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춘제 1983728년 만에 되찾은 봄
오전 시간에 다정한 햇살이 드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행위는 나를 좋게(good)한다.
이것이 나의 리추얼이고 이것이 나의 비결이며
이것이 사실은 나의 전부다.
어제는 코트를 벗었는데도 걷는데 땀이 났다. 이제 정말 봄이구나 하고 체감한 순간이었다. 형이랑 있다가 밖으로 나온 저녁시간대에는 여름밤의 냄새가 느껴졌다. 평생 오지 않을 것 같더니 이렇게나 금방 와버렸구나. 사실 모든 것들이 그렇다. 나는 분명 지난달까지 이 겨울이 너무 지겹다고 생각했다. 너무 춥고 쓸쓸하고 돌아보면 불안했던 날들이었으니까. 근데 어제는 생각했다. 나는 겨울을 잃었다. 나만 그런 건지 사람들이 다 그러고 사는지 가졌을 땐 모르다가 사라지면 그리워한다. 곧 옷장으로 들어갈 내 최애코트, 김민희가 생각나는 유니클로 장갑, 곧 정리해서 베란다로 보낼 온수매트, 추워서 느낄 수 있었던 사람의 다정과 온기. 내가 그리워할 겨울들이 잔뜩이다.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사실은 돌고 돈다. 그 흐름과 순환을 섬세히 느껴야 순간순간 행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나는 어제 겨울을 잃었다고 했지만 봄을 되찾았다. 겨울이 그리울 거라고 했지만 사실 봄만큼 그리웠던 계절도 없다. 창문 열고 인센스 피우는 행위, 그 상태로 자는 낮잠, 가볍고 예쁜 옷을 입고 나가는 외출, 잔디밭에 앉아서 부리는 여유, 후드만 딸랑 걸치고 걷는 산책. 나는 그 누구보다 봄을 기다렸다. 되게 겨울 좋아하는 사람처럼 말했지만 겨울 내내 춥다고 욕만 해댔다. 그냥 뭐랄까, 싫어봤자 1년에 몇 달은 겨울이니까 좋아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에 가깝지. 근데 봄은 진짜 정말로 좋다. 너무너무 좋다고.
곧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할 거다. 개나리나 목련이 먼저 피고 이내 벚꽃이 피겠지. 올해도 사람이 엄청 많을 석촌호수를 떠올려본다. 올해는 뭔가 차 타고 나가서 꽃구경을 하고 싶어. 되게 오래전 이야기인데 캠핑을 다녀오는 길에 아빠차를 타고 어떤 산을 지나며 벚꽃비를 본 적이 있다. 그날 그 광경을 보기 전까지 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꽃이 비처럼 내리는 연출이 그냥 연출인 줄 알았다. 진짜 비처럼 벚꽃 잎이 내리던 그 장면은 아마 평생 못 잊겠지.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면 말이야. 엄마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그 순간을 목격한 우리가 엄청 행운이었던 거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하필 캠핑에서 돌아오는 그날 만개한 벚꽃이 흩날리고 있을 확률은 적을 것 같다. 보라고 만들어둔 곳이 아니라 진짜 그냥 찻길이었거든. 차를 갓길에 세우고 내려서 그 비를 맞았다. 사진이 있을 텐데 찾아봐야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는 26년 3월 24일에 머문다. 아침부터 가다실 마지막 회차 맞으러 명일동에 다녀왔다. 어제 좀 늦게 잤는데 일찍 일어났더니 약간 졸리네. 아침 먹고 좀 놀다가 오후에 낮잠을 좀 자야겠다. 날씨도 좋고 햇살도 좋은데, 이럴 때 자는 낮잠은 진짜 좋다(궁서체).
아 그리고 지금 갑자기 든 생각인데,
해방촌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