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1.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 수 없는 사람들의 갈망

by 이도공


좋아하는 거에만 미친 듯이 몰두하기에는

사람들은 해야만 하는 과제들이 너무 많았고 계속된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부모들의 바람은

“할 건 하면서 놀아라”라는 잔소리가 되었고 남은 건 이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일 밖에 없었다.


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를 알아가기에도 벅찬 나이에 학교는 눈에 가장 명확한 단 하나, ‘대학’이라는 테두리만 보여주니 아이들은 대학이라는 목적지를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얼마 전에 같이 사는 혈육과의 대화에서 “요즘엔 교육방식이 달라져서 학교에서 내신을 쌓는 것보다 검정고시보고 대학 가는 게 더 유리하니까 막상 공부 잘하는 애들은 그냥 자퇴한다더라~”라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학교를 다녔을 적에는 자퇴를 하던 친구들은 반에서 나올까 말까였고 자퇴를 한다고 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었는데 지금은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한 시대가 된 것처럼 바뀌고 있는 거 같다.


나도 한 때는 자퇴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자퇴까지 고민할 정도로 글이 좋진 않았을 시절, 나는 글보단 그림이 좋았고 그림보단 수학이나 과학이 더 좋았던 아이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박스와 신문지를 모아다가 집 옥상에 서울역에나 있을 법한 박스 집을 만들 정도로 내 꿈은 건축가였다. 비록 건물을 관리하시던 큰 아빠한테 걸려 모두 철거당했지만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내 꿈은 확고했었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 건축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아빠의 입김에 내 진로는 그 당시 아빠에게 큰 관심이자 쏠쏠한 용돈 벌이였던 부동산 시장으로 전향되었고 건축과 부동산은 같은 집을 다루었지만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는 걸 전혀 모른 채 나는 고2 때 문과로 들어섰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 맞지 않은 국어나 사회는 성적이 늘 안 나올 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최근에 글을 쓰면서 참고하려고 본 수능특강에서 발견했다.


에세이나 자기 계발서 등의 책들은 어딜 봐야 하는지 명확하다. 검은 건 글씨고 하얀 건 종이다. 하지만 교과서나 참고서 같은 경우에는 중구난방으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이게 얼마나 모순적이냐면 모든 게 중요하다고 써 있고 나를 도와준다고 알려주는 문장들이지만 막상 답을 찾기에는 명확하지 않다. 그니까 뭐가 중요하고 뭐가 안 중요한 건지 그걸 모르게 해 놨다는 거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그 안에 있는 답을 학생들에게 트릭과 요점으로 가르쳐 주시는데 그게 오히려 학생들에겐 더 독이었다는 거다.


계산하던 걸 좋아하던 내 머릿속에는 늘 잔머리가 가득 차있었다. 그러니 그 많은 글들이 들어왔겠는가 선생님들의 말이 선생님들의 필기가 더 눈에 먼저 보였기에 나는 이 문제들에서 더 이상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왜? 어차피 문제들은 누가 그 트릭을 더 많이 아느냐에 따른 시험이었으니까. 시험지에서는 대학이. 내 인생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나는 진지하게 자퇴를 고민했었다. 어차피 내가 꿈꾸던 건 지금 당장 내 눈앞에 보였던 부동산이고 그다음은 건축이었으니까. 부동산은 내가 대학교까지 들어가면서 많은 세계를 장악하고 싶진 않고 그냥 우리 동네 정도에서만 상권들이 잘 발달되고 무슨 무슨 길 정도로만 유명해지길 바랄 뿐이었기에 더 이상의 학교는 내게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번에도 아빠가 나의 고민을 들으시고는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와야 어디 가서 알아준다”라는 말씀에 나는 다시 한번 ‘그럼 학교를 다니면서 자격증을 공부할까?’ 아님 진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를 배우고 시작할까?’를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고민을 했었다.


그때 뭐라도 확고했어야 했는데 나는 잘 그러지 못했다. 자격증은 뭔가 아직 내가 배우기에는 많이 어려울 것만 같고 그 시작도 나 스스로 시작하고 싶었으니까. 그렇다고 학업에 신경을 쓰자니 학업은 나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었기에 들려오는 말들은 더 이상 내 머릿속에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나는 내가 확고하지 않음에 누구에게도 확고할 수 없이 그저 힘들다며 알아가려는 노력도 없는 늘 동떨어진 상태로 결국엔 회피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대학을 포기했던 건 시험을 포기한 것이라 부르며 알량한 자존심만 내세워 성공이 두려운 게 아니라 성공조차 관심이 없어서 뭐가 성공인지 모르겠는 나의 상태로


아직은 나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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