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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덕희 May 08. 2019

다시 "호메시스" 혹은 "호르메시스"를 시작하며

오랜 기간 누구 못지않은 치열한 연구자로서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왜 의학은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는데 아픈 사람들은 늘어만 가는지 최소한 스스로에게라도 이해 가능한 합리적인 설명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간절함 덕분이었던지, 숱한 인고의 세월 끝에 그놈은 서서히 자신의 은밀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연구를 진행하면 할수록 이 실체의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은 제 아무리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접목한다 하더라도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것도 점점 더 확실해졌습니다. 

 

흩어져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 추론의 역할이 그 어떤 분야보다 시급하고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의 빈틈도 없이 과학자의 언어로 입증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연구자들의 놀라운 편협함을 경험하면서 더 이상 이 이야기를 연구자들에게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실로 그렇게 믿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첨단의 과학 덕분에 그러한 입증이 이제는 가능해졌다고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기존 연구자들의 세계에서 불가능함을 알리는 일의 고단함은 이제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이 블로그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공기, 물, 음식, 각종 생활용품들을 통하여 끊임없이 노출되는, 허용기준 이하의 아주 낮은 농도의 수많은 화학물질들에 대한 장기간 노출이 어떻게 내 몸을 서서히 병들게 할 수 있는지를 세상에 전할 목적으로 열었습니다. 최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미세먼지도 이 중 하나일 뿐이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환경호르몬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생리대 사태도, 계란 살충제 사태도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당신이 지금 어딘가 아프다면? 어떤 병에 걸렸든지 간에 이 놈들이 당신의 그 병을 일으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놈들에 대한 의미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신의 병을 관리하는데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별문제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병을 사전에 예방할 목적으로 그 놈들이 어디에 얼마나 존재하는가를 따지며 사는 것은 대부분 그리 실효성이 없으며 가뜩이나 힘든 우리네 삶에 부질없는 걱정과 불안만을 안겨주는 일일 뿐이라는 사실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 볼 작정입니다. 그리고 20세기를 통틀어 사기꾼의 과학으로 철저히 매도되었던 그 호메시스를 우리 앞에 당당히 불러올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들을 찾기 위하여.. 

 


몇 년 전 이 이야기를 세상에 하고 싶어서 “호메시스: 건강과 질병의 블랙박스”라는 책을 내놓았죠. 그런데 이 책은 망해버렸습니다. 제목을 보고 다들 전공 학술서적인 줄 알았답니다. 제 주위에 있는 나름 배웠다는 사람들 대부분은 호메시스란 단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줄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그 나머지는 호메시스를 사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당시 호메시스를 검색해보면 가장 흔하게 따라오는 단어가 거짓말, 사기, 사이비.. 뭐..이런 종류들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메시스”란 단어를 감히 책 제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연구를 거듭할수록 그것이 생명현상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일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태생적인 antisocial personality가 수시로 저를 꼬드겼죠. 아인슈타인이 그렇게나 찾고 싶어 했던 물리학의 통일장 이론이, 생물학에서는 호메시스가 아니더냐고..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대단한 착오였다는 사실은 책이 나오자마자 감지할 수 있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던지는 메시지에 가장 큰 공감을 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은 그 누군가로 부터 호메시스가 사기라고 가장 오랫동안 교육을 받은 전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이 호메시스를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는 질병을 이해할 수도, 건강을 이해할 수도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고 단언합니다. 효모든 생쥐든 사람이든 생명체를 다루는 연구자들도 이 호메시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반쪽자리 연구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합니다. 호메시스 개념 그 자체는 너무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헛웃음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단순함 때문에 수십 억년 간 생명체의 진화를 이끌어 온 핵심 기전이 될 수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글을 올리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동안 어딘가에 썼던 글을 재정리해서 올리기도 하고 새롭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한 저의 솔직한 견해도 올리겠습니다. 이 글들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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