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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an 18. 2020

인싸 되고 싶으면 요요를 왜해

 나름 긴 시간을 요요를 취미로 한뒤 내가 내린 잠정적 결론은, 이 취미는 절대 주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10년 후에 내 생각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을 닫아놓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 취미는 아직까지 메이져가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익히기에 장벽이 너무 높다. 커뮤니티가 조그마하니 밀도가 너무 높다. 신규유저가 적응을 할 여지가 많이 없다는 이야기다. 요요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매력도는 그리 높지 않다. 춤처럼 본능을 자극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처럼 진입장벽이 낮고 편리한 취미도 아니다. 근데 정말 재밌게도, 세계에서 요요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한계를 알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한 요요계의 짤방 중 하나가 '요요를 한다라고 이야기하면 애인을 사귈 가능성이 없다'라고 자조하는 짤방이 정말 꾸준히 유통된다는 것이었다. 사람을 계속 만나다 보면 알게 된다. 사실 상대의 매력을 결정하는 것은 그 상대의 취미 개별보다는 그것이 전체적으로 빚어내는 그 사람의 인간성, 총체적 매력에 달려있다.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도 인성이 개판이면 연애는 물건너가는 것이고, 괜찮은 사람이면 요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덕후여도 연애는 다 하고 산다.  


 그런 것을 충분히 알 만한 사람들 조차도 이 업계에서는 자조적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보면 두가지를 깨달을 수 있는데. 하나는 이 취미가 메이져가 아니라는 것을 본인들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그 비교 기준을 메이져 '스포츠'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 '요요를 하는 사람은 연애를 못해요'의 비교군에 온라인 게임이 있겠는가? 몸도 쓰고 연습도 해서 결과도 내는 것이고, 자기표현의 측면이 있다 보니 요요하는 이들은 이것을 무의식중에 '스포츠'나 '대중예술'의 영역에 둔다. 대중예술은 진짜 오바라고 생각하지만, 스포츠 정도야 뭐...나도 뭐 그런 정의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몸을 쓰고, 룰이 있고, 순위를 가린다. 문제는 이것이 '몸을 쓴다' '자기표현이 있다' '그러므로 스포츠나 다름없다'라는 정의를 넘어설때다. 잘 했을때 딸려오는 보상으로서 '스포츠'나 '예술'의 개념으로 요요를 비교 대상으로 제시하는 데서 온다.


 축구는, 비보잉은 잘하면 명예도 돈도 딸려오는데 요요는 왜?...라는 이 물음에, 지금 요요씬은 유독 그 어느때보다도 많이 시달리는 것 같다. 거기에 대한 내 의견은 하나다. 이 세상의 메이져 카테고리에 비하면 요요에서 '1등'을 하기 위한 노력의 수준은 낮은 편이고, 이 씬이 작기 때문에 사실 여기서 1등을 하는 것은 세상 전체에서 봤을때 그렇게 특출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주류와 동급으로 놓거나 그만큼의 대우가 없다고 불평하는 것은 내가 볼때는 자의식과잉이다.


 물론 이건 요요 선수 개개의 노력 문제가 아니다.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취미에 올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체육계 엘리트 선수들이 초등학생때부터 매진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지 속에 요요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취미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타파하는 것은 요요씬만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며, 필요하지도 않다는 게 내 개인적 의견인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그럼 요요씬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요? 아니 전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씬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분명한 성취감과 재미와 개성이 분명 존재한다. 명확한 공동체가 있고, 그 안에서의 보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기술을 익히는 과정은 정말....정말로 재밌다. 요요씬이 그나마 인정을 받고 (사실 그 인정이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것은 이 세계가 작고, 사실 세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니 뭐 까짓꺼 올림픽 종목이 좀 안되면 어때? 까짓꺼 메이져가 안되면 뭐 어떠냐? 어차피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거고 남이사 알게 뭐냐...라는 것이 요요씬의 지속을 가능하게 한 개썅마이웨이 정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잘되는 서브컬쳐라는 게 대체로 그렇다. 규모고 뭐고 세상의 인정이 어떻고 이런 것들을 신경쓰지 않는데서 진짜 개성이 나오고 즐거움과 행복이 나온다. 그런데 요즘은 나는 그런 것들이 꼭 요요 뿐 아니라 서브컬쳐 전반에서 없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라떼는 말이야~) 이제는 모두가 뭘 해도 주류가 되고 싶어한다. 주류가 되지 않으면 비웃음 당하고 자원을 획득할 수 없는 세상이어서 그런 걸까?


 내가 비주류여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은 오히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는 환경에서 요요를 시작했던 세대였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서글픔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주류로 편입되어야만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애시당초 요요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차라리 주류의 취미를 하는 것이 맞지...ㅎㅎ 애시당초 이 취미를 내가 왜 시작했는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 씬의 흐름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문득 서글퍼질때가...요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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