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랑 아닌, 사람이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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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정말 좋아한다는 건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상대를 좋아하는 거 같다.
상대의 말투나 행동이 내가 되고
사소한 습관이 비로소 내가 되었을 때
상대는 더 이상 상대가 아니게 되는.
그만큼
자신도 못 알아차릴 만큼
상대에게 모든 신경이 가 있다는 증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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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나로 물들어만 가다가
얼룩이 생겼다는 건
다른 하나를 만났다는 증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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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이 사람 자체만을 좋아했던 게 맞았을까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사람이 사랑했던 모든 상대들의 행동, 말투, 습관을 사랑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나는 이 사람을 어디까지 사랑하는 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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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상대가 나를 위해 희생하고 고생할 때
더 많은 자극을 받는다.
그게 상대에 대한 미안함이나 고마움이 아니라
그만큼 날 사랑하는구나의 위안이랄까요?
그럼 사랑은 진정한 위선자였던 걸까요? 아님,
위선자라는 증거를 모으고 있던 게 사랑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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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머리가 멀쩡할 때보다 아플 때가 더 많은 생각이 나고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있을 때 더 많이 찾으면서 만나러 왔음에도 다가오지 못하는 게 사랑 아닌, 사람이란 증거였다.
뭐든 내가 한 사랑엔 사람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