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그냥 하고 있었어
말은 쉽다. 늘 말은 쉬웠고 행동이 어려웠다. 아침에 일어나니 주말이었다. 뭘 해야 할까? 뭐를 하긴 해야 할까? 생각조차도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아닌 주말이었다. 이래서 주말이 더 싫었다. 집순이라 쉬고 싶고 쉬어야 하는 날도 있어야 한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지만 한 번 쉬게 되면 생산적인 나를 다시 찾는데 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누구보다 더 잘 알았기에 더 싫을 뿐이다. 그렇다고 "주말 반납하고 평일 할래?"라고 묻는다면 "그럴 수는 없죠."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으니 양심상의 양치와 세안만 하고 다시 이불 안으로 들어가 나를 안지도 안 안지도 않는 애매한 자세로 멍하니 핸드폰만 들여다볼 뿐이었다.
애매하게 누운 자세는 중력을 거스르지 않는다.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를 한 열 번 정도 생각하니 벌써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모든 건 일어나기 위해서 누워있었다는 사실을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이라도 알아줬으면 싶었으나 아무도 내 방에 들어오지 않아서 적막만 맴돌 뿐이었다.
결국 나의 뇌는 배가 고프지도 않아도 거실로 나가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꽤 나쁘지 않은 고집인 거 같기도 하다. 간단하게 빵이랑 두유정도만 챙겨서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책상 앞에 앉아서 태블릿을 켰다. 평소 같았으면 조용한 일상 브이로그를 봤겠지만 왠지 모르게 이 적막을 깨고 싶던 나는 무엇이 더 싫은가로 시끄럽게 토론을 하는 영상을 보며 아침을 먹었다.
먹다 보니 옛날에 읽다만 산문집이 갑자기 읽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문득 떠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또 너무 바로 읽으면 사람 심리라는 게 또 금방 읽기 싫어질 수도 있으니까... 지금 보고 있는 영상만 마저 보고 읽기로 마음먹었다.
앉아 있을 때의 난 잠깐의 중력을 거슬러본다.
주말에 대한 나의 마지막 예우까지 다 지키고 겨우 책을 펼쳤을 때의 내용은 이러했다. "그런 걸 왜 해?"라는 질문에, 너무나도 당연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뒤늦게 고민해 봐도 딱히 할 말이 없으니, 중력에 이끌리는 것들을 보다 많이 발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만약 주말이 오기 전, 학원 과제를 쓰면서 봤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타까웠다.
생각조차도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아닌 주말이었던 이유는 그동안 며칠을 밤새가며 글만 썼기 때문이다. 독학으로는 더 이상 안 될 거 같다는 판단에 학원을 등록했고, 그 학원에서의 첫 번째 과제는 이러했다. <왜 글을 쓰고 싶은가를 에세이로 쓰시오.>
사실 며칠 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누가 했었다. 그때도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좋다고 얼버부리다가 얘기가 넘어갔었다. 그동안 그렇게 자신 있어하던 일에 이유가 마땅히 생각나지 않다니... 그때 처음으로 나에 대한 가장 큰 배신감과 절망을 느꼈다.
그래서 어쩐지 이 과제는 그때 얼버무리던 나의 답을 다시 잘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매일 나를 들여다보고 또 찾아보며 답을 적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건 시간이라는 제약이 따르니 끝내 내가 가장 완벽했다고 생각한 순간에 그 답을 후련하게 보내놓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나 주말의 예우를 지키고 난 후의 나는 이럴 거면 왜 봤나 싶을 정도의 실눈으로 내가 쓴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고는 이 정도도 나쁘지 않다며 애써 나를 위로하고는 빠르게 창을 닫아 버렸다. 위로는 짧고 빠를수록 효과는 더 강렬한 법이었으니까.
[사람들은 원래가 각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고로 나도 내가 보고 싶은 걸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