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고찰

미래는, 현재가 모여 만들어진다.

by 도현

과거와 미래, 현재.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나의 존재. 이런 상상을 할 때마다 자아가 한 단계씩 비대해지는 걸 느낀다. 이걸 어딘가에 꺼내놓으면 분명 자의식 과잉이라는 소리를 듣겠지. 좀 전에 통화한 친구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라고 말했다. 맞는데. 분명 맞는 말인데. 나는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현재와 미래를 양손에 쥔 채로 자꾸만 무게를 재고 시험하게 된다. 사실은 그 저울이 이미 고장 났는데, 혹여 아니라고 해도 현재와 미래는 동일선상이 전혀 아닌데. 나는 아직도 이게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아마 내가 살면서 이뤄내야 할 과업이 이거 아닐까. 미래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 그래도 괜찮다. 나는 그걸 이뤄낼 용기가 있으니까. 방법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이 글은 그 방법에 대한 나의 고찰이며 그 고찰로 얻어낸 나의 가녀린 신념이다.


미래가 두려울 땐 모순적이지만 과거를 회고해야 한다. 과거의 기록들을 뒤져본다. 분명 지금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현재를 불안해하고,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질 미래를 두려워하지. 사실 이 사실만 깨달아도 대부분의 불안을 걷어낼 수 있다. 내가 전에도 이미 불안하고 두려워했다는 사실, 그렇지만 여전히 건재하게 살아있다는 사실, 그러니 나는 안전하다는 사실.


두려움이라는 것이 그렇다. 한 번 시작되면 그 몸집이 한없이 부풀어 내 내면에서 가득 차 이내 외면으로까지 비쳐지게 된다. 그 두려움이 무한한 무의식의 우주를 유영하게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우주에서 꺼내어 실체를 봐야 한다. 그 실체는 우리가 두려워한 만큼 아주 못난 모양일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그 두려움의 배를 갈라서 내장의 생김새라도 봐야 한다. 그래야 다음엔 이겨낼 수 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의 내 상태는 아주 별로였다. 멈춰있는 현재의 내 상태가 불안했고,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게 될 내일과 미래가 두려웠다. 그 생각이 너무도 비대해져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들었다. 이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를 보자. 내 불안의 실체를 마주하고 잔뜩 해체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내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그걸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확신도 든다. 방금 든 생각인데 불안과 두려움은 아무래도 없애는 게 아닌 것 같다. 안고 가는 거지. 불안을 없앤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고. 나는 이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갈 방법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는 기꺼이 그것들을 껴안을 포용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