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이야기
<미토콘드리아, 건강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에서 이어집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 활성화 방법 찾는 연구들이 대유행입니다. 이를 다른 말로 미토호메시스 (mitohormesis) 연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미토콘드리아 호메시스 반응이라는 의미입니다. 분자생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 분야 논문들을 보면 골치 아프기 그지없습니다. AMPK, SIRT1, mTOR, FOXO, NRF2…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온갖 단어들과 수많은 화살표들이 등장하죠.
하지만 과연 그런 연구를 통하여 어느 날 기적 같은 해결책이 등장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현시대 대부분 연구들이 그렇듯, 이 분야도 심각한 환원주의 패러다임 하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해결책이 나오기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니, 영영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들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연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과 악, 호메시스에서 만나다>에서 설명드렸듯, 이미 우리 곁에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사용가능한 수많은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활성화란 대표적인 호메시스 반응 중 하나로, 일단 미토콘드리아 기능만 회복되면 우리는 세포 안에 내장된 호메시스 작동 시스템을 재가동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미토콘드리아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유해물질들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 호메시스 반응을 필요로 하고요.
그런데 호메시스를 위해서는 너무 약하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스트레스가 필요하다니.. 도대체 그 적절한 수준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안전한 호메시스 vs. 위험한 호메시스
가끔 호메시스에 대한 대중 강연을 할 때, <안전한 호메시스 vs. 위험한 호메시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합니다. 현실에서 사용가능한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을 구분하기 위함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안전한 호메시스란 생명체가 진화적 적응을 거친 종류들로 일상에서 노출되는 정도로는 독성으로 넘어가기 힘들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위험한 호메시스는 자칫하면 독성으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의도적으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죠. 현재 사람들이 유해물질로 인지하는 많은 종류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우리가 인위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호메시스를 작동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진화적 적응을 거친 호메시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위험한 호메시스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큽니다. <비선형성의 세계>에서 설명드렸듯, 유해물질들은 호메시스 현상으로 인하여 선형성이 아닌 비선형성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가? 는 선형성을 가정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상상해 보면 쉽게 납득이 됩니다.
선형성의 패러다임하에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은 적으면 적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무조건 노출을 피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곧 물, 공기, 토양, 식품, 일상생활용품 등 모든 것이 오염되었으며, 세상에서 피해야 할 유해물질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죠. 결국 사람들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방안의 코끼리, 해독과 호메시스를 만나다>에 묘사된 예전의 저같이..
한편 비선형성이란 높은 것이 이롭고 낮은 것이 해로운 역설이 존재하는 세계입니다. 다양한 비선형을 가진 수많은 유해물질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잡계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이롭고 무엇이 해로운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방안의 보이지 않는 코끼리는 오로지 전체로서 작용한다는 사실까지 인지하게 되면 의미 없는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이런 마음 상태가 호메시스 작동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뒤에 다시 설명드리겠습니다.
진화적 적응을 거친 호메시스 작동법들
오랜 진화적 적응을 거친, 안전한 호메시스의 대표적인 예가 우리 주위 어디나 있는 미생물들, 햇빛, 자연방사선.. 과 같은 종류들입니다. 이런 스트레스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 디폴트로 주어진 선물 같은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밖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호메시스 작동에 필요한 최적화된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죠.
하지만, 현재 사람들은 미생물은 소독제로 모두 없애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항상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만 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방사선은 0이 되어야만 안심할 수 있다고 세뇌되어 버렸습니다. 그 세뇌 정도는 나날이 심해지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 동안 정점을 찍고 이젠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과학이란 이름으로 생명체 작동을 도와주는 요인들을 두고 반드시 피해야 하는 요인들로 둔갑시켜 버린 현시대 전문가들을 보면서 인간 이성에 깊은 회의를 가지게 되었죠.
진화적 적응을 거친 또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가 <간헐적 단식, 저탄수화물식, 운동, 냉수욕, 사우나, 파이토케미컬..,> 등과 같은 생활습관입니다. 현대인들은 먹고 싶은 대로 먹고, 힘들게 움직이지 않고, 쾌적한 온도에서 지내는 삶을 추구해 왔지만. 이는 호메시스 작동과는 대척점에 있는 생활습관입니다. 호메시스 작동에 필요한 스트레스를 주기적으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오래전 인류가 살아왔던 조건을 인위적으로 재현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습관을 이용한 호메시스는 무엇이 특별할까?
