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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Dec 18. 2024

요동치는 정치권, 그리고 우리의 건강

이전 글들에서 여러 번 밝혔듯, 저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가졌던 정치적 견해를 완전히 바꾼 사람입니다. TK지역에서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진보진영의 오랜 지지자였습니다만, 코로나 사태동안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보면서 조지 오웰의 1984급 전체주의가 이 땅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코로나 사태가 현재 여당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 발생했다면 과연 다른 대응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했다면, 별 다를 바 없었을 거라고 답했을 듯 합니다. 유행초기 정치권에서 벌어진 논쟁을 되돌아 보면 <K방역 덕분에 선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과 <더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백신 개발 후에는 <천천히 맞아도 된다고 했다가 갑자기 돌변하여 백신 패스까지 도입하면서 접종을 반강제 했던 측>과 <시급히 도입해야 하며 백신접종 의무화 특별법까지 발의했던 측>으로  나눠지죠. 여기서 동아시아권의 코로나19는  감기, 독감과 별 다를 바 없는 감염병이므로 건강한 사람은 그냥 자신의 삶을 살면서 집단면역을 올려가면 되고 방역과 백신은 고위험군에게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양쪽모두에서 헛소리, 망상, 유사과학 취급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사태초기부터 제 브런치에 당시 정치권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댓글들도 꽤 달렸는데 그런 댓글들은 양해를 구하고 모두 삭제했었습니다. 제가 제기하는 이슈들은 정치적 논쟁 없이도 얼마든지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이 가능하며, 또 그래야만 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은 이쪽이나 저쪽이나 감염병 유행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마찬가지고, 문제 핵심은 질병청과 전문가들에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행 내내 그들의 믿기 어려운 판단능력을 지켜보면서 이 조직과 사람들이 건재하는 한 언제든지 이 땅에서는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발생가능하다고 보았죠.  따라서 정치권이 아닌 그들이 제 글의 주된 비판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뒤, 한 의사분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본인이 보기에 한국의 코로나 사태는 전형적인 정치적 사건인데 왜 브런치에서 그런 논쟁을 원천봉쇄했느냐는 나름 항의성 질문같아 보였습니다. 그분이 코로나 사태 당시 야당의 열혈지지자였음을 잘 알고 있었던지라 반쯤 농담 삼아 지난 정부 지지자였기 때문이라고 짧게 답했는데, 그 답변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면서 더 이상 질문이 없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정치에 과몰입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했고요. 


의대증원사태부터 계엄령선포까지, 바뀐 정치권력하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코로나 사태가 현시점 발생했다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사직전공의들이 48시간 내에 복귀하여 성실하게 근무하지 않으면 계엄령에 의하여 처단한다>는 문구를 보는 순간, 훨씬 더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물론 감염병에 대한 대처외에도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가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들이 존재하고 각자의 가치관과 처한 위치에 따라 선호도는 다양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국가가 감염병 사태를 접근하는 방식은 국민을 대하는 기본태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그런 점에서 한국은 정치적 지향점에 관계없이 전체주의라는 속성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작음>을 기본으로 하여 <정직함, 성실함, 유능함>을 장착한 새로운 정치권력이 탄생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듯하고요.  



현실로 돌아와 보면 코로나사태에 대한 어떤 복기도 없는 상태에서 K방역으로 국민들을 세뇌시키는데 전심전력을 다했던 그 정치권력이 정의와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합니다.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질병청은 예전과 같은 일을 무한반복하는 것만이 그 조직의 생존전략이 되었고, 아무런 반성 없는 그 전문가들도 다시 등장할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한 전문가가 기고한 신문 칼럼을 보면서 더욱 암울하다고 느끼게 되었는데요, 이 칼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글에서 이어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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