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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Feb 07. 2024

홍역의 귀환??

저는 현시대 건강과 질병에 대한 패러다임에 심각한 오류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는 연구자입니다. 아니 문제는 패러다임의 오류와 같은 형이상학적 논쟁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오류로 가득 찬 패러다임에 기반하여 국가가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각종 시스템을 만들고 국민들은 그 시스템을 벗어나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특히 감염병은 그들이 만든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이 범법 행위가 되어버린, 가장 심각한 영역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감염병으로 공포조장하기>가 일종의 밈이 되어 버렸습니다. 원숭이 두창, 벼룩,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거쳐 최근에는 홍역까지 등장했더군요. 감염병이란 언론에서 떠들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심각해 보이지만, 보도를 중지하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자신의 삶을 예전처럼 살아갑니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주는 것이 본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가장 바람직하고요. 요즘 원숭이 두창, 벼룩,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이야기하는 사람 본 적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감염병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슈에 단골로 등장하는 몇몇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중 L교수가 최근 했던 홍역 관련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는 사회자가 언급한 <코로나19는 비말전파, 홍역은 비말&공기전파>라는 misinformation에 어떤 문제의식도 없었는데, 아마 본인도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L교수가 그토록 마스크의무화 해제를 반대했던 이유가 이런 misinformation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니 허탈하기조차 했고요.


이 인터뷰에서 L교수는 홍역 항체가 없는 사람이 환자와 접촉하면 100% 감염된다고 하면서, 특히 해외여행을 가는 20~30대한테 추가 백신접종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20~30대 청년들이 해외여행 가기 전에 홍역 백신을 한번 더 챙겨 맞는 것은 그들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아니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기나 하는 걸까요?


제가 의대다닐 때 배운 홍역이란 병은 무증상이 거의 없으면서 전파력이 매우 큰 대표적인 호흡기계 바이러스 감염병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신 효과도 좋아서 2회 접종으로 거의 평생 면역을 제공하고 인구의 90~95%가 백신을 맞으면 집단면역이 작동하여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도 보호할 수 있다고 배웠죠. 그러나 홍역에 대한 이런 고전적인 지식들은 모두 재고가 필요합니다.


일단 현시대 홍역은 무증상 감염이 흔한 감염병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백신접종을 한 사람들이 홍역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상당수가 무증상 감염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감염자들도 바이러스 전파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홍역백신 접종률이 아무리 높아도 한 사회에서 홍역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단지 백신접종률을 높여서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도 보호한다는 관점의 집단면역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홍역백신 접종률이 100%인 한 인구집단에서 홍역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백신 접종을 하고도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지만 대부분 무증상, 경한 증상이므로 검사를 하지 않는 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주위에도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죠. 이 상황이 우려스럽게 여겨지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라고 봐야 합니다. 역설적으로 이와 같이 바이러스 노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질수록 그 사회는 홍역에 대하여 점점 더 안전한 사회가 되어갑니다.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홍역도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간 사람들이 백신접종만 한 사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면역을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L교수도 인터뷰 중간에 ".. 예방접종을 했던 사람들도 중간중간에 홍역이 유행할 때 한 번씩 노출되면서 자연부스터라고 해서 한 번씩 항체가 올라가야 되는데.."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이젠 L교수도 자신의 삶을 살면서 경험하고 지나가는 자연감염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게 된 듯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감염병을 상대로 코로나19 때처럼 PCR검사를 도입하여 증상유무에 관계없이 광범위한 진단 검사를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양성자를 상대로 개인정보 털어 동선추적하고 접촉자 선제검사하는 일까지 벌이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언제라도 코로나 시즌2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는 국가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국민들이 자연부스터 경험을 가질 수 없도록 막는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즉, 동선추적 역학조사란 인권 차원에서도 허용되어서 안 되지만, 감염병 관리라는 차원에서도 대부분 무의미하거나 오히려 해만 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L교수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홍역 환자 역학조사를 두고 아래와 같은 발언을 했더군요. “우리나라 역학조사 워낙 잘하는 거.. 아시는 것처럼 한 번 발병하게 되면 어디서 유행이 들어왔는지 모니터링이 되고 있고요..”  L교수는 아직도 K방역의 열렬한 지지자인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잘못된 방역정책의 부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언급했던 자연부스터라는 것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역학 조사라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자연감염이란 비록 무증상, 경한 증상이라 하더라도 직접 경험하는 본인한테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입니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자연감염 경험자가 많은 것이 감염병 유행 관리에 더 유리합니다. 이런 딜레마적인 상황에서 최적점을 찾아가는 것이 감염병 관리의 핵심이고요. 그리고 그 최적점은 역학조사니 선제검사니 하면서 국가가 개입하면 할수록 점점 더 왜곡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멀리 가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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