건 필생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거든요. 혹시나 소금도 지방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먹는 것과 관련해서는 왜 이렇게  끊이지 않는 논란이 돌아가면서 계속되는 걸까요? 혹시 음식에 포함된 각종 성분들을 쪼개고 또 쪼개서 수많은 정량적 기준을 만들어 내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현대 영양학의 기본 패러다임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한 12~13g 정도 된다고 합니다. 권장량보다 2배 반 정도 더 많이 먹는다고 하죠. 평균이 그 정도지 그 안에는 아주 짜게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부터 소금이 청산가리보다 더 무서운 줄 아는 사람까지 별별 사람들이 다 섞여 있습니다. 현재 전문가들이 싱겁게 먹어야 하는 이유로 주장하는 논리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삼단논법 때문입니다. 


나트륨(소금)을 많이 먹으면 혈압이 올라간다-> 혈압이 높으면 뇌졸중이나 심장병과 같은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고로 나트륨(소금)을 많이 먹으면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삼단논법에서 마지막 결론이 참이기 위하여서는 첫 번째 명제와 두 번째 명제가 참이라야만 합니다. 먼저 두 번째 명제는 불만 없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혈압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왜 혈압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는가?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합니다만 이 부분은 지금 생략하고 지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와 세 번째 명제의 경우 현재 여러분들이 막연히 믿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명쾌한 진실이 아닙니다. 


나트륨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라고 알려진 논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이 정도 결과가 지구 상 전 인류가 소금을 하루 5g 이하로 섭취해야 하는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고혈압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혈압조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혈압이 정상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나트륨 섭취량과 혈압과는 거의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몇 백배는 더 똑똑할 것이 분명한 우리 몸이 알아서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필요 없는 것은 배설하는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조차 혈압을 의미 있게 낮출 만큼 일일 소금 섭취량을 줄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소금은 음식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죠.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금은 단순히 짠맛만을 더해주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좋은 맛은 더 좋게 하고 나쁜 맛은 감추는 그런 마술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죠. 특히 세계보건기구에서 주장하는 하루 5g까지 낮추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깝습니다. 최근 Lancet이라는 유명 의학 저널에 보고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18개국 300개가 넘는 지역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소금을 먹고 있나를 조사해보니 평균 하루 5g미만으로 소금을 먹는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기준이라는 의미입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이 혈압조절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맛을 포기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혈압조절에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이면서도 심지어는 즐겁기까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야채와 과일 많이 먹기, 꾸준한 운동, “건강한 방법으로” 체중 조절하기, 명상으로 스트레스 관리 하기 등과 같은 방법이죠.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런 방법들은 혈압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혈압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의학에서 측정할 수 없는 영역까지 구석구석 건강하게 해주는 진짜 보약들이죠. 


자 그럼 백 번 양보하여 첫 번째 명제도 100% 참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위 삼단논법의 결론인 소금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과연 맞을까요? 


To be continued (두번째 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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