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당연시가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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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물론 우리가 정해놓은 법들조차도 다수의 편의와 안정을 위해 정해 놓은 울타리일 뿐,
당연한 건 이 세상에 없다. 그냥 당연하다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러니 세상에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의 당연이라는 주문은
내 안에 당연하지 않은 걸 만들려고 한다.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이미 있다고 말을 하였고
몸은 눈보다 빨라 나 또한 당연하게 그들의 균형에 맞추어 가고 있었다.
내가 해왔던 습관이 아니었는데…
나와는 달랐던 새로운 습관이었는데…
틀린 건 그들의 마음가짐이었는데…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당연시가 되지 않기를.
스물둘에 그 일을 시작한 건 당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 일을 하는 건 내 인생에서 가장 당연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은 이유도 없이 당연하다고만 외쳤고 심지어 그런 그들에게 사람들은 칭송을 하고 우러러보기도 했다. 세상은 역시 당연(瞠然) 하였고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나를 당연히 아프게만 할 뿐이었다.
그 일은 물건을 파는 일이다. 정확히는 물건에 가치가 존재하여 부르는 게 값인 물건. 누군가에게는 부속품, 누군가에게는 부품. 그러나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중요한 건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골라야 하느냐로 나를 만드는 일이었다. 능력과 재력은 무관하게 욕심이 있느냐 없느냐로 누구는 같은 물건임에도 더 많은 값을 지불하여 가져가야만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같은 물건임에도 자신과 어울리지 않으면 가지고 싶어도 못 가지는 경우도 있는 그런 고유한 물건을 파는 곳에서 나는 일을 하였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체계가 존재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 체계를 눈 씻고 찾아봐도 알아차리지 못했기에 시키는 일을 했음에도 욕을 먹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키는 것만 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체계는 시키는 일에서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나를 희생해서라도 일을 했어야 하는 곳이었기에 관용은 그 뒤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억울하고 어이도 없었고 내가 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싶었지만 나 역시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 그들과 계속 부딪치고 내가 뭐가 부족한지를 판단해서 나도 그들과 같은 당연함에 자연스럽게 물들어 그 안에서 오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체계가 없는 세계는 ‘당연’이라는 말이 늘 따르기에 또 다른 누군가가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해도 체계가 없는 곳에서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특히나 내가 아랫사람인 경우엔 더더욱. “이건 당연해~” 했던 것도 10분 뒤가 되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경우에 어디까지가 당연이고 어디까지가 당연하지 않은 것일까? 난 늘 그들의 균형 안에서 저울질을 당하며 놀아나고만 있었고 이 역시 물건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사려고 했던 걸까? 뭔진 몰라도 그곳에 들어오면 물건에 가치가 존재하여 부르는 게 값인 물건을 사야 했다. 그럼 그 물건들은 어떻게 팔았을까? 입으로 팔아야 했다. 가끔은 일을 하면서 그들이 사가는 건 물건이 아니라 말을 사간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에게 꼭 한 번쯤은 듣고 싶었지만 그동안 살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말들을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나를 위해 웃게 해 줄 가치라면 그게 진정한 가치가 아니었을까? 싶은 물건.
나를 웃게 하거나 울게도 하던 욕망은 욕심을 불러일으켜 그건 곧 모두가 생존·안정·권력에 따라 타인을 향한 균형과 돈을 향한 균형이 결국엔 나를 위한 균형이라고 그러니 내가 나를 위해 이기적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는 내가 찾은 시스템에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속아서 당연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