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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계, 호메시스와 해독을 관장하는 사령탑

열여섯 번째 이야기

by 이덕희

<나만의 호메시스 작동법 찾기>에서 이어집니다.


앞서 건강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유전자가 아닌 미토콘드리아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미시적 관점에서 그런 것이고, 거시적 관점의 알파와 오메가는 따로 존재합니다. 바로 자율신경계죠. 생명체의 미시세계는 거시세계에 내포된 상태로 작동하게 되므로, 명령체계로 따지자면 자율신경계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건강한 자율신경계의 존재는 우리 몸에서 호메시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문제->해결->문제->해결.. 의 순환을 자율신경계 관점에서 재해석하자면, 문제 발생은 교감신경 주도 하에, 문제 해결은 부교감신경 주도하에 이루어집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교감신경이 지배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문제 해결 모드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해독도 마찬가지입니다. 체내로 들어온 유해물질들이 몸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원활한 혈액과 림프 흐름이 필수적이고, 적절한 대사 과정을 거쳐서 궁극적으로 소변, 대변, 땀 등을 통하여 몸 밖으로 배출되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 역시 자율신경계 지배를 받고 있으며, 만성적인 교감신경 우위에서는 배출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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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신경계,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에 매우 취약한 장소


최근 자율신경계에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 과도한 심리적 스트레스, 인공조명과 불규칙한 생활패턴으로 인한 생체시계 교란,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경추 구조 이상 등을 흔히 언급하고 있죠. 그러나 지금껏 강조했던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 역시 자율신경계 이상을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자율신경계는 유해물질에 매우 취약한 장소입니다. 인체 조직에는 혈액 속의 유해물질들이 전달되는 것을 막아주는 장벽이 존재하나, 그 견고함 정도는 장기에 따라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뇌는 가장 견고한 장벽을 가진 장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뇌의 최상위에서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특정 부위에는 이 장벽이 훨씬 느슨합니다. 이 부위는 혈류량이 풍부한 장소이기도 해서 쉽게 혈액 내 유해물질들이 전달될 수 있죠.


신경계는 지질함유량이 높아 유해물질들 중 특히 지용성이 강한 종류들에 취약합니다. 이들이 자율신경계를 침범하여 미토콘드리아 이상을 야기하게 되면 그때부터 인체는 악순환의 굴레에 놓이게 됩니다. 호메시스와 해독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유해물질들이 자율신경계로 옮겨가게 됩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던 장벽들에도 서서히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장누수증후군을 일으키는 혈액-장점막 장벽 (Blood-Gut Barrier) 이상을 두고, 특정 식품이나 특정 미생물을 범인으로 모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전에 장벽 이상을 초래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함을 이해할 필요가 있죠. 이 문제는 가장 견고한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방안의 코끼리들이 뇌실질로 옮겨가면 영유아 시기에는 자폐와 같은 발달장애 위험이, 노인이 되면 치매와 같은 퇴행성뇌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자율신경계 이상은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자율신경계가 하는 일이 워낙 광범위하여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으로 드러나고 복합적인 증상을 가진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자율신경계 이상을 가진 환자 대부분은 자신한테 문제를 발생시킨 특정 증상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만, 보다 근본적인 접근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치료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왜 공포를 조장하는 자들은 멀리 해야 하는가?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 문제는 20세기 이후 시작된 문명의 산물이라면, 끊임없는 걱정, 불안, 후회.. 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인간에게 자율신경계 이상을 만드는 가장 오래된 원인입니다. 아무리 공기 좋고 물 맑은 청정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삼시 세끼를 먹고 산다 하더라도 만성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로 마음이 괴로운 사람들은 결코 건강해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온갖 근심거리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유해물질에 대한 선형성 패러다임은 – 명백한 오류인- 또 다른 걱정과 불안을 안겨주는 요인입니다. 예전에 <환경호르몬으로부터 가족들 지키는 50가지 방법>이라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 그런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그때부터 환경호르몬보다 몇 백배 더 해로울 것이 분명한 스트레스 호르몬에 시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관점을 대중들에게 설파하는데 여념 없는 현시대 전문가들의 자기반성이 시급합니다만, 사회에 공포가 만연할수록 관련 연구비가 증가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한 그들이 변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케톤식, 카니보어식이 유행하면서 조상대대로 먹어왔던 식물성 식품 안에 포함된 파이토케미컬, 식이섬유 등을 두고 절대 피해야 하는 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더군요. 특히 극단적인 사례를 예로 들면서 공포를 조장하는 글과 동영상들이 대중의 시선을 끌고 있는 현실이 꽤나 우려스럽습니다. 감염병이든 만성병이든 공포 조장을 주 무기로 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멀리해야만 각자의 몸 안에 존재하는 100명의 명의들이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겁니다.


