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가 가는 길도 깃발처럼 일직선이길
인생은 늘 돌고 돌아 또 도는 거 같다. 그만 돌고 일직선으로 꽂아지면 정말 좋을 텐데, 왜 목적지는 꼭 내 눈앞에 있어가지고, 다가가려면 점점 멀어지고 그 주변을 뺑글뺑글 맴돌며 날 계속 어지럽게만 만드는 걸까? 그럴 거면 보이지나 말던가. 마치 누군가가 도달할 수 없게끔 일부러 약 올리듯, 그러면 더 다가올 거라는 걸 마치 아는 듯. 정말 재수 없기 짝이 없는 나의 길이다. 그래도 뭐, 별 수 있는가 내가 선택한 길, 아니더라도 그냥 한 번 가보는 거지! 이왕 지도에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길, 목적지를 향해 가보는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또 다른 깃발이 나를 향해 펄럭여 주겠지. 원래 너의 길은 여기였다면서 또 약 올리듯. 그래도 그땐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아닌 조금은 평탄한 일직선 모래밭쯤은 될 것이라 나를 믿으며.
늘 시작은 하염없이 달콤했다. 마치 마녀가 헨젤과 그레텔을 유혹하듯 달콤한 과자들을 뿌려놓은 길처럼. 그렇다면 그들이 본 깃발은 무엇이었을까? 과자의 집이었을까? 과자였을까? 과자가 보였고 과자를 주워 먹다 보니 과자의 집이 보여 과자의 집까지 먹어 치웠던 거니까 그들의 깃발은 ‘과자’였던 거겠지. 나 역시 스무 살이 되어서 바라본 첫 깃발은 ‘키즈카페’였다. 내가 성인이 되어갈 때쯤, 세상엔 더 이상 사람들이 차를 끌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 모두의 놀이공원이 생긴 세상이 되었다. 왜 그리 내 눈에는 그 키즈카페에 들어가고 싶었던 걸까? 어린 나이에 충분히 놀이터에서 놀았다고 생각했는데도 그들의 세상에 홀려 많이 못 놀았다고 착각했던 걸까?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의 첫 자유는 키즈카페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때 당시에 키즈카페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10명 중 9명이 이렇게 말이 돌아왔다. “힉! 키즈카페요? 너무 힘들지 않아요?” 모두가 키즈카페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아니다. 키즈카페는 어린이집이 아니다. 키즈. 카페. 아닌가 어린이들이 실내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 난 그 안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봐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멈추고 막아주면서. 그 안에서 아이들을 놀아주는 건 자유였다.
놀이공원이라고 하면 동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가장 최적화된 공간인 거 같다. 이미 사회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른인 사람들도 아직은 자신이 어린아이라고 착각이 드는 곳. 그래설까 모두가 일을 하러 왔음에도 일하기 싫어하는 마음, 모두가 아이를 보러 왔음에도 보기 싫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자유라 풀어놓은 채 모두가 놀고 있었다. 왜냐, 그곳에서는 모두가 어린아이였으니까.
내가 일을 했던 곳은 대형 키즈카페였기에 스위치를 작동해서 놀 수 있는 시설에만 안전요원이 있으면 되고 미끄럼틀이 있는 풀장이나 따로 위험하지 않은 시설에서는 안전요원이 없어도 되는 곳이었다. 그래서 쿠션으로 된 푹신한 계단에서도 처음 만난 아이들이 서로 부딪쳐서 싸우거나 다치는 그런 아찔한 사고들이 알게 모르게 벌어졌었다. 또 그런 상황에서는 전부 하나같이 주변에 어른들이 없다. 모두가 “누군가는 알아서 보겠지~” "괜찮겠지~" 우습게 넘기니까. 그럴 땐 한 마음 한 뜻으로 죽이 척척 잘 맞는다. 그래서 늘 관심이 고픈 아이들은 자신들도 알게 모르게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걸까? 결국 사고가 나버렸고 다친 건 아이들이었다.
그때 당시에 가장 크게 일어났던 사고는 평일 오전에 어린이집 단체 체험현장에서 벌어졌다. 안전요원들은 지시받은 구역에서 각자의 위치를 지켰고 나름 6개월 넘게 그곳에서 일하던 친구들만 있었기에 알바생들이 쉬는 시간이 아니면 매니저도 딱히 현장을 보러 오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어린이집은 시작부터 난리였다. 어떻게 많은 아이들을 여기까지 사고 한 번 없이 데리고 왔을까 싶을 정도로 질서 없이 운영하던 어린이집이었다. 더 심각한 거는 인원제한 때문에 시간제로 운영을 하던 곳에서도 막무가내로 끌고 들어와 문 앞에서 지금 이용 중이던 아이들도 나가지 못하게 자신의 햇님반(예명) 어린이들을 그냥 바닥에 다 앉혀놓고 배 째라는 듯 기다리고 있었던 선생님들이었고 세 차례 말을 해줘도 들어먹지 않아 나조차도 포기한 곳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키던 곳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도 그랬다는 얘기가 들렸을 정도로 심상치 않았는데 결국에는 시간이 좀 지나고 아이들을 안전요원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큰 미끄럼틀이 있던 풀장에 그냥 두고는 선생님들은 멀찍이 있던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사이에 한 아이가 다쳐버렸다.
그 아이는 미끄럼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던 사이에 다른 아이가 그 미끄럼틀 위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내려 보냈고 결국 동시에 부딪쳐 밑에 있던 아이의 코뼈가 부러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때 바로 옆 시설에서 놀이기구를 태워주던 한 안전요원이 찰나에 발견을 했음에도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고 아이가 울자 그제서야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달려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면서 그 아이의 진짜 보호자였던 부모님께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는데 그때 당시에 안전요원이 그 자리에 없었다며 책임을 돌려버렸다. 그렇다. 어찌 보면 모든 공간에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못했던 키즈카페 쪽의 과실도 없지 않아 있고 그때 당시에 아이들을 전담하던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잘못도 맞았다. 부모는 그 이후로 병원과 키즈카페, 어쩌면 어린이집까지도 오가며 황당한 책임 전가만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 역시 그냥 알바생이었던 나조차도 그때 그 상황에 없었다며 책임회피를 할 수밖에 없는...
모두가 눈앞에 보였던 작은 과자 하나를 잡았던 것처럼... 마녀에게 일직선으로 잡혔으면 좋겠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