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단정하게 사는 방법
작가는 칭호보단 상태에 가깝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펜을 쥐었거나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그건 작가적 상태라고 본다. 지금의 나도 그렇다. 글을 아무나 써도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말이라도 한결 편안하게 적어낼 수 있다.
누군가 내게 삶을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정하게 살고 싶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만큼 살아오며 항상 단정한 삶을 갈망했고 그렇게 살기 위해 연구했으며 지금은 어느 정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단정함이란 결국은 편안함을 의미한다. 외부의 압박 없이 내가 선택하고 싶은 것들을 취하는 삶. 단정함을 한 마디로 정의 내리자면 나에겐 이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잠이 안 와서 노트북을 열게 된 새벽 1시에 적어보는 단정함에 대한 이야기.
지금껏 단정한 삶에 대해 연구하며 도출해 낸 단정한 삶을 유지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1. 좋은 잠을 잘 것.
2. 편안한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
3.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과 소통(대화)할 것.
4. 선택의 이유는 나에게서 찾을 것.
5. 하루의 마무리엔 반드시 숨을 고를 것.
오늘 하루를 예로 들자면 나는 오늘 늦지 않게 일어나서 창문 앞에 앉아 해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8시간 정도 푹 자서 상쾌한 느낌이었다. 그 상태에서 해를 받으며 몸을 좀 깨우고 나서 책상에 앉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두고 일기를 썼다. 늦지 않게 자서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나와의 대화로 시작하는 아침. 이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가장 단정하고 어쩌면 완벽한 아침이다.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처럼 하루의 시작을 단정히 하고 나면 하루 전체를 단정하게 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사실 전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3번이다. 나와의 대화. 우리는 타인의 말에 경청하고 공감하는 건 사회생활이고 기술이라 배우지만 나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방법은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앞서간다는 말이 있지 않나.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삶을 잘 살아내는 방법이다. 나와 대화하는 감각을 처음 느꼈던 때가 언제였더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5-6년 정도 되었다. 그때의 나는 외부의 주파수에 마구 교란당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상태였다. 취향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냥 주변에서 하는 걸 했던 것 같다.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조차 모르던 삶이었다.
그렇게 살던 내가 어느 날 어떠한 계기로 깨닫게 된다.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노라. 내 삶에 관한 선택은 온전히 내가 하겠노라. 처음엔 쉽지 않았나. 나조차도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던 상태였으니까. 그래서 무작정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2020년 일기를 보면 그냥 웃기다. 별 내용도 없는데 꿋꿋이 썼던 게 대견하기도 하고. 나란 존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자기 마음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배신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나)는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이 뭔지 나에게 알려줬다. 일기 쓰는 습관을 가졌다고 말하면 일기를 쓰면 어떤 게 좋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나에겐 이게 전부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내가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다.
내가 그때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과 너무도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나의 취향도 잘 몰랐을 것 같고 그래서 멋도 없었을 것 같고 재미도 없었겠지. 그만큼 내가 성장하는데에 일기가 큰 역할을 했다. 나와 대화하며 알게 된 스킬들로 나를 키웠다. 내가 단정한 삶을 원한다는 것도 사실은 전부 일기를 쓰며 알게 된 거니까.
당신이 원하는 삶이 나와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다르리라 확신한다. 내가 원하는 삶은 나 밖에 모른다. 그러니 반드시 나에게 직접 물어야 한다. 나에겐 그 소통창구가 일기였지만 또 당신에겐 아닐지도 모른다. 산책하며 걷기라던가, 향 피우며 사유하기라던가. 뭐든 좋으니 처음부터 환대받을 생각은 접어두고 언제 열릴지 모르는 그 문을 지치지 않고 두드려야 한다.
몇 년간 일기를 써오며 6권의 종이 일기장을 마무리했고 메모장엔 500개, 블로그엔 600개가 넘는 글들이 있다. 처음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며 일기장들이 여러 권 생기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음, 너무 소중하다. 이십 대의 내가 이십 대인 나와 대화했던 일기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간이 흐를수록 더 소중해질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경험을 이걸 읽는 사람들도 해볼 수 있길 바란다.
적다 보니 조금 내용이 조금 옆길로 샌 것 같지만 결국은 비슷한 내용이다. 나는 일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 알았고 그렇게 살기 위해 좋은 잠을 자고 일어나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쓴다.
그리고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지금 이 글도 나에겐 5번, 그러니까 숨 고르기의 일환이다. 이젠 내일의 1번 2번을 위해 잘 자야겠지. 주말이 왔고 나는 출근을 할 것이다. 잘할 수밖에 없다. 너무 자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