생활습관을 이용한 호메시스 작동은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생활습관은 몸의 반응을 보면서 스스로 강약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호메시스 특성상 동일한 강도의 운동이라도 누구에게는 최적화된 스트레스지만, 다른 누구에게는 너무 약하거나 너무 강한 스트레스일 수 있습니다. 혹은 처음에는 적절한 강도였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적응하게 되면 더 이상 적절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이 때는 강도를 높여주어야 하죠.
둘째, 호메시스 작동을 위한 스트레스는 강도도 적절해야 하지만, 시간도 지속적이어서는 됩니다. 문제->해결->문제->해결.. 의 동적 평형을 위해서는 해결에 필요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죠. 모든 생활습관은 그 속성상 간헐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본인 상황에 따라 다양한 조합과 변화가 가능합니다. 운동만으로 호메시스를 작동시킬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운동과 냉수샤워 혹은 사우나의 조합도 가능합니다. 평소 걷기 운동 정도만 하시는 분이라면 간헐적 단식, 저탄수화물식, 파이토케미컬 등으로 호메시스를 작동시킬 수도 있고, 목욕탕을 즐겨 다닌다면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이용하는 냉온욕으로도 가능합니다.
호메시스와 해독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려면?
그런데 현실에서 생활습관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이 방법만이 호메시스 작동과 해독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일 겁니다. 모든 것이 오염되어 버린 현대사회에서 해독시켜야 할 유해물질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가공식품과 정제탄수화물 중심의 식습관과 신체 활동량이 적은 생활습관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해독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허용기준 이하는 안전하다는 잘못된 도그마로 인하여 해독이라는 단어 자체가 대중들, 특히 의사들 사이에서 유사과학 취급을 받고 있죠. 그러나 해독은 건강한 사람보다 환자들에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환자들은 개별 유해물질의 절대 농도가 어떻게 되든 관계없이, 본인이 경험한 유해물질들의 총합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악영향을 끼쳐 질병발생에 기여했다고 가정해야 합니다. 일단 환자가 되면 호메시스보다 해독에 도움 되는 생활습관이 우선순위가 더 높습니다.
해독은 크게 (1) 세포 수준과 (2) 유기체 수준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세포 수준의 해독이란 세포 안에서 유해물질들을 가능한 한 배출되기 쉬운 형태로 바꾸는 과정으로, 호메시스 반응 중 하나가 세포 수준의 해독을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특히 식물성 식품 안에 포함된 파이토케미컬들은 세포 수준의 해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최근 파이토케미컬들을 두고 인간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독이며, 더 나아가 인간은 애초에 육식동물이라는 주장까지 있더군요. 조상 대대로 먹어왔던 식품 안에 포함된 수많은 성분들을 두고 약과 독을 가르는 행위.. 이 역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 질병을 특정 식단으로 치료했다고 해서, 그 식단을 인간을 위한 최적의 식단으로 둔갑시켜서는 안 됩니다만, 더 이상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런데 해독이 종결되기 위해서는 세포 수준의 해독만으로는 안 됩니다. 혈액과 림프에 존재하는 유해물질들을 소변, 대변, 땀으로 배출시키는 유기체 수준의 해독까지 이루어져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 호흡, 자연식품에 기반한 식사, 명확한 식사 사이클, 수면, 마음.. 다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과 꽤나 유사합니다만, 가장 큰 차이는 저지방식을 해서는 안 되며 황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는 정도입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호메시스 작동을 위한 생활습관보다 해독을 위한 생활습관이 더 고려 사항들이 많습니다. 호메시스는 자신한테 최적화된 단 하나의 방법으로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만, 해독은 세포, 장기, 시스템까지 모두 배출에 적합한 상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해독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체중 감소 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원칙 ABCDE>와 그 글 안에 포함된 링크들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상시로 해독시켜야 하는 유해물질들은 이미 우리 체내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왜 외부에 존재하는 유해물질 노출에 신경 쓰면서 사는 것이 부질없는지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자율신경계, 호메시스와 해독을 관장하는 사령탑>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