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동안 <엉터리 수리모델링>으로 세상을 기만하고 있는 소위 전문가들을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올린 바 있습니다. 그들이 사회 각 분야에 끼쳤던 폐해는 엄청납니다만, 본인들은 물론이고 그들이 소속된 학계에서도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눈과 귀를 닫고 있죠. 제가 학계에 어떤 미련도 희망도 가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직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의대증원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위 의사수 예측모델링이라는 것도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며, 전제 조건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즉, 어떤 분야든 수리모델링 결과에 기반하여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며, 수리모델링 결과가 어떤 정책의 과학적 근거가 된다는 것도 난센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소위 수리모델링을 이용한 논문들이 줄지어 빅저널에 발표되고 있으며, 저 같은 사람이 아무리 이런 학계 풍토와 연구자들을 비판한다고 해도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오늘 수리모델링에 대한 글을 하나 더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최근 Our world in Data에 올라온 보고서와 이에 대한 소위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보고 다시 분노가 촉발되었기 때문입니다.
Our world in Data는 제가 코로나 사태 동안 거의 매일 방문했던 웹사이트입니다. 클릭 몇 번 만으로도 국가별 각종 통계치 비교가 가능했던 그곳에서 이 브런치에 올렸던 대부분 주장들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있었죠. 그런데 며칠전 “17 key charts to understand the COVID-19 pandemic”라는 제목으로 보고서 하나가 올라왔더군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해하기 위한 17개 핵심차트라는 의미로 각종 코로나 관련 통계치를 최종 정리하는 목적으로 작성된 보고서로 보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코로나 백신 덕분으로 2021년 한 해만 약 2천만 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아래 차트입니다. 이 숫자는 당연히 수리모델링을 통하여 나온 결과로, 근거 자료로 2022년 Lancet에 발표된 한 논문을 인용했더군요. 이 논문 결과는 국내외 언론을 통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졌었는데, 그 자체로 백신 정책에 대하여 어떤 문제제기도 불가능하도록 쐐기를 박아버렸습니다. 백신이 없었더라면 수천만 명이 더 사망했을 거라는데.. 도대체 누가 백신 정책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논문은 오류로 가득 찬 kind of trash급 논문이었습니다. 당시 “백신이 수천만 명 목숨 구했다는 Lancet논문 읽은 소감”이란 글을 올리면서, 왜 그 논문이 쓰레기인지를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해당 논문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2021년 한 해 동안 최소 30만 명이상이 백신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추정되었는데, 그 숫자는 평소 한국의 년간 총 사망자수와 비슷합니다. 예를 들면, 2021년 실제로 관찰된 한국의 총 사망자수는 317,655 명이었는데 이 논문에서는 백신이 없었더라면 2021년 한국의 총 사망자수가 60만 명이 넘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거죠. 가히 미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 논문이 발표된 후 몇몇 연구자들이 letter to editor를 보내 이 수리모델링은 비현실적인 숫자놀음일 뿐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중 한 논문에서는 수리모델링으로 추정된 2020/2021년 총 기대사망자수 자체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별 실제사망자수 변화 추이에 기반해서 볼 때 한마디로 난센스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래는 일본과 독일의 예로, 그 외에도 수많은 국가들이 동일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리모델링으로 추정한 기대사망자수부터 오류라면 이 논문의 모든 결과는 오류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 논문은 백신이 감염과 전파를 막는다는, 이미 오래 전에 거짓으로 판명된 주장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따져볼 가치도 없는 논문입니다.
이 정도 오류라면 해당 논문은 즉각 게재철회가 되어야 함이 마땅합니다만, Lancet은 결코 철회하지 않죠. 오히려 지금까지 이 논문은 백신의 엄청난 효과를 증명하는 논문으로 수없이 인용되고 있으며 Lancet에 실렸다는 것 하나만으로 대부분 의사들은 한치의 의문도 가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 논문은 2023년 mRNA 백신 개발자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을 때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보는데,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할 때 주요 기준 중 하나가 사회에 얼마나 구체적인 임팩트를 주었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입니다.
Our world in Data가 보여주는 날것 그대로의 통계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연구자들이 개입하여 모델링이니 뭐니 하면서 데이터를 왜곡시킨 후 이를 논문으로 발표해 버리면, 그때부터 논문에서 주장하는 바가 진실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우리가 두 눈으로 목격하는 현실과 맞지 않다면 수리모델링은 <사이언스로 포장된 사기>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래는 200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의 총 사망자수 추이입니다. 그들의 수리모델링에 의하면 백신이 없었더라면 2021년 한국의 총 사망자수가 60만 명이 넘었을 거라는데 납득이 가시나요? 한국에서 의미 있는 초과사망이 발생한 시기는 백신 접종이 완료된 후인 2022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수리모델링은 하루빨리 폐기 처분되어야 합니다. 전 세계 백신접종률 1위, 특히 부스터 접종률 1위였던 2022년 한국의 초과사망이 노백신,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살아갔던 2020년 스웨덴의 초과사망보다 훨씬 더 높았다는 사실을 세상이 인지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거짓과 기만의 덫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