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N 투핸드 경기를 보고 있으니 몇년 전 부터 투핸드를 보면서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떠오른다. 흔히 매니아들끼리 피겨나 체조와 요요를 비교하곤 하는데, 대회로써의 현대 요요가 가장 특이한 점은 무엇일까? 나는 끊임없는 변화라고 생각한다. 요요가 제대로 확립된건 고작해야 20년이 조금 더 됐고 기술은 아직도 발전중이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지나칠 정도다. 때문에 요요대회에서의 채점이란 올림픽 종목들처럼처럼 고전적인 기술을 얼마나 더 완벽히,예술적으로 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여기에 연기라던가 여타의 요소들이 합해져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요요 대회에서는 매년 시의성,참신성,기술의 오리지널리티를 따질 수 밖에 없다. 왜냐면 1년마다 너무 새로운 것들이 자꾸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고전적 기술을 대회에서 한다면 그는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한다. 가장 최신의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 되는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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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 때문에 요요대회는 결국 나쁘게 말하자면 근본이 없고 좋게 말하자면 매번 새로움을 요구하는 역동적인 대회다. 나이들고 바쁜 사람이 하기에는 이보다 더 최악의 취미생활이 없다. 그렇다면,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에서 대회의 권위란 존재하는 것일까? '누가 봐도 좋은 프리스타일'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고, 선수간의 역량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입상 순위에 있어 대회와 심판진의 권위가 분명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수학문제 풀듯이 딱딱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을 종종 한다. 계수기로 측정되는 기술점 외에 기술평가점/예술평가점 등의 점수는 솔직히 말하자면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경향이 강해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이 점수들이 공신력있고 정확한 점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바꿔 말하자면 채점의 정확함이 대회와 순위의 공신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역인 것이며 심판진의 권위는 동호인들,매니아들의 암묵적인 인정과 위임에서 나오는 것이지 보다 탁월한 전문성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 자체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세계에서 요요대회는 아직 주관점과 객관점을 분리해내지 못했다. 물론 그게 꼭 나쁜 것도 아니며, 다른 프로스포츠들이 그것을 극복해낸 것도 아닐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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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러나 이런 주관성은 기억과 경험에 상당 부분 의존하게 된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아무리 어려운 기술일지라도,그 기술을 익히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할 지라도 그것이 1년,2년,3년째 대회에서 반복되면 기술의 난이도 평가에 있어서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운 기술은 중급 기술로, 입문 기술로 계속 밀려나지만 선수들이 그것을 익히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년 단위로 드라마틱하게 단축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이 초보가 대회에서 파운틴을 하면 환호성을 받지만, 고수들이 우키밀킹을 하면 무덤덤한 이유이며, 투핸드의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은 이유이다. 김연아가 트리플 액셀을 하는 건 2008년이나 2012년이나 언제나 환호성을 받지만, 2008년의 우키밀킹과 2012년의 우키밀킹은 그 기술이 받는 점수도, 환호성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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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번에 JN에서 신지 사이토가 이번에 3위를 했다고 하길래 어떤 프리를 했나 봤더니 별로 흠 잡을 곳이 없다. 설렁설렁 한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견도 있지만 딱히 그래 보이지도 않는다. 점수표를 보니(http://jyyf.org/…/uploads/2015/05/2015jn-result-final-en.pdf) 기술점은 2위 / 기술요소는 3위 / 예술요소는 2위이고 디덕션 점수는 0점이니 노미스(..)란 얘기겠다. 결코 대충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수다. 무엇보다 기술요소나 예술요소가 앞서 내가 주장했듯 주관성이 강한 요소라면 신지가 또 굳이 3위를 했다고 해서 슈 타카다나 타쿠마 야마모토보다 못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굳이 3위의 이유를 따지자면 나는 신지 사이토는 너무 오랫동안 잘 해와서 사람들이 질렸고, 슈 타카다와 타쿠마 야마모토에게는 사람들이 아직 덜 질렸다는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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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어느새부턴가 신지 사이토는 그냥 '당연히 잘하는 사람'이 됐다. 그의 기술난이도와 구사력은 여전히 경이스러우나 예전만큼 파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전에는 그 수준이 너무 압도적이었기에 그 밑의 선수들이 아무리 파격적인 기술을 들고 나와도(심지어 코지 요코야마 조차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격차가 몇년전부터 점점 줄어들고 있고 S급 대회-JN이나 월드-에서는 슈 타카다라던가 타쿠마 야마모토와 같은 선수들과 신지 사이토의 격차가 사실상 그리 크지 않게 나타난다.
근데 사실 그 차이를 좁힌 것은 지난 3~4년간 신지 사이토의 기량이 떨어졌다던가, 그들이 더 압도적으로 잘한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신지 사이토의 폼은 아직도 전성기다. 그저 나는 앞서 말했듯이 그간의 누적기록과 기억을 토대로 했을 때 신지의 프리스타일이 이제 사람들한테 좀 더 '지겨울 뿐'인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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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여전히 그는 압도적으로 잘하고, 월드에서 또 우승을 거머쥘지도 모르지만 끊임없이 변화와 최신을 요구하는 요요대회에서 이런 결과는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해본다. 근데, 사실 이건 신지 사이토만의 문제는 아니다. 투핸드는 점점 그 새로움에 있어서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탑 플레이어들의 프리스타일이 매년 기대되던 시기는 이제 지나갔고, 투핸드 경기가 일반인이 보기엔 재밌지만 매니아가 보기엔 재미없는 부문이 된지 벌써 몇년째이니. 아마 다른 부문들도 차차 그런 시기가 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