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난 오늘도 나의 운명을 읽고 있다.
유행하는 건 꼭 따라 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 소위 말해 홍대병. 많은 사람들이 유행을 들어내느라 그런 사람들이 잘 안 보이는 것이지 생각보다 꽤 많이 존재한다.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이 나다. 가끔은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굳이 나서서 하지는 않는다. 주변에서는 오히려 이상하다고 뭐라 한 적도 있고 재미없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내심 낯선걸 쉽게 접근하려고 하지 않는 조심스러운 성향이라고 나를 포장하려 본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밈이 쏟아지고 수 많은 제품들을 생산된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걸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온전한 나의 것으로 만들긴 어렵다. 또한 나는 아직 쓰고 있는 것들도 남아있기에 지금 내 것에 충실하는 것이 '진짜 내 것'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긴 병이 또 하나 있다. 친구가 안 읽는다고 버린 책, 요즘엔 안 듣다가 갑자기 생각난 음악, 산책하던 중에 발견한 오래된 간판 등에서 오늘 내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했던 생각이나 일들이 늦지 않게 다시 발견되는 병. 꼭 운명처럼.
세월이 지나 유행이 한참 지난 것이래도 지금 내가 필요한 상황에서 나를 도와주려고 나에게 잘 도달했다면, 그게 진정 나를 위한 밈이고 유행이 아닐까? 고로 운명은 꼭 사람일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