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올라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철수소식을 전하는 유튜브 조회수가 이백만을 향해가고 댓글은 이미 만 오천 건을 넘겼군요. 백신 접종 후 경험했던 다양한 증상 혹은 질병들에 대한 울분에 찬 토로와 함께 원하지 않았지만 맞을 수밖에 없었던 당시 상황에 대한 분노의 댓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자신은 집단면역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백신을 접종했고, 자신의 결정에 후회가 없다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함이 알려진 후에도 끊임없이 집단면역을 이야기하면서 백신접종률을 높이는데 사력을 다했는데, 업무를 매우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한번 세뇌된 대중은 미래에도 조건반사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죠.
일찍부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백신 접종으로 교과서적인 집단면역에 -매우 편협한 개념으로 오용되고 있는-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백신의 안전성, 특히 장기 안전성을 알 수 없으므로 무분별한 백신접종을 해서는 안 된다는 학계 목소리가 있었으나 대중에게 그런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기회는 없었습니다. 정부에서 정보를 강력하게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로 사망하면 코로나19 사망자로 헤아리고 백신 접종 후 사망하면 기저질환 사망자로 간주하는 이중잣대를 적절히 이용하고 백신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대중들을 몰아갔죠.
한국의 백신 접종 개시 즈음 서울의대 이왕재교수는 백신으로 체내에 만들어진 항체로는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계 감염병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유튜브 등에서 다 삭제되고 공중파방송에서는 한낱 음모론으로 전락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2,3개월 동안은 감염과 전파를 막을 수 있지만 그 후 급격히 소실된다는 것이 좀 더 진실에 가깝습니다만, 어쨌거나 당시 이왕재교수의 주장이 대중들에게 왜곡없이 전해졌더라면 우리 사회도 집단면역이라는 개념이 가진 문제점과 함께 코로나19라는 질병에 대하여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서울의대 오명돈교수는 감염내과 전공자로는 드물게 유행초기부터 코로나19의 위험성이 과장되었고 우리 사회가 부적절한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낸 바 있습니다. 한국이 백신접종을 막 시작했던 2021년 5월 오명돈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백신 접종률 70%에 이른다 해도 집단면역이 불가능하므로 코로나19를 인플루엔자처럼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는데, 이 주장은 즉각적인 사회의 반발을 불러오게 됩니다.
당시 오명돈 교수 발언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그렇다면 백신을 반드시 맞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치명률이 높은 사람들만 맞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었죠. 기초적인 사고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이런 판단을 했겠지만 여기에 대한 소위 언론의 팩트체크 결론은 <전혀 사실 아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동안 전 세계적으로 팩트체크라는 이름의 언론보도가 대유행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의 <SNU팩트체크센터>에서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판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신뢰할만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들일까요? 그들이 제시한 근거자료에는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수와의 통화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약 당시 <오명돈 교수 vs. 정재훈 교수>의 맞짱 토론이 공중파에서 벌어졌다면 과연 국민들이 <전혀 사실 아님>으로 받아들였을까요?
<SNU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대학과 언론사가 협업하는 비정치적· 비영리적 공공 정보 서비스 모델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표적인 명문 사학인 스탠퍼드대학은 코로나19 사태동안 Virality Project팀이라고 불리는 소위 정보검열 조직을 운영했었습니다. 그들은 당시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조 하에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정보들을 -훗날 대부분 진실로 드러난- 검열, 삭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었죠. 훗날 이 조직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적 활력의 상징이었던 스탠퍼드대학이 학문적 검열의 상징으로 전락했음을 개탄해 마지않았고요.
물론 스탠퍼드대학처럼 <SNU팩트체크센터> 운영에 정부가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방역 및 백신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재갈 물리는 일에 그 어떤 국가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질병청 혹은 복지부와 같은 정부 조직 내에 직접 정보 검열을 담당했던 부서가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당시 질병청장은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국회에서 밝힌 바도 있고요. 그들은 지금도 스탠바이 상태로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타인과 논쟁하는 것은 모든 분야의 학문 발전을 이끌어 낸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사태동안은 오로지 정부 지침에 따르는 일만 허용되었고, 대중들은 물론이고 지식인들조차 이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당한 일이라고 동조했죠. 서구권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지만, 그래도 서구권은 다른 의견에 대하여 대중들이 노출될 기회가 훨씬 많았고 그 덕분에 락다운, 마스크 의무화, 백신패스와 같은 방역정책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가 끊이지 않고 벌어졌었습니다.
코로나사태동안 벌어졌던 일들 중 우려되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만, 다른 의견에 대한 광범위한 검열 및 삭제 행위는 그중에서도 특히 심각한 일입니다. 더 이상 국가주도의 반강제적 백신접종과 같은 일이 없다 하더라도 편향된 정보만 일방적으로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대중을 통제하고 세뇌시키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들이 가짜뉴스라고 딱지 붙였던 많은 정보들이 결국 진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코로나 사태동안 있었던, 그리고 지금도 작동하고 있을 정보 검열의 실상에 대하여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는 언론도 정치인도 없는 이 나라가 참으로 걱정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