호흡,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자율신경계 조절 방법


그러면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자율신경계 이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자율신경계는 크게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누어집니다. 교감신경계는 생존모드라고 부르고, 부교감신경계는 휴식모드라고 부르죠. 건강한 자율신경계란 상황에 따라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사이의 원활한 스위치가 얼마나 순조롭게 일어나는가에 있습니다. 낮과 밤의 사이클, 깨어있을 때 집중과 이완의 사이클, 수면 중 깊은 수면과 꿈을 꾸는 REM수면의 사이클 등.. 인체는 언제나 두 가지 상보적인 힘의 조화와 균형에 의하여 최적화된 기능을 유지하고 있죠.


현대사회는 기본적으로 교감신경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흔합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그것은 놀랄 만큼 쉽습니다. 미주신경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교감신경으로, 뇌간에서 시작해서 거의 모든 내부 장기를 지배하는 엄청나게 긴 신경입니다. 미주신경은 횡격막을 관통한다는 해부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횡격막을 움직이는 깊고 느린 복식 호흡을 하게 되면 누구라도 교감신경 우위에서 부교감신경 우위로 즉각 태세전환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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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검색해 보면 호흡에 대한 많은 영상들이 있습니다. 4-7-8 호흡을 하든 4-4-4-4 호흡을 하든 자신만의 호흡법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7-8 호흡은 4초 들숨, 7초 참고, 8초 날숨을 의미하고, 4-4-4-4 호흡은 4초 들숨, 4초 참고, 4초 날숨, 4초 참는 호흡을 의미합니다.


현대사회에서 호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겁니다.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으로도 최고지만, 호흡은 그 자체로 해독을 도와주고 호메시스 작동을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복식호흡 과정 중에 만들어지는 흉곽 내 음압은 림프와 혈액흐름을 촉진시키고, 호흡을 적절히 이용하여 혈액 내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데 이 역시 호메시스를 자극하는 적절한 스트레스로 작용 가능합니다.


만약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수많은 건강 관련 지식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단 하나만 선택하라면 저는 단연코 호흡을 첫 번째로 꼽을 것 같습니다.


스네피, 자율신경계에 대한 의미 있는 의학적 개입


그런데 현재 우리 주위에는 어떤 노력을 해도 여전히 자율신경계 이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이미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가 자율신경계를 침범하여 악순환의 덫에 빠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는 보다 적극적인 의학적 개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데, 다행히 최근 자율신경계 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의사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더군요. 그중 제가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자율신경계 치료는 스네피(SNEPI, Sympathetic Nerve Entrapment Point Injection)라고 부르는 치료입니다.


<자율신경계, 모든 해독의 기본이자 핵심입니다>라는 글에서 제가 이 치료를 알게 되었을 때 심정을 <호메시스> 책에 나오는 GGT로부터 POPs를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POPs에 대한 첫 분석결과를 확인했을 때 맛보았던 희열감과 유사하다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오염되어 버린 현대사회에서 스네피와 같은 자율신경계 치료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나중에 따로 글을 한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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