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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Jun 27. 2019

소금, 과연 작게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것일까? 2

실제로 삼단논법의 최종 결론인 소금 섭취와 심혈관계 질환 발생 간의 관련성은 상당히 모호합니다. 소금 섭취량이 높을수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논문들도 있지만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논문도 있고 오히려 소금 섭취량이 너무 낮으면 발생 위험이 높다는 논문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반영하여 2013년 5월 미국 의학한림원 (Institute of Medicine of National Academies, IOM)에서는 현재 미국 정부에서 권장하는 소금 섭취량이 너무 낮아서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게 됩니다. 


이 의견에 대하여 소금의 유해성을 주장해왔던 기존의 전문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미국 내 식약청,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다시 한번 기존의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게 되죠. 특히 소금 섭취량이 너무 낮은 것도 위험하다고 발표한 논문들은 연구 방법론상 오류로 인한 결과로 강한 비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원래 먹는 것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어떤 결과를 보고하든지 간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오류로 가득 차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루는 커피를 마시면 암을 예방한다고 했다가, 그다음 날은 커피를 마시면 암을 일으킨다 같은 뉴스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죠. 


소금은 생명체에서 너무나 많은 중요한 일을 하는 미량원소입니다. 현재의 과학으로 아직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연구 결과들도 많고요. 아마도 소금이 생명체에서 하는 일 중 가장 단순한 일이 체액량 변화를 통한 혈압 조절 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몇 가지 부분적인 지식, 그것도 피할 수 없는 오류들과 지속적인 논란이 존재하는 연구결과들에 근거하여 전 인류에게 적용되는 정량적인 기준을 만들려고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과학의 탈을 쓰고 있지만 지극히 비과학적인 접근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간 소금 섭취와 관련하여 벌어진 논쟁을 들여다보니 그 대립구도가 선과 악의 대결 정도로 인식되고 있더군요. 인류의 건강이라는 숭고한 목적을 위하여 정직한 연구를 하는 순수한 연구자들과 소금을 만들어서 파는 기업체들이나 가공식품업계에서 연구비를 받아서 이 기업들의 이권을 위하여 편파적인 연구를 하는 부도덕한 연구자들 간의 싸움. 전자는 소금은 해롭다는 주장을 하고 후자는 소금은 아무 문제없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제적 이익에서 자유로워 보이는 전자의 주장, 즉 소금이 해롭다는 주장이 더 신뢰할 만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버리죠. 


미국 가공식품업계가 소금이 해롭다는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미국인 소금 섭취량 중 약 70%가 가공식품에서 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가공식품의 경우 소금 함유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면 맛이 급격하게 저하되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요. 하지만 가공식품에 든 소금을 가지고 나쁘다 아니다 하면서 벌이는 논쟁에 우리가 신경 쓸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가공식품이 나쁜 음식인 이유가 단지 소금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 것도 아니고, 싱거운 가공식품이 등장했다고 해서 좋은 음식으로 둔갑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까요. 


그러나 소금에 대한 논쟁은 많은 전통 발효식품에 대한 논쟁으로 번져가기 때문에 소금에 대한 진실을 좀 더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싱겁게 먹기 운동의 주된 공격 대상 음식들도 역시 전통 발효식품들이더군요.  하지만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들이 단순히 싱겁지 않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비극이자 희극입니다. 발효식품들의 유익함이야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왔지만 현시대는 발효식품들의 가치를 새롭게 재조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20세기 이후 지구 위의 먹이사슬을 오염시킨 수많은 합성화학물질 때문입니다. 미생물들 중에는 이런 합성화학물질들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종류들이 많거든요. 이런 경이로운 미생물 덩어리인 발효식품을 가지고 단순히 얼마나 짜냐? 아니냐?로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인간만이 감히 생각할 수 있는 어리석은 이분법입니다. 발효식품은 좀 짜도 좀 달아도 그 안의 미생물들이 가진 무한 능력과 그 음식을 먹으면서 진화해온 우리 몸의 적응력을 믿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싱겁게 먹기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 중 빠지지 않는 근거 중 하나가 구석기시대에 인류가 먹었던 소금 양은 하루 1-3g미만이었기 때문에 인간들은 유전적으로 이러한 정도의 소금만 먹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채식의 배신』이나 『플랜트 패러독스 』에 나오는 곡류에 대한 비판과 매우 흡사한데요 그 책의 저자들은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만년 전 정도로 극히 최근의 일이며 그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사냥과 채집으로 생존을 해왔기 때문에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곡물류에 적응되지 못하였다고 주장했었죠. 하지만 만년이라는 기간은 십만 년보다는 짧고 백만 년보다야 짧지만,  후성유전학적으로 충분히 적응 가능한 세월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반론을 제가 앞서 "현미가 사람을 서서히 죽이는 독약이라고?"에서 적은 바 있습니다. 


소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수렵 채집으로 생존해 가던 구석기시대에 인류가 먹었던 소금 양은 극히 작았다 하더라도 기원전 만년, 그때부터 인류가 농사를 짓고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었으며 이 중 하나가 소금을 이용한 식품 저장방법의 발전입니다. 만년의 세월을 살아 남았다면 그 생명체들은 충분히 소금의 섭취량에 따라 자신의 유전자를, 세포를, 그리고 몸을 최적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이 후성유전학의 관점에서 본 소진화(microevolution)의 법칙이죠. 다윈의 진화론에서는 무작위로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진화의 원동력으로 보았지만 후성유전학이 현재 우리에게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유전자의 최적화된 반응이 후손들에게 대물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음식을 먹고 생존할 수 있었다는 점은 현생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하죠. 사막, 밀림, 강가, 바닷가, 적도, 극지방 지구 상에 인간들이 살지 않는 곳이라고는 없습니다. 산업화 이 전에 그 사람들이 사는 환경이 제공할 수 있는 먹거리라는 것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그 먹거리 안에 포함된 소위 개개 영양소라는 것은 극과 극을 달립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영양소들 간의 조화로 인하여 수천 년 동안 그 환경이 제공하는 먹거리를 먹고사는 사람들은 그것만 먹고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그렇게 진화를 해 왔습니다. 그  결과 소금 섭취량이라는 것도 국가마다 인종마다 식생활에 따라 그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고요. 그걸 21세기에 와서 갑자기 지구 상의 모든 사람은 소금을 하루 5g 이하로 먹어야 한다고 정하는 것,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 아닌가요? 


소금을 이용한 다양한 전통 발효식품과 국물을 즐기는 식습관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는 소금 섭취량이 많은 요주의 국가로 소문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서구 국가에서 벌어지는 소금 섭취량에 대한 논쟁을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정제소금, 천일염, 죽염 등과 관련된 논란들도 여전히 현재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이든지 소금, 아니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의 관점보다 훨씬 더 거시적인 시각을 필요로 합니다.  


무엇보다 지병으로 인하여 소금 조절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소금에 대한 기존의 접근법, 즉 줄이면 줄일수록 좋다는 선형성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싱거운 음식”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건강한 음식”이고 본인의 입맛에 맞게 조절된 소금의 양은 건강한 음식을 제대로 먹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계 보건기구가 정해놓은 하루 5g만을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여 교육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소금이든 뭐든, 아무도 지키지 않거나 혹은 지킬 수 없는 기준을 만들어 놓고 구성원들에게 그 기준에 맞추어 살 것을 강요하는 사회는 전형적인 fragile 한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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