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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Sep 04. 2020

운칠기삼일때는 과정이 중요.

마이클 모부신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나는 내가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능력이 없지야 않겠지만 그 능력에 비해서 항상 좋은 운을 따라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 마음의 이면에는 항상 운과 실력의 정확한 경계선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도 있는데, 요즘 읽는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은 여기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준다. 책은 진짜 세상.....나랑 안 어울리는 표지에 제목이지만 이 책 정말 재밌다.




책에서 되게 복잡한 통계 이야기들이 간간히 나오지만, 내가 이해한 요점을 몇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운의 영역과 실력의 영역을 혼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영역, 틀리고자 마음먹으면 틀릴 수 있는 영역은 실력의 영역이다.


참여자가 많고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영역은 운의 요소가 많다. 스포츠는 대개 실력의 영역인 경우가 많으나, 야구와 같이 참여자가 많고 룰이 복잡한 스포츠는 운의 요소가 개입한다. 룰렛게임은 100% 운의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가 의사결정을 하는 대부분의 영역은 운과 실력이 혼재되어있는 복잡계다. 사람들은 실력이 늘면 운이 줄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실력이 늘면 주변에도 영향을 끼쳐 같이 실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또 운의 영역이 커지는 실력의 역설이 발생한다.

때문에 우리는 지금 우리가 결과를 내고자 하는 영역이 운이 강한 곳인지, 실력이 강한 곳인지, 각각의 영향이 어느정도인지 예측/판단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책에서 나오는 예로 제조업 이야기가 있다. 제조 공정 자체는 실력의 영역이다. 시그마6라는 기법을 적용해서 과정을 특정 지표 아래 관리하면 결과가 개선된다. 하지만 애시당초 '어떤 물건을 만들 것인가?'는 운의 요소가 수없이 개입한다. 심지어 이 물건이 초기 제작비용은 많이 들고 복사 비용은 적게 드는 콘텐츠라면 초반의 우연(운)이 증폭되며 터무니없는 성공을 만들어 낸다.

인사에 있어도 동일한 상황이 발생한다. 실무자일때는 요소가 적고 일의 범위가 작기 때문에 실력을 판별하기 그나마 쉽다. 능력있는 실무자가 위로 올라갈수록 사안이 복잡해지고 인과관계가 희미해지면서 임원으로서의 능력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CEO의 능력과 기업의 실적 간의 연관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도 책 속에 다수 나온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운과 실력의 중간 영역에서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해서 누수를 줄이고, 운이 작용하는 영역에서는 단기간의 결과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해서 반복하고 집중하라고 말한다. 어차피 우연의 힘이 들쑥날쑥 하다면, 일관되게 만들어 놓을 수 있는 실력의 부분을 다져놓으라는 이야기겠지? 분석을 철저히, 냉정하게 의사 결정을 하고, 관례를 항상 의심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다 (쉽지않죠)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면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향상된다는 게 저자의 지론.

일단 여기까지가 내가 읽은 책 4/5지점인데...남은 부분은 좀 더 세부적인 전략들 (이길 수 있는 작은 시장을 여러개 만들어라, 등등) 이니 요점은 다 읽은 셈이다. 근데 중간에서 전문가를 키우는 법에 대한 이야기나 운-실력의 측정 관련해서 몇가지 의문? 생각이 떠올랐다.




1.전문가를 키우는 조건으로 책은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제시한다. 인과관계가 확실한 환경 하에서 수련해야 하며,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오랜 시간 반복되어야 한다.


그런데 마케팅이나 크리에이티브의 영역과 같이 운의 요소가 강한 카테고리에서 이러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가능한가? 책에서도 전문성은 인과관계가 강한 (운의 요소가 적은) 상황에서 강점을 발휘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전문성이란 의사나 법률가의 반복되는 전문성이 아니라 결국 시간과 실적을 통해 사후에 입증되는 것이고, 이를 키우기 위해서 법이나 스포츠를 수련하는 것과는 다른 비정형화된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인과관계가 확실해야 피드백을 줄 수 있고, 적시에 피드백을 받아야 실력이 늘 수 있다면 애시당초 마케터에게 정확한 피드백이란 불가능하고 실력을 늘리는 것도 불가능 한게 아닌가? 개별 기술의 측면에서는 어느정도 가능하겠지만 (ex. 카피라이팅 / 퍼포먼스 마케팅) 나는 좋은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 뭘 해야 하고 어떤 피드백을 받아야 하고 또 내가 좋은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부분의 마케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살면서 마케터로서 받은 피드백도 사실 그런 기술적 피드백하고는 거리가 좀 멀다. 좋은 피드백이었지만 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도 하다. 고민되는 지점이다.


2.이 책에서 운의 요소가 강하다면 결국 결과가 평균으로 회귀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걸 응용해서 마케터의 실적이 실력인지 운인지 판단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테면 회사의 각 브랜드/상품 평균 매출 내지는 ctr등을 토대로 각 마케터의 프로젝트별 지표를 뽑아보는 것이다. 일관되게 평균 이상이 나온다면 실력이 강한 마케터일 것이고 튀는 지점은 있으나 평균 근처에 머무른다면 운의 요소가 강할 것이다. 아마 나는 후자일 것이라는 판단.


물론 거기서도 어떤 운의 영역인지를 체크해봐야 할 것이고, 아마 그 운은 대부분 애시당초 담당하는 브랜드/상품의 '운'에서부터 시작 될 것이다. (기획자도 마찬가지고) 거기서 일관되게 작용하는 어떤 요소들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런 복잡계에서, 심지어 재직기간이 10년도 안되는 업무환경 속에서 사람의 '실력'을 흥행률로 반기/년수마다 판단하는 게 맞는가? 그게 아니라 일관되게 무언가를 유지하고 해내고 굴러가게 해내는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성과평가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반 직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나는 왜 과정의 일관성이라는 기준이 대부분의 회사 인사 평가에서 누락되거나 소홀히 다뤄지는 문득 궁금해졌다.

3.운과 실력의 중간에 있으면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라는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사람은 인지적으로 게으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체크리스트로 누락을 방지해서 적어도 인과관계가 작용하는 영역에서는 성공확률을 높이라는 것이다. 매우 좋은 팁. 그래 내 투두리스트는 틀리지 않았어...


4.모든 직장인은 결국 운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으며,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성공사례들은 운빨의 영향을 지나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평소의 내 지론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는 책...어차피 알 수 없는 세상,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들에서 실력을 갈고 닦되 남의 성공과 내 실패는 실력. 내 성공과 남의 실패는 운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중요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불확실의 영역을 돌파하는 것은 결국 조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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