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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Aug 30. 2020

케이스 스터디 하지 마세요

라고 생각했는데 다 오판이었다.

 지금 직장에서 일 하기 전에는 케이스 스터디를 나름 혼자 많이 했었다. 강연도 찾아서 듣고 하면서 더 좋은 마케팅이나 광고를 위한 레퍼런스를 찾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그런데 어느 시점 부턴가 그런 레퍼런스들이 다 무의미한 게 아닌가. 일의 조건이 다 다른데 이런 이야기들에 굳이 시간을 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에 케이스 스터디를 멀리 한지 꽤 되었다. 물론, 소위 브랜딩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모임이 지나치게 케이스 스터디 위주로만 돌아가는 데에 답답함을 느낀 부분도 있었고. 뭔가 더 본질적인 공부가 없을까? 하는 갈증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요 근래 회사에서 팀의 디자이너분이 만든 자료를 보고 정말 많이 반성을 했다. 자료가 진짜 좋았다.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설명 할 수 있는 케이스들이 빼곡하게 있어서 자료의 이해도가 엄청 높아졌고, 그 레퍼런스를 토대로 응용한 결론들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이런 자료를 만나게 되면, 내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또 중요하다. 무엇을 바꿔야 할까? 



 요 근래 읽고 있는 책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한동안 계속 인용하게 될 것 같다.  맥루언의 <미디어의 이해>에 대한 친절한 요약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체와 리터러시, 시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늘 읽은 분량에서는 검색으로서의 지식이 어느정도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문제와  어떤 도구/매체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내재화되는 역량이 달라진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삶에서 필요한 지식이란 단순 정보들이나 경험들을 내재화 한 뒤 숙성시켜서 어떤 상황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지혜'인데, 검색으로는 그 값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 오랜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찾으면 나온다고 하는 건 배움과 발달의 본질을 무시하는 말'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내가 다루는 도구,매체의 중요성을 말한다. 예시로 주판과 계산기의 이야기가 있다. 주판은 계산의 원리를 구현한 도구이기 때문에 주산을 익히는 것은 계산의 역량을 내재화시키지만, 계산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산을 하자는 말을 하는 책은 아니다. 절대! 지금 같은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각 매체의 활용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메타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과정을 거쳐야 정말 어떤 문해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일의 역량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 미안할 정도로 편협한 응용이긴 하지만 나는 우리가 일의 역량을 쌓기 위해서 쓰는 시간과 보는 자료에 대해서도 생각 해보았다. 마케팅 역량을 쌓기 위해서, 혹은 제한된 자원 하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위해 우리는 자료를 조사하고 도구를 쓰고 있다. 이들이 나의 어떤 역량을 내재화 시키고 있나? 마케터들이 마케팅을 더 잘하기 위해서 스킬트리를 쌓아가는 것은 어떤 역량을 내재화 시키는가. 광고 PD와 예능 PD, 드라마 PD의 문법과 내재역량이 다르듯이 콘텐츠를 파는 마케터와 콘텐츠로 파는 마케터와 숫자를 운영하는 마케터의 내재 역량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요 근래 느꼈던 갈증은 어쩌면 이제는 필요없다고 생각한 사례조사를 다시 꾸준히 하는 데서 해결될 수도 있겠다. 일의 조건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필요없는 게 아니라, 그 다름을 끊임없이 내가 처한 일의 조건에 응용해보는 과정을 지나치게 무시했던 것은 아닐런지. 그런 태도가 '검색하면 다 나오는 데 뭣하러 책을 읽어?'와 뭐가 그리 달랐을까. 사실 물건을 파는 과정은 그런 각기 다른 돌발적 상황을 설득하거나 해결해 나가는 방법인데 너무 크리에이티브 / 숫자에만 집중했던 게 아닐까? 오랜만에 좀 다른 방향에서 생각을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런 자료를 통해서 자극을 받고 재점검을 할 수 있다는 게 내가 지금 일하는 조직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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